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브랜드 우영미(WOOYOUNGMI)가 레스토랑을 낸다면 어떤 느낌일까. 우영미는 오는 20일 세계적인 프렌치 셰프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와 협업한 레스토랑 ‘사피드 서울(Sapid Seoul)’을 ‘우영미 이태원’ 플래그십 스토어 지하에 오픈한다고 15일 밝혔다.
알랭 뒤카스는 전 세계에 30개 이상의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쉐린 스타를 획득한 셰프로 꼽힌다. 그는 평소 설탕, 소금, 지방의 사용을 줄이고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하는 ‘자연주의(Naturalité)’ 요리 철학을 고수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2021년 프랑스 파리에 오픈한 그의 레스토랑 ‘사피드 파리(Sapid Paris)’ 역시 채소와 곡물 중심의 지속 가능한 친환경 메뉴를 합리적인 가격에 선보이며 파리의 미식 트렌드를 이끈 바 있다.
사피드 서울은 알랭 뒤카스의 레스토랑 ‘사피드 파리’가 지향하는 ‘노마드 퀴진(Nomad Cuisine)’ 철학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공간이다. 자연과 계절에 따라 유연하게 반응하는 이 철학은 사피드 서울에서 한국 식재료와 현대적 프렌치 감각이 결합된 새로운 미식 경험으로 구현된다. 특히 모든 풍미가 명확히 살아 있으면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정밀함’을 맛의 핵심 기준으로 삼는다.
이러한 지향점은 사피드 서울만의 독창적인 조리 방식으로 이어진다. 버터와 크림 중심의 클래식 프렌치에서 벗어나, 가볍고 정제된 조리 방식으로 재료 본연의 맛을 섬세하게 살려낸다. 채소, 곡물, 해산물을 메인으로 구성하고 김치와 같은 한국 식재료를 프렌치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지방과 설탕, 인위적인 가공을 최소화한 조리 철학 역시 사피드가 추구하는 미식의 방향을 보여준다.
이날 프리뷰 행사에서 선공개된 메뉴들도 로컬 식재료 본연의 맛을 극대화한 점이 눈에 띄었다. 스타터는 버섯과 햄프 두부를 활용한 따뜻한 국물요리, 그리고 도미와 당근 레체를 활용한 셰비체로 이뤄졌다. 메인은 수란과 그린 아스파라거스를 조화시켰고, 디저트는 훈연 크림을 얹은 사과 타르트와 초콜릿 무스가 서브됐다. 음료도 허브와 비트, 피망 로즈마리 등 채소의 맛을 극대화시킨 게 특징이다.
‘모든 맛은 좋은 재료에서 시작된다’는 철학 아래 전체 식재료의 80% 이상을 국내산으로 구성하고 지역 농가 및 소규모 생산자와 협업해 계절 식재료를 적극 활용한다. 제철 식재료와 정직한 원재료 사용을 바탕으로, 순수하고 본질적인 미식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데쿠파주(Découpage, 종이나 직물을 오려 붙이는 장식 기법)한 작업으로 공간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과도한 장식 대신 소재 고유의 질감과 빛의 흐름을 강조함으로써,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깊어지는 공간의 표정을 완성했다.
공간은 디자이너 우영미의 '미감'이 느껴지도록 구성했다. 자연주의 철학을 반영해 차분하고 절제된 분위기가 느껴진다. 조명과 천장을 감싸는 대형 패브릭은 대형 패브릭은 우영미 컬렉션에서 선보였던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여기에 1970년대 무라노에서 제작된 빈티지 램프와 앤티크 숍에서 수집한 유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조명 작품을 배치했다. 또한 알랭 뒤카스가 제안한 18세기 허바리움(Herbarium, 식물 표본집)을 수채화로 재해석한 오리지널 작품이 벽면을 장식했다. 사피드 서울의 스태프 의상 역시 우영미가 직접 디자인했다. 우영미 컬렉션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된 셔츠와 간결한 앞치마는 공간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 우영미와 세계적인 셰프 알랭 뒤카스의 협업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우영미가 구축해온 절제된 미학과 공간 감각, 알랭 뒤카스의 미식 철학이 결합돼 단순한 미식 공간을 넘어 감각적 경험을 느낄 수 있다.
우영미 디자이너는 "사피드 서울은 패션과 미식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프로젝트로, 이를 통해 미식·패션·공간을 아우르는 브랜드 우영미의 유니버스를 확장하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경험을 제안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스토랑의 정식 오픈은 오는 20일이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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