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100만원 쿨 결제"…팝업만 가면 지갑 열린다 [K컬처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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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3' 팝업스토어 /사진=김예랑 기자

티빙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3' 팝업스토어 /사진=김예랑 기자

2026년 5월, 서울 도심은 이른 아침부터 거대한 전시장으로 변모했다. 성수, 여의도와 같은 이른바 '팝업 성지'는 물론이고 명동과 동대문까지 아티스트의 컴백이나 인기 드라마의 세계관을 체험하려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제 K컬처 산업에서 팝업스토어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임시 매장을 넘어,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팬덤과 정서적 유대감을 나누는 필수적인 '복합 마케팅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드라마 속에 들어온 느낌"…'유미의 세포들3' 굿즈에 100만원 결제

/영상=김예랑 기자

/영상=김예랑 기자

지난 12일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에서 문을 연 티빙 인기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3' 팝업스토어 현장은 '모여봐요 유미의 세포 마을'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팬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오는 24일까지 운영되는 이번 팝업에는 최근 종영한 시즌3의 콘셉트를 그대로 옮겨와 사랑세포, 출출이, 응큼이, 외길장군세포 등 한정판 굿즈부터 드라마 속 주요 배경인 '딸기슈크림붕어빵' 매장 모형 등이 설치돼 있었다.

인천에서 이른바 '오픈런'을 했다는 양지우 씨(28)는 "유미의 세포들 시즌1부터 팬이었다. 시즌1, 2 때는 아쉽게 못 왔는데 마음먹고 오픈런했다"며 "세포들의 마음이 제 안에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이돌 팝업 말고는 처음 왔는데 드라마에 들어온 것 같아 재밌다"고 말했다.

"한번에 100만원 쿨 결제"…팝업만 가면 지갑 열린다 [K컬처인사이드]

글로벌 팬덤의 화력도 대단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온 한 팬은 굿즈를 100만원어치 통 크게 결제했다.

지인의 부탁으로 방문했다는 40대 여성 역시 "오사카에 사는 일본인 친구와 딸이 즐겨 보고 있다면서 굿즈를 사달라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남양주에서 온 한 방문자도 "순록이(김재원)의 팬이라 관련 제품을 10만원 넘게 구입했다"고 했다.

아이돌 팝업, 세계관 공유의 장으로

"한번에 100만원 쿨 결제"…팝업만 가면 지갑 열린다 [K컬처인사이드]

아이돌 산업에서 팝업은 이제 뗄 수 없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돌 그룹들의 팝업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매섭게 몰아치는 모양새다. 용산구 하이브 사옥에는 최근 힙한 차림의 MZ세대가 긴 줄을 이루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지난 14일까지 운영된 이곳은 코르티스의 미니 2집 타이틀곡 'REDRED' 뮤직비디오를 테마로 한 이색 공간으로 꾸며졌다.

특히 뮤직비디오 속 배경인 연탄구이 삼겹살 가게를 현실에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연출이 백미였다는 평이다. 가운데 화로가 뚫린 원형 테이블부터 투박한 플라스틱 의자, 업소용 커피 자판기에 이르기까지 실제 식당에서나 볼 법한 소품들을 배치해 방문객에게 세계관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실감 나는 몰입감을 선사했다.

르세라핌 역시 오는 22일부터 하이브 사옥에서 정규 2집 발매 기념 'LE SSERAFIM 2026 S/S POP UP'을 개최한다. 리드 싱글 'CELEBRATION'과 타이틀곡 'BOOMPALA'(붐팔라) 뮤직비디오가 흐르는 대형 LED와 팀 로고를 형상화한 전시존이 팬들을 반길 예정이다. 특히 럭셔리 티 브랜드 오설록과 협업한 티 컵과 프로바이오틱스, 현장에서 직접 제작 가능한 DIY 키링 등 다채로운 머치가 준비돼 지갑을 열게 만들 모양새다.

데뷔 2주년을 맞은 넥스지(NEXZ)는 '생일 카페' 문화를 공식 팝업으로 확장한 'NEXZ 2ND ANNIVERSARY MINI POP-UP'을 15일부터 열었다. 강동구 매드베이커리에서 열리는 이번 팝업은 멤버들이 직접 작성한 아르바이트 지원서를 수령하거나 이들이 직접 고른 음료와 쿠키 세트인 '벌스데이 콤보'를 맛볼 수 있는 참여형 콘텐츠로 기획됐다.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르세라핌 정규 2집 머치(굿즈)

팝업스토어에서 판매하는 르세라핌 정규 2집 머치(굿즈)

NCT는 브랜드 론칭 10주년을 맞아 대규모 팝업 'NEO GROUND'를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연다. '퓨처리즘 스포츠' 콘셉트로 꾸며진 공간에서 팬들은 입단 등록을 시작으로 미션을 완수하고 '피니셔 메달'을 증정받는 등 실제 스포츠 축제에 참여한 듯한 생동감을 체험할 수 있다.

단순히 아티스트의 얼굴을 내세우는 것을 넘어, 이들의 정체성을 투영한 '캐릭터 팝업'도 대세다. 가수 규현의 공식 캐릭터 '조규매'를 활용한 '규매 베이커리' 역시 화제다. 오는 22일부터 서울 도산을 시작으로 중국, 대만, 일본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동시 진행되는 이번 팝업은 '음악을 굽는 형과 빵을 굽는 동생'이라는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규현의 데뷔일인 5월 27일이 운영 기간에 포함돼 팬들에게는 더욱 각별한 의미를 더한다.

그룹 세븐틴은 멤버들이 제작에 참여해 각자의 성격을 반영한 '미니틴' 캐릭터 팝업 'Ice Cream with MINITEEN'을 오는 23일부터 성수동에서 운영한다. 팬심을 자극하는 귀여운 디자인의 굿즈가 대거 출시된다. 그룹 엔하이픈 역시 공식 캐릭터 '엔친(ENCHIN)'을 내세워 오프라인 접점 확대에 나선다. 'ENCHIN POP-UP'이 오는 5월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 리빙파크 3층에서 개최된다.

하이브 관계자는 "캐릭터 팝업은 아티스트 정체성에서 모티브를 얻은 캐릭터를 통해 팬덤에 한층 친밀한 소통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며 "개성 있고 귀여운 캐릭터와 공간 연출, 다양한 즐길거리로 팬덤 외 대중에게도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행사를 기획·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틴 미니틴 /사진=공식 홈페이지

세븐틴 미니틴 /사진=공식 홈페이지

드라마 제작사들 역시 팝업스토어를 통한 IP 밸류업에 집중하고 있다. '유미의 세포들3'뿐만 아니라 MBC '21세기 대군부인'도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오는 19일부터 팝업스토어를 연다.

단순히 시청하는 대상을 넘어 경험하는 대상으로 확장해 콘텐츠 방영 이후에도 지속적인 부가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스튜디오드래곤에 따르면 실제로 '눈물의 여왕'(2024)은 한국을 넘어 도쿄, 오사카, 마닐라, 타이페이 등 글로벌 전역에서 팝업 투어를 성황리에 마쳤다. 2024년 7월 도쿄 팝업 당시 안전을 위해 입장객을 하루 800명으로 제한했음에도 1만 명 이상이 몰리며 전량 매진을 기록, 같은 해 11월 재개최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열기는 2025년 '폭군의 셰프'와 '태풍상사'로도 이어졌다. '폭군의 셰프'는 더현대 서울 오픈 초기부터 완판 행렬을 기록한 뒤 일본 4개 도시와 대만으로 진출했으며, '태풍상사' 역시 용산을 시작으로 도쿄 타워레코드 시부야점 등 일본 주요 거점을 공략하며 K드라마의 오프라인 파급력을 입증했다.

왜 팝업스토어인가.

NCT WISH 정규 1집 'Ode to Love' 중국 쇼핑몰 랩핑 팝업 /사진=SM엔터테인먼트

NCT WISH 정규 1집 'Ode to Love' 중국 쇼핑몰 랩핑 팝업 /사진=SM엔터테인먼트

K컬처가 이토록 팝업스토어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온라인 중심의 콘텐츠 소비 환경에서 팬들이 느끼는 '실체적 감각'에 대한 갈증을 원인으로 꼽는다. 디지털 스트리밍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 아티스트와의 접점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완성한다는 것이다.

또한 팝업스토어는 신제품이나 콘텐츠의 성공 여부를 가늠하는 효율적인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어떤 굿즈가 먼저 매진되는지, 팬들의 체류 시간은 어떠한지 등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향후 마케팅 전략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아티스트가 표현하고자 하는 음악의 질감을 팬분들이 더욱 감도 높게 효과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자 함이 1차적이고, 팝업스토어의 공개성과 한정성이 대중분들께 닿는 것을 2차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통 팝업스토어의 경우, 인구 이동과 방문이 많은 시내 랜드마크와 번화가에 위치한 공간을 섭외하고 있어 시민분들께도 시각적 노출이 되고 있으며, 앨범 발매와 활동 기간을 고려해 기간 한정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참여 호기심을 촉진하는 점을 포인트로 보고 있다"며 "팬덤의 결집을 오프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드라마 IP를 단순히 '시청'하는 대상에서 '경험'하는 대상으로 확장함으로써 콘텐츠 방영 이후에도 지속적인 부가 수익을 창출하고 IP의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라인 접점에서 제공되는 몰입형 경험이 팬덤을 강화하고, 이것이 다시 원작 드라마의 화제성 유지와 차기 시즌 혹은 스핀오프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며 "결국 '콘텐츠 시청 → 공간 체험 → 브랜드 로열티 강화'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 IP의 라이프사이클을 연장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드라마 속 핵심 오브제를 활용한 서사 중심의 MD 큐레이션과 명장면을 재현한 체험형 공간 설계 역시 팬들이 세계관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시적인 운영이 주는 희소성과 SNS 인증 문화, 그리고 아티스트와 작품의 세계관이 결합한 팝업스토어는 이제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시대일수록 손에 잡히는 경험을 원하는 대중의 욕구와 기업의 전략적 판단이 맞물리면서 팝업스토어는 당분간 진화를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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