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유통 강자 실리콘투를 가다 “해외 물류 인프라 지속 확충 메리츠證 목표가 5만1000원 제시
매년 사상 최대 실적 경신 김성운 대표
K푸드·K팝 등 사업 시너지 노력
올 매출 1조·영업익 1800억 조준
호실적 지속 땐 올해 배당금 검토”
“해외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 화장품 업계의 쿠팡이 되겠습니다. 지속적으로 탄생하는 신생 K뷰티 브랜드를 전 세계로 연결시키겠습니다.”
김성운 실리콘투 대표(1972년생)는 지난 23일 기자와 만나 중장기 사업 계획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실리콘투는 한국 화장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코스닥 상장사(25일 시가총액 2조4438억원)로 올해 ‘1조 매출 클럽’에 도전하고 있다.
물류 센터 8곳 운영 … 해외 기업 3000여 곳에 화장품 수출
이 회사는 유통 사업 노하우를 기반으로 K뷰티 브랜드 역직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미국(캘리포니아, 뉴저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두바이, 폴란드, 베트남, 경기도 광주시 물류 센터(총 8개)를 활용해 세포라, 울타, 코스트코, 왓슨스 등 해외 기업 약 3000여 곳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유통 플랫폼이다. 본사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31 9층에 위치했다.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 K뷰티 사업자에게서 나온다.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소매 플랫폼과 디지털화된 주문 프로그램과 해외 바이어와 연계된 K뷰티 마케팅 등으로 고객 수요에 실시간 대응이 용이하다. 특히 입점 브랜드를 다양화하고 있는데 작년 톱10 브랜드별 매출 비중은 조선미녀 24%, 아누아 11.2%, 코스알엑스 7%, 라운드랩 4.5%, 토코보 4.2%, 티르티르 3.6%, 스킨천사 3.5%, 편강율 2.7%, 헤이미쉬 2.6%, 넘버즈인 2.3% 순이다.
김 대표는 “유통 강자 쿠팡이 한국의 물류망을 촘촘히 하고 무료 반품과 총알 배송 등 혁신적인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듯이 우리도 해외 물류 인프라에 공격 투자와 다양한 브랜드, 스토리 중심의 미디어 마케팅 등으로 성장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의 장점은 한국에서 물건을 편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며 “실리콘투도 글로벌 소비자들이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시간과 원하는 브랜드를 손쉽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화장품을 원하는 해외 기업 고객은 많은데 대형 거래처인 미국 월마트도 실제 물품을 받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기업 고객 접근성 및 편의성을 확보해 K뷰티와 상생하겠다”고 덧붙였다.
매년 사상 최대 실적 경신 … 삼성證 “올 영업익 2200억”
또 “글로벌 마케팅에 최적화된 콘텐츠 기획으로 다양한 중소 K뷰티 브랜드의 인지도 제고 및 성장에 기여하고, 물류 인프라 확충으로 올해 매출 1조원·영업이익 1800억원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실리콘투는 2021년부터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 중이다. 2021년 매출 1310억원, 영업이익 88억원에서 작년 매출 6915억원, 영업이익 1376억원으로 3년 만에 각각 427.86%, 1463. 64% 증가했다. 국가별 매출 비중은 미국 22.1%, 폴란드(유럽 포함) 13.1%, 한국 6.8%, UAE 5.7%, 인도네시아 4.9% 순이다. 1분기 매출 2457억원(전년 동기 대비 63.9% 증가), 영업이익 477억원(62.1% 증가)으로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은 유력해 보인다. 삼성증권은 올해 매출 1조1060억원, 영업이익 2200억원을 전망했다.
영업이익률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2021년 6.69%에서 작년 19.89%로 껑충 뛰었다. 이는 해외 물류 인프라 지속 확충과 규모의 경제로 인해 얻는 효과가 크다. 김 대표는 “2020년 K뷰티 업계 최초로 물류센터 AGV(무인운반차량) 도입 등 스마트 팩토리에 다가서고 있고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호감도가 높아져 가격 협상력도 세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해외 물류센터 공격 확장을 꾸준히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매출액 대비 운반비는 2022년 2분기 5.8%에서 작년 2%까지 계속 내려오고 있다.
특히 상품의 입고부터 재고관리, 분류, 배송과 사후 처리까지 모든 업무를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 ‘풀필먼트’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AGV 도입으로 인건비 절감 및 작업 효율화를 달성하고 체계적 재고 관리 및 배송 속도를 자신하는 것이다.
호실적이 지속될 수 있을지 묻자 “K뷰티는 계속 성장할 것이다”고 답했다. 그는 “2015년 중국 웨이브를 타며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이 수혜를 입었고 2023년부터 두 번째 웨이브가 와 에이피알, 달바글로벌, 브이티 등 실적 질주를 하고 있다”며 “큰 흐름에서 물결이 잠시 잠잠해지는 시기가 오겠지만 곧바로 세 번째 웨이브가 올 것 같다”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인도네시아나 중국의 화장품도 나쁘지 않은데 K컬처에 대한 글로벌 호감도 상승으로 K뷰티가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K뷰티 질주 이유는 한국 문화 호감도와 가성비
K뷰티 질주에 두 가지를 꼽았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김 대표는 “한국 화장품의 가격 포지션은 보통 15~25달러인데 프랑스 고가 브랜드보다 저렴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영향에서도 사실상 무풍지대라 볼 수 있다”며 K뷰티 경쟁력을 높게 봤다. 15달러 화장품에 10%의 관세를 매긴다고 해도 17달러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른 나라 화장품보다 가격도 낮고 성능도 좋은 한국산을 찾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우린 화장품 유통 플랫폼이기 때문에 물건을 사는 해외 바이어와 공급해 주는 한국 브랜드가 중요하다”며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수록 아직 뚫지 못한 해외 시장 개척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조선미녀 같은 인드 브랜드 성장이 실리콘투 실적과도 연결되는 셈이다.
또 “새로운 해외 지사를 열면 열수록 제품, 마케팅, 유통 사업 노하우가 더해져 보완된 시스템으로 수익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는 K푸드와 K팝 사업도 강화한다. 현재 1년 매출은 각각 100억원대라서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사업의 확장성을 위해 중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을 검토 중이다.
발란 투자는 실책 … “향후 철저한 사업 준비로 M&A”
실제 지난 3월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에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뼈아픈 실책이 됐다. 당시 실리콘투는 발란의 전환사채(CB)를 150억원에 인수한다고 공시했는데 1차 75억원 우선 투자, 나머지 75억원은 조건부 투자 방식이었다. 전략적 시너지를 위한 투자였지만 공시 후 발란이 입점사 정산 미지급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어 75억원 선 투자금액이 ‘휴지조각’이 될 위기에 있다.
이를 지적하자 “이탈리아 명품 비즈니스와 한국을 연계해 사업 다양화를 해보고 싶었다”며 투자 이유에 대해 답했다. 이어 “발란 사태로 명품 사업이 삐그덕거린 건 사실이다”며 “유통업과 관련된 사업은 꾸준히 공부하겠다”고 강조했다. 발란 사태로 한 번 얻어맞았기에 현재로서는 M&A에 거리를 두지만 향후 철저한 사업 준비로 회사 몸집을 불릴 만한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화장품 유통 플랫폼 사업 진입장벽은 낮아보인다. 이에 대해 “청담글로벌 등 경쟁사가 있지만 유통 인프라를 갖추고 해외 기업 고객들과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게 단시간에 되진 않는다”며 “생각보다 자본집약형 비즈니스라서 국내업체들과 경쟁보단 해외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현재 재고가 1800억원 정도 규모라며 600억~700억원 정도는 바다에 떠있을 정도다”고 사업 규모를 설명했다.
전 세계 68개국 인플루언서 3만여명과 협업해 K뷰티 콘텐츠를 기획하고 현지 팬미팅 행사 등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편강한방피부과학연구소(투자금액 3억원), 에이드코리아컴퍼니(13억원), 원앤드(4억원) 등 해외 진출 성공 가능성이 높은 회사에도 지분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다. 총 6개의 지분투자사 매출은 2018년 92억원에서 1235억원으로 커졌는데 실리콘투의 선구안을 증명함과 동시에 지분가치 또한 늘고 있다. 다만 투자 위험 요인으로는 트럼프의 갑작스러운 K뷰티 관세 폭탄 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지정학적 요소는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첫 인터뷰 1년 7개월 만에 … 주가 5배 뛰어
실적 우상향에 주가 또한 고공행진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가는 3만9950원으로 올 들어 22.17% 올랐다. 기자가 K뷰티 성장성에 주목해 김 대표와 첫 번째로 인터뷰한 2023년 10월 19일 종가(7890원)와 비교하면 406.34% 폭등한 셈이다. 당시 1억원을 투자했다면 1년 7개월 만에 잔고가 약 5억원으로 불어난 것이다. 주주환원책을 묻자 “올해 실적이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마무리가 된다면 배당도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어떤 회사로 만들고 싶냐는 질문엔 “장기 계획보단 단기 사업 기회 포착에 집중하고 있다”며 “매 순간 필요한 것들을 보충해 가는 형태로 사업을 하다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특히 “1년 계획도 사실 쉽지 않다”며 “우리나라가 경부고속도로가 뚫린 후 수출이 수월해졌고, 중국이 실크로드로 교역이 잘된 것처럼 K뷰티 유통 플랫폼 강자가 되기 위해 글로벌 물류 지도를 계속 그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K뷰티와 윈윈하겠다”고 덧붙였다. 장기 계획보단 그때그때 상황별 대응을 한다는 그의 MBTI는 INTP다.
총 주식 수는 6117만1908주로 김 대표(지분 31.47%) 외 특수관계인 16인이 지분 47.6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외국인 5.13%로 유통 물량은 사실상 50%가 안 된다.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 1499억원, 유형자산 1063억원 있다. 작년 말 부채비율 74.99%, 자본유보율 728.12%다.
현금서비스 400만원 받아 창업 … 반도체 유통→화장품 유통 질주
8000억원에 육박한 주식 부자인 그의 사회 첫발은 기륭전자였다. 디지털 셋톱박스와 디지털 라디오를 만드는 기업이었는데 2014년 상장 폐지된 뒤 지금은 폐업했다. 1999년 27세의 나이로 기륭전자 구매팀 직원으로 근무한 그는 1년 2개월의 경험을 쌓고 2001년 29세에 반도체 유통업에 도전한다. 현금 서비스 400만원을 받아 창업한 뒤 34세에 매출 500억원의 회사로 키운다. 2010년 애플 등 대형 IT 기업 위주로 산업이 재편되고 반도체 유통 설 자리가 좁아지자 2012년 화장품 유통에 승부수를 띄운다. 당시 삼성전자 반도체 유통 회사만 수백~수천개가 있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2000년대 초반 강남 테헤란로에는 IT 회사가 불야성이었다”며 “직원 30명이 있었는데 제2의 창업을 할까, 아니면 조그만 회사로 그냥 살아갈까 고민을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선택의 기로에서 젊은 나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건 새로운 도전이라 생각해 화장품 유통에 뛰어든다. 그는 “화장품 유통 사업 초기가 가장 힘들었는데, 반도체 유통업을 시작했던지라 양복을 입고 전국에 있는 화장품 도매상들을 다 찾아다녔다”며 “새로운 영역에서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특히 무작정 네이버 화장품 도매상을 검색해 상인들을 만나 영업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경험을 밑천으로 오늘 7691억원 주식 부자로 성장했다.
청춘들에게 인생 조언을 부탁하자 “해야 될지 말아야 될지 선택의 순간이 있다면 일단 하고 후회하세요. 일단 해보고 대신 안 되면 빨리 포기하세요. 빨리 포기할 줄 아는 로스컷(손절)도 중요한 경쟁력입니다”고 답했다. 또 “게임이 너무 재미있으면 집에서 컴퓨터 게임보다 현실 인생 게임도 재미있다”며 “항상 밖으로 나와서 해보는 도전 정신이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주주들에겐 “우리 회사를 믿고 투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실적으로 보답을 할 것이다”며 “올해 배당도 긍정 검토하는 만큼 장기적 안목에서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다만 고공행진하고 있는 주가는 여전히 신규 투자자에겐 부담스러운 구간이다. 그럼에도 증권사들은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는 실리콘투의 경쟁 우위로 상호 관세 이슈와 같은 돌발 상황에 더욱 빛을 발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관세 부과 이후 미국향 물량 공급이 순간적으로 주춤해진 경쟁자들과 달리 관세 부과 전 미국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재고를 확보해 놓은 동사는 즉각적인 단가 인상 없이도 영업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또 “안정적인 물량 공급이 가능한 실리콘투를 대형 고객사들이 더 선호하게 됐고 타 거래처를 이용하던 브랜드와 직진출을 노리던 브랜드들이 실리콘투를 다시 찾기 시작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대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유럽 매출 규모가 미국을 크게 넘어서면서 글로벌 외연 확대 기대감이 커졌다”며 “유럽에서는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중앙 아시아를 지나 남반부까지 한국 화장품 수출 증가세가 가파르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리콘투는 국내 최대 화장품 무역벤더로 K뷰티 글로벌 모멘텀을 당분간 그대로 흡수할 것이다”며 “2024~2027년 주당순이익 연평균 성장률 29%를 감안하면 부담없는 가격이다”고 평가했다. 그는 목표주가를 5만1000원으로 상향했는데 현 주가 대비 27.66% 상승 여력이 있다.
성남=윤현주 기자 hyun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