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진통제 등 非프로포폴 처방… 3년간 8만3585건 중 99.5% 달해
의사들 금지규정 없어 맘대로 처방
일부는 명의 도용-진료기록 위조… 마약중독 상태서 진료-수술하기도
“일반인보다 처벌규정 강화” 지적
의사들의 의료용 마약류 셀프 처방 문제가 심각해지자 올해 2월부터 의사들의 프로포폴 셀프 처방이 금지됐다. ‘셀프 처방’이란 의사가 본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의약품을 직접 처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동아일보 취재 결과 의사들이 실제로 셀프 처방하는 마약류의 대부분은 프로포폴이 아니라 다른 성분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 셀프 처방 99.5%는 非프로포폴
2월부터 시행된 개정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에 따르면 의사와 치과의사 등 마약류 취급자는 프로포폴을 자신에게 처방 및 투약할 수 없다. 현행법상 의사의 셀프 처방이 금지된 약물은 이 프로포폴뿐이다.
문제는 전체 셀프 처방 건수에서 프로포폴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0.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다른 성분의 마약류라는 점이다. 총 8만3585건의 셀프 처방 내역 중에서 프로포폴은 389건에 불과했다. 졸피뎀 등 최면진정제류가 3만1507건(37.7%)으로 가장 많았다. 항불안제 2만8581건 등 프로포폴 외 다른 의료용 마약류 처방 건수가 99.5%(8만3196건)에 달했다. 이 같은 다른 마약류는 현행법상 셀프 처방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 명의 도용-중독 상태서 수술도… “처벌 강화해야” 일부 의사들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를 도용하거나 진료기록부를 위조해 셀프 처방을 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2022년 자격이 정지된 한 의사는 자기 할머니 명의로 총 75회에 걸쳐 스틸녹스정 1629정을 처방해 투약했다. 이 약물은 수면제의 일종으로 졸피뎀이 주성분이다. 2020년에 자격정지가 된 또 다른 의사는 2005~2017년 12년 동안 49회에 걸쳐 5명의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졸피뎀 계열 수면제와 스틸녹스정을 셀프 처방했다. 이들은 진료기록부 위조로 면허가 정지됐다.올 2월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60대 의사와 의원 관계자 14명, 투약자 100명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 이 의사는 2021년 7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레미마졸람, 프로포폴 등 마약류를 총 1만7216회나 자신이나 다른 이들에게 처방해 투약하고 41억4051만 원을 대가로 받았다고 한다. 마약류 중독 상태에서 수술, 진료를 한 의사들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마약류 중독으로 지난해 1월부터 치료보호를 받은 의사 B 씨는 치료보호가 종료되는 7월까지 총 44건의 치료행위를 하다 적발됐다. 2023년 감사원에 적발된 마취과 전문의는 펜타닐 중독 상태에서 2회 의료행위를 했다.
셀프 처방이 설령 적발돼도 처벌 수위가 약한 점이 문제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의사와 치과의사 등 마약류 취급자가 케타민 등 마약을 불법으로 취급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반면 의사가 아닌 일반인, 즉 마약류 비취급자가 이를 불법으로 취급하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약물 관리책임이 큰 의사가 도리어 더 약하게 처벌받는다.
전문가들은 마약류 취급자의 범법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고 규제 대상 약물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범진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학대 교수)은 “의료용 마약류로 지정된 약물들은 중독성이 있어 오남용 우려가 큰 약물들인데 이를 셀프 처방하는 것은 의사 본인의 중독 위험뿐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며 “프로포폴뿐만 아니라 순차적으로 셀프 처방 자체를 규제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캐나다와 호주에선 의사의 마약류 오남용을 막기 위해 셀프 처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등 관련 규제가 시행 중이다. 의사 출신인 서 의원은 “마약류 취급자의 과도한 셀프 처방은 마약류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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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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