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상무 ‘양자택일’ 노골적 압박…관세협상 사실상 원점
韓 “공정성 벗어난 협상 안해, 국익 우선”…김정관 訪美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미국 정부가 3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이행하든지, 기존 상호관세 25%를 내든지 ‘양자택일’하라며 한국을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합작공장 근로자 구금 사태에 이어 관세협상마저 공회전하면서 한미 관계가 새로운 위기 국면을 맞닥뜨렸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조건을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관세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미국으로부터 상호관세율 25%를 부과받았다가 지난 7월 말 대미 투자 3500억달러를 조건으로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큰 틀의 합의를 마쳤던 한국은 최근 대미 투자 패키지 세부 내역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러트닉 장관 발언이 전해지자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며 우리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협상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양국 간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트닉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을 백악관에 초청했을 때 무역 관련 얘기가 나오지 않은 것은 협정문에 서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거래를 했지만 그들이 협정에 서명할지 지켜봐야 한다. 일본은 서류 작업을 완수했다”며 “대통령과 악수하는 것과 실제 서류에 서명하는 건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이 일본 사례를 봤을 텐데 더 이상 융통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한국 실무협상대표단은 지난 8일부터 미국 상무부와 미국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을 만나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1일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미국으로 급거 출국했다. 실무진에서 협상에 진척이 없자 활로를 뚫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김 장관은 러트닉 장관과 만나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장관은 아직 귀국 편을 확정 짓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다만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협상 표면에 드러난 것은 거칠고 과격해도 최종 결론은 합리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해 종국에는 ‘합리적 합의’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