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식당에서 소주 ‘짠’… 한국 아니라 필리핀이라고?[동아리]

1 day ago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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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진로라이브’를 ‘삼겹살라맛’에서 진행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진로라이브’를 ‘삼겹살라맛’에서 진행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타가이(Tagay)!”

지난 19일 필리핀 마닐라의 한 식당에선 익숙한 광경이 펼쳐졌다. 필리핀 소비자들이 ‘타가이’를 외치며 소주잔을 부딪치고 있었다. 이들이 선택한 안주는 다름 아닌 삼겹살. 타가이는 한 잔의 술을 여러 사람이 돌려가며 나누어 마시는 필리핀의 전통적인 음주문화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건배’ 또는 ‘짠’ 의미로 통용된다.

사교적인 음주문화를 가진 필리핀에선 하이트진로의 ‘진로(JINRO)’를 중심으로 한국 소주가 이미 익숙한 술로 자리잡았다. 특히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필리핀에 70여개 매장을 보유한 대형 한식 프랜차이즈 ‘삼겹살라맛(Samgyupsalamat)’에선 소주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현지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리핀 리테일 및 부동산 산업 부문 1위인 SM그룹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SM마트에 진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과일소주 외에도 참이슬 오리지널, 참이슬 후레쉬 등 일반소주 제품의 비중이 높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필리핀 리테일 및 부동산 산업 부문 1위인 SM그룹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SM마트에 진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과일소주 외에도 참이슬 오리지널, 참이슬 후레쉬 등 일반소주 제품의 비중이 높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또한 필리핀은 다른 동남아 소주시장과 다른 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동남아 국가들은 과일소주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반면 필리핀은 일반소주를 더 선호하는 모양새다. 2021년까진 과일소주 제품의 비중이 더 높았으나, 지난해에는 일반소주가 약 68% 비중을 차지하면서 역전했다.이날 ‘삼겹살라맛’에서 만난 현지 소비자 랄리(Lalli) 씨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워낙 많아 호기심에 접하게 됐다”며 “개인적으론 ‘진로 후레쉬’를 제일 좋아한다”고 밝혔다. 동석한 골디(Goldi) 씨도 “친구들과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파티할 때 소주를 즐겨 마신다. 특히 삼겹살과 소주 조합을 좋아한다”며 “한 달에 4~5번 정도는 소주를 사서 마신다. 한 번 마실 때 5명이서 8~9병은 마신다”고 했다.

“소주와 음악이 흐르는 밤”… 필리핀 MZ도 반했다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진로라이브’를 ‘삼겹살라맛’에서 진행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진로라이브’를 ‘삼겹살라맛’에서 진행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이날 ‘삼겹살라맛’에선 하이트진로가 국내에서 10년간 운영한 브랜디드 콘텐츠 ‘이슬라이브’를 필리핀 문화에 맞게 현지화한 ‘진로라이브’를 볼 수 있었다. 특히 필리핀 MZ세대가 즐기는 ‘비디오케(Videoke, 노래방)’ 문화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이날 ‘진로라이브’에는 필리핀 차세대 힙합 듀오 ‘GY(Gab&Yen)’이 출연해 음주 경험담을 공유하거나 술자리 게임을 선보였다. 마무리로는 비디오케 스타일 라이브 무대가 펼쳐졌다. 이들은 각자의 노래방 애창곡을 부르고, 현장 신청곡을 즉석에 부르면서 관객과의 정서적 교감을 이끌어냈다.

하이트진로는 ‘진로라이브’가 단순한 술 예능을 넘어 필리핀 대중문화 안에서 진로가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콘텐츠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또한 한식과 소주, 노래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브랜드 친밀도를 높이고, MZ세대를 겨냥한 현지화 마케팅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필리핀의 대표적인 커피 체인 ‘But First, Coffee’와 협업해 칵테일 음료 시리즈를 선보였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필리핀의 대표적인 커피 체인 ‘But First, Coffee’와 협업해 칵테일 음료 시리즈를 선보였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예컨대 지난해에는 필리핀의 대표적인 커피 체인 ‘But First, Coffee’와 협업해 칵테일 음료 시리즈를 선보였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알려진 필리핀에서 새로운 음주 트렌드인 ‘팀프라도(Timplado)’를 접목해 소비 접점을 확대한 것. 팀프라도는 소주에 탄산음료, 주스, 커피, 우유 등을 혼합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즐기는 믹싱 문화다. 하이트진로는 올해도 필리핀 경제 중심지이자 최대 유흥 지역 중 하나인 마카티 기반의 커피 브랜드 ‘Wideye Coffee’와 협업해 현지화 전략을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주류코너에도 소주 가득… 필리핀 애주가들의 선택.

필리핀 마닐라의 한 마트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진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필리핀 마닐라의 한 마트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진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필리핀 대표 도매형 할인점인 ‘퓨어골드(Puregold)’ 파라냐케점 매장에선 다양한 소주 제품들이 주류코너 중심에 진열돼 있다. 이곳은 하이트진로가 내세운 글로벌 전략 ‘진로의 대중화’를 위한 핵심 유통망이다.필리핀 리테일 및 부동산 산업 부문 1위인 SM그룹이 운영하는 대형마트 SM마트와 코스트코(Costco) 스타일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 주류코너에도 진로 제품이 자리하고 있다. 특히 S&R에선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시음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재크(Jacp) 씨는 과일소주보다 일반소주를 선호하며, 탄산음료나 이온음료, 요구르트 등 다른 음료와 섞는 방식으로 즐긴다고 했다. 그가 꼽은 진로의 장점은 ‘편하게 마실 수 있다(Easy to Drink)’는 것. 그는 “진로는 브랜디나 데킬라 같은 다른 술보다도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 좋다”며 “묶음 판매 프로모션도 많아서 1병당 100페소(약 2500원)면 살 수 있다. 다른 술에 비해 저렴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코스트코(Costco) 스타일의 필리핀 현지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선 진로 시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코스트코(Costco) 스타일의 필리핀 현지 회원제 창고형 할인 매장 S&R에선 진로 시음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필리핀에서 나타나는 ‘소주 대중화’ 배경에는 하이트진로의 전략적인 유통 구조 전환이 있다. 기존 한인 중심 유통망에서 벗어나 현지 소매와 도매 유통을 확대하고, 필리핀 주류시장의 약 50%를 차지하는 대형마트와 식료품 전문점을 중점적으로 공략하고 있다.이를 위해 현지 유통사와도 긴밀한 협력 구조를 맺고 있다. 우선 현지 최대 주류 유통사 ‘프리미어 와인 앤 스피릿(Premier Wines & Spirits)’과 파트너십을 맺고 전국 400여 개 유통 거점을 기반으로 가정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현지 주류 유통 전문 업체 K&L의 창고에서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 유통하기 위해 진로 제품을 적재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현지 주류 유통 전문 업체 K&L의 창고에서 현지 한인 커뮤니티에 유통하기 위해 진로 제품을 적재하고 있다. 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교민이 운영하는 현지 주류 유통 전문 업체 K&L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필리핀 시장 진출 초기부터 거래한 이곳은 지역 중심의 한인 커뮤니티 및 현지 업소에 특화된 유통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강정희 K&L 대표는 “처음엔 식품 유통으로 회사를 시작했다. 식품을 유통하며 자연스레 소주를 취급하게 됐고, 한인 식당이 증가하며 가능성을 본 후 진로만 유통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한국인을 위한 술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지금은 현지 고객들이 먼저 찾는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필리핀 법인이 설립된 후 현지 마케팅도 성공적인 모양새다. 강 대표는 “지금은 현지 식품 대기업에서 하이트진로의 프로모션을 벤치마킹하는 사례까지 있다”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리핀을 글로벌 시장에서 ‘진로 대중화’의 방향성으로 삼고, ‘친근하고 재밌는 술’이라는 진로의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참여형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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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닐라(필리핀)=윤우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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