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와이너리 부럽지 않다…좌표 찍을 전국 양조장 6곳 [명욱 교수의 주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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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6.04.24 09:44 수정2026.04.24 09:4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느덧 개나리와 벚꽃은 지고 진달래와 철쭉으로 강산이 물드는 시기가 다가왔다. 바깥 공기가 그리워지는 이맘때면 남들이 다 가는 흔한 관광지 대신 조금 특별한 여행지를 찾게 된다. 그럴 때 추천하고 싶은 곳이 바로 양조장이다.

양조장은 중장년 세대에게는 주전자에 막걸리를 받아오던 추억의 장소이며, 최근에는 체험과 교육을 통해 우리 농산물의 가치를 알려가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산지에서 직접 체험하고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마치 횡성에 가서 횡성한우를 직접 구매하는 것과 같은 산지의 신뢰를 준다.

주의할 점은 대다수 양조장이 일반 식당과는 운영 시스템이 다르다는 것이다. 방문 전 미리 전화를 통해 방문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양조장 여행의 묘미는 산지에서 술을 만드는 사람과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것은 수입 와인이나 위스키와는 차별화되는 한국 전통주만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특히 봄과 여름에 가볼 만한 전국 양조장을 서울에서 가까운 순서대로 소개한다.

춘천 의암호 바로 앞에 있는 지시율 화전일취 유소영 대표. / 사진. ©명욱

춘천 의암호 바로 앞에 있는 지시율 화전일취 유소영 대표. / 사진. ©명욱

1. 의암호가 한눈에‘지시울 화전일취 양조장’

이곳은 1980년대 K그룹의 별장이었던 건물을 양조장으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차(茶) 전문가인 유소영 대표가 운영하며, 양조장 바로 앞으로 의암호가 펼쳐진다. 이곳은 오직 쌀과 물, 누룩으로만 술을 빚는데, 대표의 전문성을 살려 꽃이 들어가는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브랜드명인 ‘화전일취’는 ‘꽃 앞에서 한 번 취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수많은 꽃이 들어갔다는 의미의 맑은 술 ‘백화주’가 대표 제품이다. 별장이었던 만큼 정원이 아름답게 가꾸어져 있으며, 중앙에는 유리 테라스로 이뤄진 현대적인 체험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의 전통 소주 체험은 매우 특별하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전통주 전문가가 선보여 화제가 되었던 전통 증류기인 ‘소줏고리’를 실제로 사용한다. 현대화된 대다수 양조장과 달리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직접 소주를 내리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물을 거의 넣지 않고 1년간 발효 및 숙성을 진행한 최고급 발효주 ‘동정춘’이 신라호텔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라연’에 입점했다. 이 제품은 온라인 판매를 하지 않아 오직 ‘라연’ 혹은 이곳 양조장에서만 구할 수 있다. 202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주관하는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예산사과와인의 정제민 부대표. 지하 저장고에 보관 중인 오크통 사이로 남다른 오감을 느껴보는 것이 매력적인 곳이다.

예산사과와인의 정제민 부대표. 지하 저장고에 보관 중인 오크통 사이로 남다른 오감을 느껴보는 것이 매력적인 곳이다.

2. 오크통 향기가 가득한 ‘예산사과와인(은성농원)’

충남 예산에 위치한 이곳은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와이너리다. 직접 운영하는 사과 과수원에서 재배한 예산 사과를 활용해 와인과 증류주를 생산한다. 특히 이곳의 사과 증류주는 오크통 숙성과 스테인리스 숙성으로 나뉘는데, 오크통에서 숙성된 한정판 제품은 출시 때마다 줄을 서서 구매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해 사과 파이 및 사과 잼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성인들은 지하 창고의 거대한 오크통 숙성고에서 깊어가는 증류주의 향을 만끽할 수 있다. 단체로 예약하는 경우 상황에 따라 와이너리 식사도 가능하다. 인근에는 수덕사와 예산 시장, 예당 호수 등이 있어 연계 관광지로도 훌륭하며, 고덕갈비와 예산국수 다양한 먹거리도 이 지역만의 매력 포인트다.

논산 양촌 양조장의 이동중 대표. 100년 전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이곳의 매력이다.

논산 양촌 양조장의 이동중 대표. 100년 전의 건축 양식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곳이 이곳의 매력이다.

3. 100년의 역사 ‘논산 양촌양조장’

1933년에 설립되어 100년 가까운 역사를 이어온 양촌양조장은 충남 논산 양촌면에 위치한다. 1930년대 지어진 건물의 서까래와 벽, 지붕, 기둥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근대 건축의 미를 느낄 수 있다. 마당에는 당시 사용하던 우물 흔적도 남아 있다. 또한, 외부 온도를 차단하기 위해 벽체 사이에 왕겨 등을 채워 넣은 두꺼운 단열벽 구조를 갖추고 있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환경을 유지하며 술을 빚는다.

이곳은 친환경 우렁이쌀을 이용해 전통주를 빚는 것으로 유명하다. ‘우렁이쌀 막걸리’, ‘우렁이쌀 청주’, 그리고 증류식 소주인 ‘여유’가 주력 제품이다. 주변에는 논산의 명물인 탑정호 출렁다리와 명재고택, 강경 젓갈시장 등이 있어 역사와 미식을 동시에 즐기기 좋다.

3대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추풍령 갈기산 와이너리. (좌측부터) 3대 남기현 팀장, 한지연 대표, 남상윤 대표

3대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추풍령 갈기산 와이너리. (좌측부터) 3대 남기현 팀장, 한지연 대표, 남상윤 대표

4. 추풍령 갈기산 능선 닮은 ‘영동 갈기산와이너리’

대전 근교 추풍령에 위치한 충북 영동은 40여 곳의 농가가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국내 최대 와인 산지다. 그중 ‘갈기산와이너리’는 2024년 ‘우리술 품평회’에서 ‘포엠 로제’ 제품으로 과실주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입증했다. 직접 재배한 킹델라웨어 포도로 만든 로제 와인은 선명한 분홍빛과 달콤한 향이 특징이다.

양조장의 이름은 산의 능선이 말의 갈기를 닮았다는 인근 ‘갈기산’에서 유래했다. 단체 예약 시 항아리 삼겹살과 직접 만든 장아찌를 곁들인 식사가 가능해 식도락 여행지로도 인기가 높다. 인근의 월류봉과 영동 와인터널을 함께 방문하는 코스를 추천한다.

5. 발표로 숨 쉰다, 샴페인 막걸리 복순도가

복순도가. KTX울산역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있다.

복순도가. KTX울산역에서 차로 10분거리에 있다.

한국에서 ‘샴페인 막걸리’로 불리는 술이 있다. 강렬한 탄산으로 뚜껑을 여는 순간 내용물이 용솟음치는 것으로 유명한 복순도가다. 이러한 탄산으로 인해 병뚜껑을 아주 조금씩 천천히 열고 닫는 과정이 오히려 차별화된 스토리가 되어 제품을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복순도가 양조장의 특징은 바로 ‘발효 건축’이라는 점이다. 2대 김민규 대표가 미국 뉴욕의 명문대인 쿠퍼 유니언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뒤, 귀국 후에 ‘발효’라는 한국만의 가치를 공간에 담아냈다. 단순한 양조장이 아니라 발효라는 컨셉을 통해 공간 자체가 숨을 쉰다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다.

예약을 하고 방문하면 가벼운 막걸리 견학부터 시음, 그리고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막걸리 비누 등 여러 코스메틱 제품도 만나볼 수 있다. 단체 방문객을 위한 막걸리 빚기 체험 코스 등도 진행 중이다.

KTX 울산역에서 택시로 10분 정도 거리인 울주군 언양읍에 위치하고 있으며, 정면으로는 영남 알프스의 수려한 자태가 펼쳐진다. 다양한 한옥 카페 및 맛집들이 많이 있는 곳이며, 무엇보다 언양 불고기 원조를 즐길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6. 땅끝마을 고즈넉한 정원, ‘해남 해창주조장’

해창 주조장 전경. 안 쪽에 정원과 일제 강점기 시절에 건축된 적산가옥 양식이 그대로 있다. / 사진. ©오동훈

해창 주조장 전경. 안 쪽에 정원과 일제 강점기 시절에 건축된 적산가옥 양식이 그대로 있다. / 사진. ©오동훈

전남 해남에 위치한 ‘해창주조장’은 정원이 아름다운 양조장으로 손꼽힌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성된 적산가옥 정원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데, 600년 된 배롱나무와 사시사철 푸른 이끼가 자아내는 풍경이 남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곳은 기업가들의 ‘인생 막걸리’로 알려진 ‘해창 18도’를 생산하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찹쌀 특유의 뭉근한 단맛과 걸쭉한 바디감이 애주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해남은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돌목(우수영 국민관광지)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두륜산 대흥사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해 남도 여행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꽃이 지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고려 시대 문신 이규보는 술과 인생에 관한 수많은 시를 남겼는데, 그중 “꽃이 지더라도 슬퍼할 것 없다”는 취지의 구절이 있다. 5월이 되면 화려했던 꽃잎은 떨어지겠지만, 그 자리에는 새로운 생명의 열매가 맺힌다는 의미다.

우리 인생 또한 당장 생각대로 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각자의 열매를 맺기 마련이다. 이번 주말에는 꽃이 진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지역을 찾아, 열매를 기다리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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