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드콜 ETF
주가지수, 채권 등 기초자산을 매수한 뒤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상품.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어 변동성이 큰 박스권 장세에서 유리하지만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차익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또박또박 분배금을 받을 수 있는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의 합계 순자산이 10조원을 넘어섰다.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국내 주식형 커버드콜 상품을 중심으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과세’ 국내 주식형이 견인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커버드콜 ETF 순자산은 총 10조1177억원(지난 11일 기준)이다. 2023년 말(7748억원)과 비교해 1년6개월여 만에 순자산이 약 13배 늘었다. 투자자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올해 들어서만 3조3976억원 증가했다. 국내 ETF 시장이 올 들어 21.2% 불어나는 동안 커버드콜 ETF는 두 배 이상 가파른 성장세(50.6%)를 보였다.
시장의 성장세를 견인한 건 국내 주식형 커버드콜 상품이다. 개인투자자가 올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커버드콜 ETF는 코스피200지수를 기초로 한 ‘KODEX 200타겟위클리커버드콜’(4890억원)이다. 최근 3개월 기준 순매수 규모는 2565억원으로, 미국 대표지수형 상품 ‘TIGER 미국S&P500’(2449억원)을 제치고 전체 ETF(레버리지·인버스 제외) 중 개인 순매수액 1위에 올랐다.
연 10%대의 높은 분배금에 비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는 점이 부각되며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뭉칫돈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커버드콜 ETF의 분배금에는 배당소득세(15.4%)가 부과된다. 하지만 국내 장내 파생상품 매매차익(옵션 매도 수익)은 비과세 대상이다. 국내 지수 기반 커버드콜의 경우 코스피200 주식(연간 약 2%)에서 나오는 분배금을 제외한 두 자릿수의 커버드콜 옵션 분배금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높은 분배금과 비과세 혜택이 절세에 관심이 큰 자산가들의 수요와 딱 맞아떨어졌다”며 “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타자 자금 유입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세차익 다 못 누려” 단점도
전문가들은 목돈을 투자하기 전에 커버드콜 ETF의 장단점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커버드콜 상품은 기본적으로 기초자산을 매수한 뒤 콜옵션을 매도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상방이 막혀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 때 시세차익을 다 누릴 수 없는 게 단점이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지수 상승에 따른 이익도 일부 가져갈 수 있는 ‘커버드콜 2.0’ 전략이 등장한 건 작년 하반기다. 커버드콜 ETF 시장이 최근 들어 성장을 거듭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기존 커버드콜은 기초자산의 옵션 매도 비중이 100%였다. 두 자릿수에 달하는 높은 분배율을 유지하려면 옵션 매도 비중 역시 높아야 해서다. 옵션 만기를 기존 한 달(먼슬리)에서 1주일(위클리), 하루(제로데이) 등으로 짧게 잡은 상품이 나오면서 기초자산 일부만 커버드콜에 노출하는 게 가능해졌다.
일반적으로 만기가 짧을수록 옵션 매도 차익(프리미엄)이 큰데, 만기가 짧은 옵션을 사용하면 기초자산의 30%만 커버드콜 전략을 사용하고 나머지 70%는 주가 상승을 따라가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옵션 매도 비중이 낮아도 배당금을 충분히 지급할 수 있다는 게 자산운용사들의 설명이다. 옵션 만기가 짧아질수록 프리미엄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기초자산의 10%만 콜옵션을 고정적으로 매도하는 ‘RISE 미국AI밸류체인데일리고정커버드콜’ 같은 상품도 등장했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커버드콜은 미래 주가 상승분을 끌어와 분배금을 지급하는 구조”며 “현금 흐름 창출이 필요하지 않은 장기 투자자에게 유리한 상품은 아니다”고 조언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