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영화 '스트리밍', '야당', 드라마 '당신의 맛', '오징어게임3'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쉼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배우 강하늘이 넷플릭스 신작 '84제곱미터'로 안방극장에 노크한다.
강하늘이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84제곱미터'는 84제곱미터 아파트에 입성한 영끌족 '우성'이 정체불명의 층간 소음에 시달리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스릴러다.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의 김태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두 번째 스릴러 영화다.
영화는 한국사회에서 층간 소음이 실제로 초래하는 갈등을 소재로 삼아 관객에게 높은 몰입감과 공감대를 제공한다.
14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김태준 감독은 영화 제목 '84제곱미터'에 대해 "국민 평형이라 불리는 32평 아파트는 국내에서 가장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주거 공간"이라며 "아파트에 기준이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국민 평형'이라는 표현이 한국에만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간이라고 생각해 제목으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아파트가 80% 이상인데 그들이 층간소음을 겪을 수 있는 환경에 사는 것"이라며 "공감도 높고 시의성 높은 소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강하늘이 연기한 '우성'에 대해 "이 시대 청년들의 자화상을 담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환경이 힘드니 어둡고 힘든 인물이 될 것 같았지만 강하늘이 가진 긍정적인 이미지가 더해지면 짠하고 응원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하늘 배우가 시나리오상 비어있던 부분을 채워줬다"고 부연했다.
강하늘은 "시나리오는 감독이 연출을 위한 작은 콘티북처럼 느껴졌다"며 "대본을 읽으면서 재밌었고, 감독이 이렇게 연출하겠다는 점이 상상이 됐다"고 했다.
우성에 대해 "짠한 마음이 먼저"라며 "열심히 사는 청년인데 퇴직금, 원룸 보증금, 어머니 땅 등 영혼까지 끌어 아파트를 샀지만, 층간소음 때문에 점점 쇠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 회차에 등장해서 '어떻게 하면 빨리 끝낼까'에 주안점을 뒀다"며 "층간소음 때문에 점점 예민해져 가고 극에 치달을 수 있다는 점을 감독과 많이 이야기하며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출연한 염혜란은 입주민 대표이자 전직 검사 출신 권력형 인물 '은화'를, 서현우는 '우성'을 층간소음의 주범으로 의심하는 윗집 남자 '진호' 역을 맡아 갈등의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앞서 '폭싹 속았수다'의 광례 역으로 대중의 눈물샘을 자아낸 염혜란은 "'84제곱미터' 속 은화 캐릭터는 지금까지 맡아온 캐릭터와 결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전직 검사 출신의 권력형 부자로, 법망을 피해 가는 방법에 능하다. 이 인물이 나의 욕망에 도움을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잘만 이용하면 이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촬영 중 에피소드로는 "우리 집에 고가의 물건이 많아 미술팀이 엄청나게 긴장했다. 잔 하나 보고 '예쁘다'고 하면 '에르메스에요' 한다. 대기하려고 앉으면 '그거 천만 원이에요' 하더라"고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염혜란 캐스팅 이유에 대해 "염혜란 배우는 따뜻함, 뜨거운 인간애를 전하는데 최고의 경지에 이른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은화'는 차갑고 비인간적인 캐릭터다. 염혜란 배우가 하면 어떤 새로운 얼굴이 나올지 궁금했고, 그래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염혜란은 "강하늘, 서현우 배우가 작품에 출연한 이유 중 하나였다"며 "두 분 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이라 꼭 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굉장히 성실하고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점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 스릴러 장르지만 현장은 밝고 유쾌해서 즐거운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강하늘은 "제가 먼저 다가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먼저 다가와 주셨다. 염혜란 선배는 자주 못 뵀는데 현우 형이랑은 자주 만났다"며 "현우 형이랑 찍을 때 아이디어를 많이 주고받았다. 혜란 선배는 '동백꽃 필 무렵' 때도 만났었지만 짱이고 최고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층간소음을 겪다 시나리오를 접한 서현우는 그래서 공감이 많이 됐다고 했다. 그는 "층간 소음 문제는 소음을 견뎌야 하는 피해자뿐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소음을 내는 사람에게도 힘든 상황이다. 여러 면에서 와닿는 시나리오였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흥미롭게 읽었고 여태까지 하지 않았던 에너제틱한 역할이라 끌렸다"고 전했다.
서현우는 극 중 문신과 흉터를 지닌 정체불명의 인물로서 위압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감독께서 패셔너블한 근육질이 아닌 실전형 파이터의 몸을 요구하셔서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피지컬적인 위압감을 주기 위해서"라고 설명하며 준비 과정에 대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이어 강하늘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강하늘이 거의 전 회차를 찍었다. 세트장에 가면 귀신이 한 명 살고 있더라. 아파트 벽 질감 같은 배우가 거기서 상주하는 느낌이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굉장히 어두컴컴하고 뭔가를 파헤쳐 나가는 내용의 스릴러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모두에게 전파해서 작업하면서 너무 행복했다. 앞으로 함께하고 싶은 인성 부자 강하늘과 함께해서 너무 좋았다"고 덧붙였다.
김태준 감독은 "'84제곱미터'란 공간에서 펼쳐지는 연기 파티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연기 차력쇼'를 넘어 '연기 흠뻑쇼'가 준비돼 있다"고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강하늘은 "현실 밀착 스릴러", 서현우는 "10초 건너뛰기, 2배속 보기는 힘들 것이다. 정속도로 보면 재밌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84제곱미터'는 넷플릭스를 통해 오는 18일 공개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