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추론’으로 엔비디아 넘는다”...젠슨황을 긴장시키는 중국의 AI칩 패권 전략 [★★글로벌]

1 day ago 7

딥시크가 中에 각성한 자급자족의 길
학습보다 ‘추론’서 엔비디아 AI칩 극복
엔비디아에 추론 성능 60%까지 추격
中 추격 전략에 긴장한 트럼프 행정부
“화웨이 어센드 칩 쓰면 불이익” 엄포
애국 소비에 아이폰, 테슬라 휘청이듯
엔비디아 점유율도 ‘서든데스’ 영향권

화웨이 어센드 910 <이미지=화웨이센트럴>

화웨이 어센드 910 <이미지=화웨이센트럴>

미국 상무부가 트럼프 중동순방을 앞두고 지난달 13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임기 말에 발동한 인공지능(AI)칩의 국가별 등급제 수출 통제를 폐기한다는 골자입니다.

이 규제는 엔비디아 칩을 미국의 동맹국과 적성국, 그리고 동맹국도 적성국도 아닌 일반 국가로 분류해 공급량에 상한과 금지를 설정하는 것입니다.

이 규제가 사라지니 일반 국가로 분류되는 곳에 엔비디아는 더 많은 칩을 보낼 수 있습니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 국가들이 이 일반 국가로 분류돼 있었던 것이죠.

그런데 이날 BIS 발표에서 진짜 중요한 내용은 따로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화웨이 어센드 칩을 사용하는 나라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위반하는 것”이라는 미국의 첫 엄포가 나온 것이었죠. 화웨이 어센드 칩이 얼마나 심각하기에 미국은 특정 브랜드명까지 언급하며 경고에 나섰을까요.

일단 미국 정부의 엄포는 당장 효과를 냈습니다. 화웨이 기반의 AI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던 말레이시아가 관련 프로젝트를 없던 일로 바꿨습니다.

이에 발끈한 중국 정부는 미국의 엄포를 따르는 개인과 조직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으르렁거리고 있습니다. 어센드 칩은 중국 AI 패권의 길을 열 중요한 열쇠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추론’에 있습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의 대중국 AI칩 수출 통제에 대처하는 중국의 움직임을 조명했는데 엔비디아가 중국 판매용으로 개발한 H20마저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AI 고도화 과정에 엔비디아칩과 중국산 칩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전략을 쓸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가령 AI ‘훈련’(training)에는 고가의 엔비디아 칩을 활용하고, ‘추론’(inferencing) 처리에는 가성비로 무장한 자국산 칩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추론은 학습된 AI 모델에 라이브 데이터를 실행해 예측하거나 작업을 해결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사용자의 프롬프트의 맥락을 사용하여 완전히 독창적인 출력을 생성하는 단계입니다. 화웨이는 엔비디아 칩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지만 추론 작업에서 사활을 걸고 엔비디아 칩 아성을 넘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분석 전문매체인 화웨이센트럴은 “화웨이가 학습보다 추론 영역이 향후 AI 칩 수요의 더 큰 원천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고 평가합니다. 학습이 뚜렷하고 집중적인 단계로 진행되는 반면, 추론은 배포 후에도 지속적으로 비용이 발생해 시장성에서 유리하다는 것입니다.

중국 기술 규제와 반독점 전문가인 미 서던캘리포니아대의 안젤라 장 로스쿨 교수도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딥시크 효과를 평가하며 “대부분의 컴퓨팅 파워는 AI 모델 훈련에 사용되었지만, 이제 이러한 리소스가 ‘추론’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GPU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고사양 컴퓨팅 리소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어센드 칩은 칩 단위로써의 성능은 좋지만 칩 간 연결에서 병목 발생 등 여러 단점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IT 전문 매체들의 평가를 보면 어센드 910C는 엔비디아 H100 대비 성능의 60%까지 따라잡으며 강력한 추론 결과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올해 말 대량생산을 예고하고 있는 920이 더 뛰어난 가성비를 구현하면 중국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국에서 경쟁할 기회를 달라”

얼마 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대놓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미국 정부의 수출 규제로 저사향인 H20 제품마저 중국에 출하할 수 없게 되자 분노한 것이죠.

젠슨 황 CEO는 “중국 AI 연구자들이 엔비디아의 아키텍처 위에서 개발할 때 미국이 진정한 대중 기술 우위에 오를 수 있다”며 엉터리 수출 통제가 결국 화웨이 아키텍처 기반의 AI 시대를 만들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정곡을 찌르는 그의 발언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날 발언에는 엔비디아의 심각한 위기감이 반영돼 있습니다.

지난달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테크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의 대중 AI칩 수출 통제 등을 비판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테크 행사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의 대중 AI칩 수출 통제 등을 비판하며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회사 전체 매출 중 14%에 해당하는 170억달러(약 23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시장은 중국이 어찌 엔비디아 아성을 넘어서겠냐고 반문하지만 젠슨 황의 분노를 보면 이미 엔비디아는 중국의 시장 우위 가능성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그의 공포가 트럼프 행정부에 전달이 된 것인지, 지난달 미 상무부가 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를 상대로 “화웨이 어센드 칩을 쓰지 말라”고 행동에 나섰습니다.

한때 중국 시장을 휩쓸던 한국의 대표 스마트폰 브랜드가 순식간에 힘을 잃었던 것처럼 지금 애플이, 그리고 테슬라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정치 민감도가 더 높은 엔비디아 칩이기에 중국 시장에서 ‘서든데스’하는 건 시간문제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켜보고 또 섬뜩하게 체감한 중국 시장의 ‘계획된 반작용’은 늘 상상이 아닌 현실의 영역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화웨이 어센드 칩에 4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는 삼성전자의 사업 관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FT부터 세미어낼러시스에 이르기까지 유력 외신과 시장분석 업체들은 삼성전자가 화웨이 어센드 칩의 HBM 공급자라고 지목하고 있습니다.

어센드 칩을 향한 미국의 첫 사용금지 명령이 지난달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엔비디아와 화웨이에 쌍방 공급 지위를 갖게 될지, 아니면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와 안보의 영역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지 향후 경로가 복잡해 보입니다.

아울러 미·중 어느 쪽이든 좋은 제품을 비싼 가격에 많이 팔면 좋겠지만 한국의 대표 기업이 어느덧 중국의 화웨이와 SMIC(파운드리 업체)로부터 주문 물량을 소화하며 미래 사업 실적에 영향을 받아야 하는 격변의 현실이 우리에게 서늘한 전율을 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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