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1년 만에 금감원 주채무계열 재편입… “차입 줄었지만 한도 늘린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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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주채무계열 기업 재편입
더현대 광주 등 대형 사업 앞두고 한도 상향

현대백화점그룹이 1년 만에 다시 주채무계열로 편입됐다. 그룹의 부채비율이 50%대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의 별도 관리 대상이 된 데에는 실제 차입금이 아닌 은행과의 거래 구조상 ‘신용공여’ 규모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이 2024년 주채무계열에서 제외된 지 1년 만에 올해 다시 지정됐다.

주채무계열은 은행과의 금융 거래 규모가 큰 대기업을 선정해 해당 기업의 대표 채권은행이 매년 재무구조를 들여다보고 관리하는 제도다. 기업의 재무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필요할 경우 재무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단순히 ‘위험하다’는 평가라기보다는 ‘규모가 크니 미리 들여다보자’는 성격에 가깝다.

금융당국은 총차입금이 전전년도 국내총생산(GDP)의 0.1% 이상이고, 은행권의 신용공여 잔액이 전전년 말 전체 기업 신용공여의 0.075% 이상이면 해당 기업집단을 주채무계열로 지정한다. 신용공여는 기업이 실제로 은행에서 빌린 대출금뿐 아니라 필요할 때 빌릴 수 있도록 설정해 둔 ‘대출 한도’나 ‘보증’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3년 처음 주채무계열로 지정됐다. 30대 그룹 중 비교적 늦은 편입으로 그간 보수적인 재무운영 기조를 유지한 덕분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후 2024년에는 총차입금을 줄이면서 관리 대상에서 빠졌지만 1년 만에 다시 지정되며 이례적인 사례로 주목받았다.

재계에서는 이번 지정이 재무 건전성 악화 때문이 아니라 그룹의 사세 확장과 인수합병 추진에 따른 자산 증가와 함께 불확실한 경기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 전략의 결과로 보고 있다. 기업이 차입금을 늘리진 않았지만, 은행과의 대출 한도나 보증 설정 규모가 커지면서 신용공여액이 지정 기준을 넘겼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현대백화점그룹의 자산은 22조18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0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3조2398억 원에서 2조9985억 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공여는 실제 돈을 빌렸는지 여부와는 다르다”며 “대출 한도나 보증만 있어도 은행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 수 있다”고 말했다.현대백화점그룹은 업계에서도 재무 안정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자료에 따르면 자산총액 기준 24위인 현대백화점그룹의 부채비율은 51.2%로, 롯데(115.8%)나 신세계(93.8%) 등 동종 대기업에 비해 크게 낮다.

신용등급도 유통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은 유통업계에서 유일하게 신용등급 AA+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홈쇼핑·현대그린푸드·한무쇼핑 등 주요 계열사들도 단기 신용등급 최고 등급인 A1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2024년 기준으로 주채무계열에 편입된 30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차 등 24곳에 달하며 이외에도 자산총액 5조 원 이상인 중견기업 11곳이 포함됐다. 금융지주 등 지정 제외 대상 2곳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요 대기업 집단이 해당 제도 아래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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