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뮤익> 전은 작가의 자소상인 잠들어 있는 모습을 시작으로, 관객을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로 초대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 구현된 론 뮤익의 세계는 그 아찔한 균형감으로 2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홍이지 학예연구사와의 대화를 통해 비하인드 스토리와 작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론 뮤익> 전은 큰 관심과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루 평균 5,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으며, 개막 이후 한 달이 지난 5월 중순까지 누적 관람객 수가 22만 명을 넘어섰다. 1958년 호주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활동 중인 조각가 론 뮤익의 작품 세계를 아시아 최대 규모로 조명한 이번 회고전은, 그의 주요 작품 10점과 작업 과정을 기록한 사진 연작,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상을 포함하고 있다. 론 뮤익의 작품이 10점이라는 수치에 처음에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낄 수 있지만, 작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그 부족함은 사라진다. 특히 두개골 형상 100개로 구성된 <매스>같은 작품이 선박을 통해 태평양을 건너온 여정을 상상할 때, 전시는 그 자체로도 엄청난 모험임을 느끼게 한다. 전시를 기획한 홍이지 학예사를 개관 전의 조용한 전시실에서 만났다.
▷이번 전시의 폭발적인 인기를 예상하셨나요? 어떤 점이 그렇게 관객을 모은다고 생각하세요?
"예상보다 큰 인기에 다소 놀랐습니다. 감사함과 기쁨을 느끼는 동시에 기획자로서 많은 깨달음을 얻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이 그간 조각 매체의 거장을 이번처럼 집중적으로 조명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30년간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 론 뮤익의 회고전을 통해 현대 조각의 흐름과 변화의 궤적을 보여주고자 했어요. 이 전시를 통해 입체 조각이 전달하는 압도적인 감각적 힘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죠. 전시장에서 회화를 감상할 때는 가만히 서서 감상하다가 사진 한 장 찍고 옆 공간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조각 작품은 관객의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어요. 작품을 보며 다가가면 처음에는 ‘이 눈썹이나 머리카락, 수염이 어떻게 표현된 걸까?’하고 놀라면서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몸이 작품 주변을 두루 돌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론 뮤익은 작품을 보는 관객의 동선이나 바디 랭귀지 같은 것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요. 그의 관점은 관객의 몸과 마음이 작품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적 경험을 중시하는 데에 있어요.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작품과 관객의 소통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았어요. 현대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의 어려움이 있잖아요. 작가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은 ‘다른 사람들은 느끼는데 나만 못 느끼나?’하는 혼란을 겪기도 하고, 작품에 대한 설명글을 읽어도 ‘이게 무슨 의미지?’ 하는 고민이 생기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전시에서는 작품 근처에 벽 텍스트를 배치하여 설명이나 배경을 안내하지만, 이번에는 과감히 없앴어요. 이는 작가 론 뮤익의 요청이기도 했어요. 그가 걱정했던 것은, 텍스트가 작품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줄 가능성이었죠. 이번에 관람객들의 민원도 없었고, 오히려 작품이 주는 느낌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의 의도가 잘 반영된 것 같아요."
▷이번 전시는 론 뮤익이 30여 년간 발표한 48점 중에서 중요한 작품 10점을 선별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회고전입니다. 여러 나라의 기관과 컬렉터로부터 작품을 대여해 한자리에 모은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하는데요, 10점을 선정한 기준이 궁금합니다.
"먼저, 론 뮤익의 카탈로그 레조네(작가의 모든 작품을 연대순 또는 주제별로 정리한 작품집)를 참고하며, 반드시 봐야 하는 작품, 시기별 대표작, 작품의 중요성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후에는 실제로 서울에 가져올 수 있는 작품들을 섬세하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했어요. 이는 작가가 1996년부터 2023년까지 48점만을 제작했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작품이 ‘Edition 1/1’로 표시된 것처럼 별도의 복제본이 없는 유일무이한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작가가 유럽 미술계에서 활발히 활동했기 때문에 작품의 소장처도 대부분 유럽에 집중되어 있어요.
48점 가운데, 2025년 4월 전시 시작과 7월 종료 일정에 맞춰 대여가 가능한지 점검하는 작업을 하나씩 수행하며 선정 기준을 세웠습니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제작된 작품들은 재료와 이음새 부분이 달라, 상태가 예민한 경우가 많았어요. 비행기와 배를 통한 운송 과정에서 소장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당연했지요. 결과적으로, 운송비, 작품 상태, 전시 준비와 철수 일정 등을 고려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이때 운 좋게도 이번 전시를 공동주최한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이 지난 20년간 론 뮤익을 후원하고 그의 작품을 다수 소장하고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여러 중요한 작품들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특히,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 소장품전 ‘하이라이트’에서 론 뮤익 작품이 큰 인기를 끌었던 경험이 계기가 되었죠. 재단은 운송비 지원을 통해 론 뮤익 작품들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이게 도와주겠다고 제안했고, 결국 전시를 열 수 있었어요. 재단이 아니었다면 특히 <매스>(2016-2017) 같은 작업을 선보이기는 어려웠을 거예요."
▷<매스>는 각각 1미터가 넘는 해골 모형 100개를 불규칙하게 쌓아 올린 작품으로, 전시되는 공간마다 다르게 설치됩니다. 이전까지의 작품들이 완결된 서사를 지닌 것과 달리, <매스>는 전시 공간에 따라 매번 새로운 성격이 더해질 수 있는 작품이에요. 2023년 프랑스 파리 까르띠에 재단 전시와 이탈리아 트리엔날레 밀라노 전시에서도 수평으로 설치되었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최초로 수직적인 설치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5전시실의 천장 높이가 10미터가 넘는 공간에 ‘매스’를 설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번 설치는 미술관의 건축적 특성을 활용해 새로운 의미와 맥락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시도였어요. 2016년, 작가가 파리와 로마의 카타콤 지하 무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 이전까지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크거나 작게, 자기만의 스케일로 형상화했었지만, 무덤을 보고 난 후에는 존재의 개별성을 넘어 집단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 생각이 구체화되어 ‘Mass’라는 작품으로 탄생하였고, 현재 이 작품이 설치된 5전시실은 약 14미터에 달하는 공간입니다. 작가에게 영상으로 전시실을 보여줬을 때, 검정 시트지와 블라인드로 가려진 창을 가리키며 “저 밖에 뭐가 보이느냐”고 물었어요. 하늘과 나무가 보인다고 하자, 그 창문을 보여주자는 제안을 했어요. 그러면 관람객들은 먼저 작품의 스펙터클에 놀라다가, 창문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가 지금 지하에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으며 더 깊은 몰입을 할 수 있다는 거죠. 밀폐된 미술관 공간에서도 자연광과 바깥 풍경을 통해 감상을 환기시키는 아이디어는 매우 매력적이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은 원래 국군기무사령부였으며, 5·6 전시실 자리는 과거 국군서울지구병원 내 박정희 대통령이 사망 선고를 받은 영안실이 있던 자리입니다. 또한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 수도 육군병원, 1900년대 초반에는 경성의학전문학교가 자리했고, 조선시대에는 전염병 환자들이 한성 밖으로 쫓겨나던 길목이었죠.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이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카타콤의 축적된 시간과 연결되면서, 타임라인이 길어지고 그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매스> 설치 작업이 매우 까다로운 문제였기 때문에, 영국 와이트 섬에서 작업하는 작가를 직접 만나러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론 뮤익은 전시 오프닝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거나 인터뷰도 거의 하지 않는 은둔형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직접 만나보니 어땠나요?
"지난해 11월에 다녀왔는데, 런던 패딩턴 역에서 기차를 타고 약 4시간이면 남단에 위치한 포츠머스라는 항구도시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와이트 섬으로 가는 페리를 타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려요. 그 여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왜 그가 와이트 섬에서 살며 작업하는지 이해하게 되었죠. 와이트 섬은 제주도와 비슷해요. 섬 중앙에 높은 산이 있고, 그는 제주시 서귀포 쪽에 사는 것처럼 페리 선착장에서 택시를 타고 일방통행 길을 따라가야 했어요. 중간에 소 떼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느라 30여 분간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웃음)
그가 굉장히 내성적이고 사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그것도 기우였어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직접 구운 케이크를 든 채 우리를 환하게 맞이했고, ‘여기 살면서 손님이 거의 없어서 누군가 찾아오면 매우 기뻐한다’고 하셨죠. 물론 어떤 작가든 그렇겠지만, 론 뮤익의 작업은 특히 높은 몰입도를 필요로 합니다. 런던에 있을 때는 작업에 집중하려 하면 전화가 오거나, 누군가 방문하거나, 특히 페어 기간에는 스튜디오 방문도 잦아서 작업에 집중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충분한 작업 시간이 있었기에, 매우 적극적으로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의 작업실에는 그리스와 르네상스 시대 조각 관련 서적들이 가득했어요. 거의 어시스턴트 없이 고전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분이지만, 첨단 기술도 활발히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스케치와 목업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내는 것도 놀라웠고요. 여가 시간에는 매일 바다 수영을 하거나, ‘버딩’이라고 부르는 새 탐조 활동을 즐기며, 자연과 교감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신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흥미로운 일상을 공유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전시의 작품 배치는 연대기적 순서가 아닌, 관람객이 작품에 시선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접하고 떠날지를 세심하게 고려한 것 같아요. 특히 전시를 준비하면서 협력 아티스트인 찰리 클라크,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의 키아라 아그라디, 그리고 큐레이터님 세 분이 많은 대화를 통해 전시를 구상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은 정말 흥미롭고 유익했습니다. 론 뮤익이 현실의 지각을 넘어 몽상, 꿈, 망상, 신화, 전설 등에 깊은 관심을 두는 작가라는 점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세심하게 짜인 시퀀스를 구성했어요. 전시 입구에는 그의 자소상 <마스크 II>(2002)를 배치하여, 그의 꿈속에 등장할 법한 <나뭇가지를 든 여인>(2009)을 연상시키고자 했죠.
다음으로, 잠에서 깨어난 것인지 아니면 잠에 들기 직전의 상태인지 알 수 없는 여인이(<침대에서>) 꿈에서 만나게 될 <치킨/맨>(2019)이 이어지는 방식이죠. 작품들이 서로의 시선이나 위치에 따라 살짝씩 어긋나 있어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작품을 따라 시선을 돌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전시 공간 안에서 움직이게 되는 설계입니다. 이런 배치는 관람객의 경험 속 스토리라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것으로, 작품을 통해 숨겨진 메시지와 상호작용을 보다 흥미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내려는 노력이었어요."
▷개인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5, 6전시실은 아티스트에게 전시를 펼치기 어려운 공간일 수도 있지만, 이번 론 뮤익 개인전에서는 이러한 레이아웃이 오히려 전시 구성과 완벽히 어우러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어두운 분위기의 6전시실에서 <배에 탄 남자>(2002)를 보았을 때, 마치 검은 배를 타고 황천길을 떠나는 듯한 신비로움이 느껴졌어요.
"5전시실에서는 작가의 주요 작품들을 정제되고 섬세하게 조율된 형태로, 즉 완벽한 컨디션의 전시장에서 선보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각도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조절하여 8점의 조각 작품을 배치하려고 노력했죠. 반면에 6전시실은 작가의 내면 혹은 드러나지 않은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backdoor’ 역할을 하도록 기획되었어요. 이를 위해 <배에 탄 남자>(2002)와 <어두운 장소>(2018) 두 작품을 배치했는데, 특히 <어두운 장소>는 작품 중 유일하게 관람 방식을 강제하는 작품입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한 사람씩 관람하는 방식이죠. 이러한 구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줄이 형성되기도 합니다.
<배에 탄 남자>는 초기작으로, 바다에서 발견한 배를 모티프로 시작된 작품입니다. 이 배가 누구의 것인지, 왜 버려졌는지, 또는 작가 자신이 그 안에 탄다면 어떤 모습일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하면서 탄생한 작업이에요. 론 뮤익은 1958년 호주 멜버른에서 태어나 장난감 인형 공장을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어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그림을 그리고 인형과 함께 이야기를 꾸미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요. 그의 커리어 출발은 영화나 TV에서 사용되는 소품 인형 제작자였어요. 그는 영국에 이주해 마네킹 제작으로 성공적인 회사를 운영했는데, 우연히 장모님이던 화가 파울라 레고의 제안으로 레고 작품 속 피노키오를 인간 형상으로 제작하게 된 것이 큰 전환점이었어요. 이 작품이 영국의 컬렉터 찰스 사치의 눈에 띄어 컬렉션 전시 ‘센세이션’에 초대되면서, 미술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었으나, 그는 그만큼 미래를 향한 고민과 불안, 기대와 비전을 품었을 것입니다. 5전시실의 스펙터클한 작품 대비, 6전시실의 매력은 내면에 자리 잡은 고요하고 깊은 시선이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집중력에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 프랑스 사진가 고티에 드블롱드가 25년간 론 뮤익의 스튜디오를 기록한 영상과 사진 작업을 선보인 것은 매우 의미 있게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40여 분에 달하는 영화 <스틸 라이프: 작업하는 론 뮤익>을 통해 작가의 창작 과정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는데요, 이 결정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궁금합니다.
"한국에서는 그의 첫 개인전이기에,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클 것이라고 예상되어 드블롱드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중 두 편을 선별해 상영했어요. 특히 ‘정물’이라는 제목의 <스틸 라이프>는, 25년간 론 뮤익과 드블롱드의 긴밀한 우정과 이해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카메라의 시선을 관객이 따라가다 보면, 작가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죠. 론 뮤익은 엄청난 기술력으로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조각을 만들어내는 데 명성을 떨쳤습니다. 그러나 그의 작업 과정을 더 깊이 알게 되면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숨은 과정과 그의 몰입 방식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해요. 영상에는 대사 대신, 작가가 시작부터 끝까지 직접 개입하며 몰입하는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어요. 거의 무성 영화처럼 느껴질 정도예요. (웃음) 자주 틀어놓는 라디오 소리와 침묵이 섞인 정적은, 그의 집중력과 배려를 보여줍니다. 그럴싸한 결말 없이 계속 작업하다가 끝나는 48분짜리 영상을 보고 나면 왜 그는 이 일을 계속하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이해하게 됩니다. 반복적인 손짓과 움직임이 명상하듯 느껴지는데, 바로 이것이 그의 철학과 태도를 보여주는 핵심 장면이에요.
론 뮤익은 이미 60대 중반을 넘어섰기 때문에, 한 작품에 몇 달 또는 몇 년이 걸리는 그의 작업 속도를 고려하면, 앞으로 남은 작품은 많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는 일상적 반복 속에서 예술적 즐거움을 찾으며, 오늘날 셀럽과 럭셔리 브랜드에 집중하는 시대와는 달리, 수행적이고 몰입적인 작업을 계속해 나가고 있죠. 큐레이터의 특권으로서 아직 미술관이 문을 열기 전인 오전 9시 무렵, 조용히 영상을 보는 시간에는 늘 이런 생각이 들어요. 창의성은 갑자기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루할 만큼 반복하는 과정 속에서 뜻밖의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고, 그치지 않는 성실성이 그의 창조력을 만든다는 것. 드블롱드가 말했듯, 매일 같은 작업을 해도 절대 지루해하지 않는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바로 그 ‘이상할 만큼의 성실성’이 론 뮤익의 진정한 창조력의 비밀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안동선 프리랜서 미술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