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의 기적’ 경주 마애불, 모의실험 거쳐 12월 입불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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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발견, 파손 우려 그대로 놔둬
조계종 “최우선 과제”에 유산청 나서
같은 크기-모양 석불 만들어 테스트

2007년 발견 당시의 경주 마애불 모습. 오른쪽 사진은 흰색 원 안을 확대한 모습. 동아일보DB

2007년 발견 당시의 경주 마애불 모습. 오른쪽 사진은 흰색 원 안을 확대한 모습. 동아일보DB
“5cm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磨崖佛·자연 암벽에 조각한 불상)입상’의 입불(入佛·불상을 세우는 작업) 여부가 12월 최종 결정된다.

최응천 전 국가유산청장은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그동안 분석·조사한 마애불 상태와 입불·이운(移運·불상을 옮기는 것)을 위한 본격적인 ‘실대형 모의실험’(실제와 같은 상태·조건에서 진행하는 실험) 계획 등 추진 상황을 설명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2월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및 현장 조사 등을 통해 마애불 입불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2007년 5월 경주 남산 기슭에서 엎어진 채로 발견된 80t 무게의 이 불상은 지형적, 기술적 어려움과 파손 우려 탓에 지금까지 일으켜 세우지 않았다. 학계에서는 약 600년 전인 1430년 발생한 지진으로 쓰러진 것으로 보고 있다.

엎어진 불상 얼굴과 바닥 사이는 불과 5cm. 암벽에서 떨어져 추락했는데도 기적처럼 용모와 형상이 고스란히 보존돼 ‘5cm의 기적’으로 불린다. 통일신라 시대인 9세기경 조성된 마애불 중 가장 완벽한 얼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계종과 국가유산청은 그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입불을 검토했지만, 무리해서 세우려다가 불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쉽게 추진하지 못했다. 하지만 2022년 9월 조계종 총무원장에 취임한 진우 스님이 마애불 입불을 최우선 과제로 밝히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쓰러진 상태로 계속 두는 것도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학계의 지적도 입불 추진에 힘을 보탰다.

계획안에 따르면 마애불은 넘어지면서 내부적으로 약 13개의 균열이 나 있는 상태. 이에 입불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훼손을 막기 위해 국가유산청은 같은 크기, 모양의 석불을 제작해 유사한 지형 조건에서 실제로 들어 올리는 실험을 이달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모형 석불은 마애불 상태와 최대한 유사하도록 경주 화강암을 상·중·하단 7개 면으로 접합해 제작했다. 실험 장소도 마애불 발견 당시의 상태를 재현해 조성했다.

국가유산청은 다음 달 말까지 불상을 감싸고 보호할 외부 프레임 제작을 마칠 계획이다. 9월 말까지 이동 실험, 11월 초까지 지지대 제작 및 입불 실험에 나선다. 국가유산청 측은 “마애불이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탓에 왼쪽보다 오른쪽이 더 무겁다”며 “불상을 바로 세울 경우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불상의 안정성을 보완할 지지대 및 지반 테스트도 상당히 중요한 점검 사안이다. 여름철 폭우로 지반이 약해질 경우 불상과 프레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11월 초까지 실험이 마무리되면 결과를 12월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 올려 입불을 확정할 계획이다. 입불이 확정될 경우 내년 1월부터 현장 기반 시설 조성 등 본격적인 입불 작업이 시작된다. 진우 스님은 이 자리에서 마애불의 역사적·신앙적 가치를 강조하며 “신중하게 실대형 모의실험을 마무리해, 한 치의 소홀함 없이 입불까지 완성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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