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숙인을 여러 차례 폭행해 엿새 뒤 빨래방에서 숨지게 한 50대 남성이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내려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11부(오창섭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폭행 혐의로 노숙인인 5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의정부시 의정부역 앞 공원에서 지인 B씨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같은 노숙인인 50대 남성 C씨의 얼굴과 복부를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피해자 C씨는 사건 발생 엿새 뒤인 20일 오후 의정부동의 한 빨래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시 현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C씨가 홀로 빨래방에 들어와 의자에 앉은 뒤 엎드린 채 숨진 장면을 확인했다.
당초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될 뻔했지만, 경찰은 사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고 ‘몸통 둔력 손상에 의한 사망’이라는 타살 소견을 전달받아 수사를 확대했다.
이후 노숙인인 A씨와 B씨를 차례로 검거했다. 수사 결과, 피해자 C씨는 휴대전화를 분실한 뒤 처음 본 A씨와 B씨에게 “당신들이 가져간 것 아니냐”는 말을 반복하며 따라다녔고, A씨 등은 이를 귀찮게 여겨 C씨를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B씨와 공동으로 폭행을 저질렀으며, 그 가담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며 “폭행이 피해자의 사망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보여 그 책임을 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피해자가 생전에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고, 피해자의 언행이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이 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공동 피고인 B씨는 재판 중 정신감정 절차 등으로 사건이 분리돼 따로 심리되고 있으며, 현재 공판이 계속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