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불닭볶음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삼양식품과 초코파이를 내세운 오리온의 주가 각각 고공행진하고 있다. 해외 사업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반면 내수에만 집중한 식품기업들은 주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양식품, 2년만에 주가 '10배'로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초 유가증권시장에서 11만5000원 선이던 삼양식품 주가는 지난 23일 114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인공지능(AI)주도, 양자 기술주도 아닌데 단 2년만에 '텐베거(10배 오른 주식)'가 됐다. 1년 전에 비하면 주가가 두 배 넘게 뛰었다.
불닭볶음면의 세계적 인기로 올 1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덕분이다. 삼양식품은 올 1분기 연결 기준으로 매출 5290억원, 영업이익 1340억원을 냈다. 작년 1분기에 비해 각각 37%, 67% 급증했고, 당초 시장 예상 대비 각각 300억원씩 높다. 삼양식품이 1000억원이 넘는 분기 영업이익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기 영업이익률(25.3%)도 역대 최고를 찍었다.
해외 매출이 실적을 견인했다. 삼양식품 면스낵사업부의 1분기 해외매출은 2023년 1549억원에서 작년 2859억원, 올초 4104억원으로 급증했다. 2023년 1분기 64.3%였던 해외매출 비중은 올 1분기 80%까지 불어났다. 삼양식품은 “수출 지역을 다변화하면서 해외 매출 비중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는 이른바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주식)’로 등극한 삼양식품의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목표주가로 125만~145만원을 제시한 가운데 한화투자증권은 170만원을 제시했다.
초코파이를 판매하는 오리온도 비슷한 분위기다. 지난 1년간 주가가 20.09% 올랐다. 이 기업은 올 1분기 매출이 8018억원, 영업이익이 1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1%, 5% 늘었다. 내수 판매는 연간 1.6% 늘어난 데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중국 베트남 러시아 미국 등에 대한 수출 규모가 23% 증가했다.
내수 집중 기업은 주가도 영업이익도 '부진'
반면 해외 매출 비중이 낮은 기업 주가 추이는 정반대다. 대부분이 내수 침체로 직격타를 맞아서다. 여기다 원재료값 상승, 마케팅 경쟁, 환율 부담까지 겹쳐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두자리수씩 떨어졌다.
껌·과자,아이스크림 등을 판매하는 롯데웰푸드가 대표적이다. 내수 비중이 전체 매출의 약 92%에 달하는 이 기업은 지난 1년간 주가가 26.74% 빠졌다. 1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줄어드는 등 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내수 시장에서 유통 채널 경쟁이 심해진 와중 주요 원료 가격이 오르면서 마진 압박이 커졌다. 작년 1분기 약 3.9%였던 영업이익률은 올 1분기 1.7%로 반토막났다.
내수 비중이 89% 수준인 오뚜기도 지난 1년간 주가가 13.36% 내렸다.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1.5% 감소했다. 롯데칠성음료(-19.87%), 풀무원(-21.22%) 등도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주가가 상당폭 내리막을 탔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수 식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기업들이 기존 파이를 나눠먹는 경쟁 구조인데, 경기까지 안 좋아지자 기업 이익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원가가 높아져도 경쟁업체를 우려해 가격을 바로 올리기 어려운 구조다보니 마진이 깎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수출길을 뚫은 기업들은 신시장에서 매출을 키울 여지가 크다”며 “통상 국내 판매용 제품보다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도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