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헌 산림복지진흥원장 인터뷰
전국에 무장애나눔길-나눔숲 조성… 복권기금 사업평가 5년 연속 ‘1위’
올해 30만 명 대상 산림치유 사업… 숲 체험 ‘늘봄학교’ 379학급 운영
‘숲요양원’ 등 통합 서비스도 검토
16일 대전 서구 산림복지종합교육센터에서 만난 남태헌 산림복지진흥원장은 향후 10년을 내다보는 산림 복지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산림복지진흥원은 2016년 개원해 올해로 10년 차를 맞았다. 남 원장은 저출산과 지역 소멸, 고령화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영역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산림을 통해 아이 낳기 좋은 환경을 만들고, 초고령사회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 영역과의 균형을 전제로 숲산후조리원, 숲요양원, 숲요양병원 같은 새로운 통합 모델도 제안했다. 우리 고유의 명상·치유문화와 산림자원을 결합한 ‘K휴양치유’ 모델을 세계 시장에 소개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센터 개소 소감을 말해 달라.
“센터는 전국 산림복지전문가 3만7000여 명에게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는 거점이다. 2만6665㎡의 부지에 본관동, 교육동, 숲속도서관이 들어섰고, 이 중 본관동은 국내 최고 높이(27.6m)의 7층 목조건축물이다. 기존 건축법상 높이 제한(18m)이 사라진 후 지어진 첫 사례로 탄소 1328t 이상을 절감했다. 내진·내화 설계는 산림청, 산림과학원, 관련 학계와 기술사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과 함께 해결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은 물론이고 민간까지 목조건축 활성화를 확산시키겠다.”―복권기금 사업 평가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
“복권기금으로 녹색 인프라 확충 사업과 숲 체험 교육 지원 사업을 한다. 두 사업 모두 우수를 받아 법정 배분 사업 수행기관 총 10개 중 5년 연속 종합 1위를 했다. 전국에 무장애나눔길 152.5km, 도시숲 27만714㎡, 복지시설 내 나눔숲 236만8000㎡를 조성했다. 대상자 특성과 지역 여건을 반영해 심리·정서 회복을 돕는 체험과 교육을 안정적으로 운영한 점이 좋은 평가로 이어졌다.”
―올해 주목받은 사업은 뭘까.“늘봄학교를 꼽고 싶다. 진흥원은 초등학교 1학년 교과과정을 연계해 자연에서 놀며 체험할 수 있는 국산 목재 공예 프로그램을 포함해 52개 숲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했다. 전문 강사도 351명 키워냈다. 늘봄학교는 학교 측에서 신청하는데 올해 참여 학급 수는 379개로, 지난해보다 255개 늘었다. 고학년, 특수학생 등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도 개발해 대상층을 넓힐 예정이다. 562개 정부 사업 가운데 운영 실적 1위를 기록하며 교육부 장관 표창도 받았다.”―현재 역점을 두는 사업은 무엇인가.
“산림치유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기존의 건강 유지 중심에서 질병 이후 회복을 돕는 방향으로 외연을 넓혔다. 암 생존자의 건강 회복, 은둔형 외톨이 대상 사회적 처방, 산재 근로자의 심리 재활,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 등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30만여 명이 산림치유 서비스를 받을 예정이다. 3월 대형 산불 당시에는 진화대원과 피해 주민 1만 명에게 심리 회복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재난 회복 분야에도 계속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산림복지가 지향하는 방향은 무엇인가.
“올해 신년사에서 산림복지 새로운 10년을 제시했다. 앞으로 10년은 생활 밀착형 산림복지를 구축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생애주기별로 산림치유·교육·돌봄 서비스를 촘촘히 제공하고, 장애인·노인·산재 근로자 등 사회적 배려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고령화 시대에 맞춰 통합 치유 서비스를 지원하고 임신, 출산, 육아를 아우르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늘리겠다. 늘봄학교와 연계해 산림교육을 하고, 장애인이나 위기 청소년을 위한 교육에도 힘쓰겠다. 산림복지전문업 기반을 구축해 일자리와 임업인 소득도 함께 높여야 한다. 결국 산림을 매개로 보건·복지와 통합된 치유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우리만의 ‘K휴양치유 문화’를 세계화할 것이다.”
―산림복지의 구체적 방안을 설명해 달라.“민간사업과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공공이 역할을 보완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임산부나 노인처럼 보살핌이 필요한 계층을 위한 두터운 복지를 산림 기반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도심에 몰려 있는 산후조리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숲산후조리원을 제안했고, 요양원·요양병원과 연계한 숲 프로그램 운영도 고려하고 있다. 초고령사회로 가는 상황에서 돌봄 수요가 급격히 늘면 사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제도권 안에서 산림이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야 한다. 산후조리원이나 요양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산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K휴양치유’ 세계화는 어떤 의미인가.
“공간만 있으면 가수나 연예인이 공연을 하듯, 숲만 있으면 숲에서 쉬면서 치유할 수 있는 우리만의 콘텐츠를 세계 어디서든 실현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고유의 명상, 치유 문화와 산림자원을 결합해 음식이나 문화처럼 우리나라를 알리는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것이다. 숲 휴양치유를 세계로 넓히면 새로운 가치와 성장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캄보디아 등 해외 산림자원을 활용한 K휴양림 조성 사업과 K명상 힐링 프로그램 세계화 작업도 검토하고 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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