전통 제조업체 ‘거대한 기회’로 여겨
포드, ESS 시장에 명운 걸고 진출
GE, 전기장비 24억달러어치 수주
월가에서는 에너지 관련 주가 폭등
빅테크부터 전통 자동차 제조업체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AI) 열풍이 미국 산업 전반의 기업들을 에너지 비즈니스로 깊숙이 끌어들이고 있다. AI 붐의 이면에서 벌어지는 전력 확보 경쟁은 흡사 현대판 ‘골드러시’를 연상케 한다.
악시오스는 31일(현지시간) 미국의 에너지 산업이 막대한 재무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엄청난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는 양날의 검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랫동안 저렴하고 풍부한 ‘공공재’처럼 취급받던 전력이 갑자기 비즈니스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전략 자산으로 떠올랐다.
15년 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첫 에너지 담당 책임자로 일했고, 현재 데이터센터 개발사인 클로버리프 인프라스트럭처를 공동 창업한 브라이언 야누스는 “현재 모든 기업은 에너지에 의존하는 핵심 투입 요소로 바라보거나, 혹은 에너지를 거대한 사업 기회로 인식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전통 자동차 거물인 포드는 이달 초 데이터센터 및 대규모 전력 소비자를 위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포드는 “국내 에너지 저장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포드 에너지(Ford Energy)’라는 새로운 자회사를 출범시켰다. 20억 달러(약 2조 7천억 원) 규모의 에너지 사업 계획을 발표한 후 주가는 3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투자자들은 AI 붐의 배후에 있는 전력 사업으로 전환하거나 이를 대폭 강화하는 기업들에 아낌없는 보상을 보내고 있다. 블룸 에너지는 신속한 현장 전력 공급 기술을 보유해 그동안 틈새 시장 플레이어로 취급받았으나, 지난 1년간 주가가 무려 1,200% 이상 폭등했다.
페르보 에너지(Fervo Energy)는 한때 투기성 기후 기술로 여겨졌던 지열 발전 스타트업으로,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새로운 전력원을 찾는 월가의 자금이 몰리며 이달 초 상장 후 급등세를 보였다.
GE 버노바도 올해 1분기에만 데이터센터용 전기 장비 공급으로 24억 달러를 수주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전력 장비 판매액을 넘어서는 수치로, 올해 주가는 약 60% 상승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기업 중 하나인 디지털 리얼티의 앤디 파워 최고경영자(CEO)는 “인공지능 뒤에 숨겨진 에너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지만, 그 규모는 엄청나다”라며, “20년 넘게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해 온 우리에게 전력 수요 자체는 낯설지 않지만, 지금의 ‘속도’는 완전히 새롭다. 전력 회사들은 밀려드는 전력 신청서 속에서 어떤 프로젝트가 진짜인지 선별하는 ‘트리아지(Triage·환자 분류)’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치솟는 주가 밑바닥에는 심각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지역 사회의 반발이 급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기획된 일부 대형 프로젝트들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브라이언 야누스는 “에너지 분야에서 앞으로 많은 사람이 막대한 돈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요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메가 프로젝트가 한정된 수요를 쫓아 과열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텍사스의 세계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 제안서와 유명 투자자 케빈 오리어리가 추진 중인 유타주 프로젝트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에너지 전문 매체 ‘히트맵 프로’의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민 반대 등으로 취소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좌절된 프로젝트들의 투자 규모만 합산해도 400억 달러(약 55조 원)가 넘는다. 야누스는 “지역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의 과도한 용수 사용, 대기 오염, 소음 문제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상황이 지난 2월보다 훨씬 악화되었다고 덧붙였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모든 골드러시가 부작용을 낳듯, AI 전력 붐 역시 새로운 문제 해결형 비즈니스를 탄생시키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환경 오염과 자원 고갈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차세대 스타트업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 4사는 비영리 투자 기구인 ‘엘리멘탈 임팩트(Elemental Impact)’와 손잡고 실제 데이터센터를 시험대로 삼아 신기술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이 주목하는 핵심 기술은 ▲첨단 냉각 시스템 ▲에너지 저장 장치 ▲저탄소 건축 자재 등이다. 이들 스타트업이 기술 확장(스케일업)에 성공할 경우,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가장 큰 골칫거리인 물 소비와 대기 오염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과거 수십 년 동안 에너지는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투입 요소’에 불과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AI 시대에 접어든 지금, 에너지는 그 자체로 가장 가치 있는 ‘최종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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