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로 칼비노 ‘보이지 않는 도시들’ 중
실은 이 뒤로 이어지는 문장들이 진짜다. 현존하는 지옥에서 벗어나는 두 가지 방법을 말하는 구절이 나오기 때문이다. 단테 이후로 우리는 지옥이란 ‘이곳에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리라’는 장소임을 익히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옥은 증오, 차별, 기후변화, 전쟁 등 여러 이름을 갖고서 도처에 존재한다. 어쩌면 지옥이 일상의 일부인 셈이다. 그런데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이 있다고?
그것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실천하고 있다. 주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미는 행위로써.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며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는 마음으로써. 그건 지구의 시각에서 보면 달팽이가 한 걸음 앞으로 전진하는 정도로밖에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선한 마음을 갖고 다정한 온기를 나누고 싶어도 인류 문명사에서 언제나 대립과 약탈이 큰 비중을 차지해 왔으며 그것이 생존과 진화의 요건이기까지 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그렇다.그럼에도 사람들은 큰 기대나 낙관 없이, 비록 전체 역사에서 제자리걸음처럼 보이더라도, 나아가기를 그치지 않는다. 내민 손을 쉽사리 거두지 않는다. 오늘의 인류가 아직 버티고 있는 것은 이 땅에서 지옥이 차지하는 범위를 조금이나마 줄여 나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에 빚지고 있어서일 터다. 그리하여 우리는 환난의 일상에서도 가끔 작은 기적을 마주하곤 한다. 비록 한때의 빛이며 금방 꺼지거나 잊히더라도, 그 순간만큼은 이 땅에 이미 도래한 것이 지옥만 있지는 않음을 믿어보게 된다. 오늘 우리가 누리고 있는 사회의 좋은 부분은 오랜 과거에 자신을 불쏘시개 삼은 이들이 만들어낸 미미한 기적이 누적된 결과임을, 이 문장을 통해 상기하곤 한다.
구병모 소설가·‘파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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