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이제 토트넘을 떠난다. 뜨거운 눈물을 흘린 그는 마지막까지 토트넘에 진심을 보였다.
손흥민은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선발 출전했다.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여러 감정이 들었다. 처음에는 안 울 줄 알았다. 오랜 시간 활약했던 팀을 떠나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들의 한마디 한마디 듣다 보니 감정이 북받쳤다. 눈물이 너무 많이 났다”라며 “너무나도 행복한 경기를 치렀다. 정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기분이 너무 좋아서 잠을 못 이룰 것 같다”라고 고별전 소감을 남겼다.
앞서 손흥민은 토트넘을 떠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토마스 프랭크 감독은 손흥민의 기용을 예고했고, 약속대로 가장 선호하는 좌측 윙어로 나섰다.
6만 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이 가득 찼다. 이날 6만 4,773명의 팬이 운집했다. 경기 시작 후 7분과 77분에는 손흥민의 응원가 ‘나이스 원 쏘니(Nice one, Sonny)’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손흥민은 약 65분 동안 경기장을 누볐다.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되며 토트넘에서 마지막 임무를 마쳤다. 벤치로 향하는 내내 동료들의 환대를 받았고, 상대팀 뉴캐슬 선수들 또한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 팀의 선수들은 일렬로 늘어서 손흥민을 배웅했다.
손흥민은 벤치에서도 코칭스태프, 동료들과 포옹을 나눴다. 끝내 눈시울이 붉어진 손흥민, 눈물을 닦아내며 복잡한 감정을 마주하는 모습이었다.
경기 후에는 동료들과 함께 서울월드컵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토트넘의 손흥민’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했다. 라커룸으로 돌아가기 전에는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았고, 손흥민은 경기장에 엎드려 하염없이 흘리기도 했다.
명실상부 ‘토트넘 레전드’로 남았다. 2015년 이적 후 10시즌 동안 통산 454경기 173골 101도움을 기록했다. 구단 역대 최다 출전 5위, 최다골 4위, 최다 도움 1위다. 프리미어리그 통산 333경기 127골 77도움으로 역대 최다골 17위에 올라있다.
여기에 2020년 번리전 ‘폭풍 드리블’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 2021-22시즌 아시아인 최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2022-23시즌 아시아인 최초 프리미어리그 100호골과 프리미어리그 최다골 등의 업적을 세웠다.
지난 시즌에는 토트넘의 오랜 무관까지 깼다. 그토록 바라던 토트넘의 무관을 깼다.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우승을 거머쥐며, 17년 만에 토트넘에 트로피를 안겼다. 손흥민의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이다.
손흥민은 이제 새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뉴캐슬전 후 토트넘은 영국으로 출국했다. 손흥민은 한국에 남아 이적 절차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력 행선지는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LA)FC다.
■ 다음은 토트넘 고별전을 치른 손흥민의 믹스트존 인터뷰 일문일답.
- 팬들이 10년 동안 고맙다고 하더라. 기분이 좋았을 것 같은데.
너무 감사한 일이다. 도대체 어떤 복을 받았길래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이 자리에 서게 됐는지 모르겠다. 많은 분이 고생했다는 말을 해주신다. 하지만 아직 제 축구인생은 끝난 것이 아니다. 여전히 선수로서 할 일이 남았다. 더 좋은 모습을 통해 더 행복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가.
선수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정말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좋은 말이었다. 토트넘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그래도 조금은 영감이 됐구나 생각이 들었다. 도움이 된 선수 같다. 그런 부분을 느낄 수 있어서 행복했다.
- 양민혁, 박승수 선수와도 나눈 이야기가 있는지.
(양)민혁 선수, (박)승수 선수한테는 특별히 남긴 말은 없다. 많은 팬이 기대하는 만큼 더 잘하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민혁이는 이제 많이 친해져서 저한테 농담도 하고 그런다. 14살 차이 나는 동생이 그러니까 적응이 잘 안되더라. 너무나 보기 좋다. 오늘도 경기장에서 정말 열심히 뛰었다. 새로운 환경에서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생들로부터 하나를 배워간다. 그리고 어린 선수를 보면서 늘 이야기하지만, 더 지켜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섣불리 좋아하지도 말고, 너무 다치게도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 많은 선수가 옆에서 도와줄 것이다.
- 팀을 떠난다는 말에 누가 가장 슬퍼했는지.
다 겉으로는 슬퍼했다. 속으로는 잘 모르겠다. 정말 우는 모습을 못 본 선수가 벤 데이비스다. 오늘은 자꾸 자기 옆으로 오지 말라고 하더라. 눈을 보니 눈이 빨개지고, 눈물이 맺혔더라. 미안하고 고마운 친구다. 데이비스 아들의 대부인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다.
- 향후 거취는 어떻게 되는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좋겠다. 어제 좋은 정보를 드렸다. 오늘은 한발 양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상암(서울)=김영훈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