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여파로 호주인들이 생각하는 노후 필요 자금이 크게 늘었다. 은퇴 뒤 안락한 생활을 유지하려면 100만호주달러 이상이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화로 약 10억8000만원 수준이다.
3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호주 연금·자산운용사 콜로니얼 퍼스트 스테이트(CFS)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1년 전 필요 자금은 약 81만7000호주달러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2% 이상 뛰었다.
생활비와 주거비 부담이 커지며 은퇴 이후 모아둔 돈이 빠르게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응답자들은 평균 62세 은퇴를 희망했지만 실제로는 최소 66세까지 일해야 할 것으로 봤다.
마리사 포우 CFS 은퇴·성장 부문 상무는 “생활비는 통제 불능으로 치솟고 물가도 오르고 있다”며 “여기에 노부모 부양과 자녀 지원 등 가계가 짊어진 부담이 커지며, 국민들이 연금계좌 잔액을 수시로 들여다보며 ‘도대체 이 돈으로 몇 년이나 버틸 수 있을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퇴직연금 시장은 4조5000억호주달러 규모다. 한화로 약 4902조원에 달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개인의 노후 불안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호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4%로 중앙은행 목표치인 2~3%를 웃돌았다.
성별 격차도 확인됐다. 여성 응답자의 62%는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돈이 부족할 것’이라고 답했다. 남성은 48%였다.
호주 퇴직연금은 고용주가 근로자 임금의 일정 비율을 의무 적립하는 구조다. 하지만 여성은 임금 격차와 출산휴가 경력 단절 파트타임 근무 등으로 연금 축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이기 쉽다.
실제 60~64세 남성의 퇴직연금 중간 잔액은 22만호주달러였지만 여성은 16만3000호주달러에 그쳤다.
호주퇴직연금협회(ASFA)는 67세 기준 안락한 노후를 위해 단독 가구는 63만호주달러 부부 가구는 73만호주달러가 필요하다고 제시한다. 그러나 체감 필요 자금은 이미 이 기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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