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늘 고민거리였던 한화이글스 외야진에 새로운 희망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프로 7년 차 외야수 이원석(26)이다. 데뷔 후 대주자 또는 대수 정도로 활했던 그는 올 시즌 한화 외야 숙제를 해결해줄 키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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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1호 만루홈런을 터뜨린 한화이글스 이원석. 사진=한화이글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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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수훈선수 인터뷰를 하는 한화이글스 이원석. 사진=대전 이석무 기자 |
이원석은 지난 1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두산베어스와 2025 KBO리그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만루홈런 포함, 6타수 2안타 1홈런 4타점 2득점 맹활약을 펼쳤다. 이원석의 활약에 힘입어 한화는 두산을 9-1로 크게 이기고 연승을 이어갔다.
이날 이원석은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했다. 외국인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경기 중 손등에 투구를 맞아 뼛조각이 떨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이원석이 기회를 잡았다.
이원석은 2회말 1사 만루 기회에서 두산 선발 최원준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올해 처음 개장한 신구장 한화생명 볼파크의 역사적인 첫 만루홈런이었다. 이원석 개인에게도 프로 데뷔 첫 만루포였다. 경기 후 수훈선수로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은 것은 당연했다.
사실 이원석이 선발 중견수로 나서자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 플로리얼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기 때문이다. 이원석도 플로리얼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는 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이는 전날 경기에서 수비 실수로 나타났다. 1-0으로 불안하게 앞선 7회초 수비 때 평범한 뜬공을 놓치는 어이없는 장면이 연출됐다. 하마터면 무실점 역투를 펼치던 선발 라이언 와이스의 승리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다행히 와이스는 무사 1, 2루 위기를 스스로 힘으로 막아내고 승리투수가 됐다. 실수가 마음에 걸렸던 이원석은 더그아웃에서 와이스에게 다가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와이스는 “괜찮다.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고 말한 뒤 환하게 웃으며 이원석을 끌어안았다. 김경문 감독도 “젊은 선수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실수”라며 이원석에 대한 믿음을 거두지 않았다.
감독과 동료의 굳건한 믿음은 이원석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만루홈런은 그 결실이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로 한화에 지명된 이원석은 주루와 수비는 뛰어나지만 타격은 기대 이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그래서 주로 대주자, 대수비로 활용됐다.
지난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87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은 0.233에 머물렀다. 프로 통산 타율은 아직 1할대(0.193)다. 한화 입장에서 이원석은 아직 알에서 부화하지 않은 독수리였다.
이번 시즌 이원석은 조금씩 알에서 깨어나는 중이다. 플로리얼을 대신해 출전한 두산과 두 경기에서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방망이가 약하다는 지적을 보란듯이 깨버렸다. 타격 파워를 늘리기 위해 10kg 이상 벌크업을 하는 등 오랜 노력의 결실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한화는 구단 안팎에서 끊임없이 트레이드 루머가 나오고 있다. 구단 안팎엣건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선 외야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경문 감독이 “선수들 마음이 흔들리니 제발 트레이드 얘기는 하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할 정도다.
하지만 이원석이 이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는 트레이드 시도는 필요하지 않다. 이원석의 최근 활약이 더 의미있는 이유다.
이원석은 “감독님이 내게 기회를 주는 만큼 간절한 마음으로 야구를 하고 싶다”며 “감독님이 믿어주셔서 자신감이 붙었고 도루 성공률도 높아졌다”고 김경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내가 주전은 아니지만 플로리얼이 빠진 자리를 최대한 메꾸기 위해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