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현장 달려간 故 김관홍 잠수사… 우리는 그를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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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다호랑이’ 25일 개봉

“사람들은 다 잊은 것 같아요.”

‘경수’(이지훈)는 심리상담사 앞에서 담담히 말한다. 그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시신을 수습했던 민간 잠수사다. 사건 이후 매일같이 교복 입은 학생들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렸다. 수면제를 먹고 소주를 마셔도, 유가족의 울부짖음은 지워지지 않는다.

25일 개봉하는 영화 ‘바다호랑이’(사진)는 고(故) 김관홍 잠수사(1973∼2016)를 다룬 작품이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 참사 직후 민간 잠수사로 자원해 구조 활동에 나섰으나, 잠수병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리다 2016년 세상을 떠났다. 원작은 김탁환 작가의 장편소설 ‘거짓말이다’(2016년·북스피어). 영화 ‘말아톤’(2005년)의 정윤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는 참사 이후 김 잠수사의 삶을 회상 형식으로 풀어낸다. 참사 당일 잠수사들끼리 술을 마시던 그는 침몰 소식을 듣고 곧장 바다로 향한다. 이미 아수라장이 된 사고 현장, 위험하다는 동료의 만류에도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든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영화에서 단 한 번도 실제 바다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은 모두 ‘파란 조명’이 비치는 실내에서 촬영됐다. 물 한 방울 없이 조명과 음향, 그리고 배우의 몸짓만으로 잠수사의 시선을 재현한 연출은 실험적이면서도 강렬하다. 물론 제작비 약 7000만 원으로 만든 작품이다 보니 다소 거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참사의 기억을 민간 잠수사의 시선에서 생생한 날것으로 풀어내 더 가슴을 파고든다.

배우 이지훈은 16일 간담회에서 “누구나 각자의 아픔을 안고 살아간다. 타인에게 그 아픔이 사소해 보일 수 있어도, 당사자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김 잠수사의 고통을 거짓 없이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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