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이 추진되면서 한국전력(015760)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41개 기관 중 약 절반이 신설 부처로 자리를 옮기게 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원전은 국내 건설·운영과 수출 기관의 주무부처가 달라지고, 수소는 진흥과 유통기관의 주무부처가 달라지는 등 에너지 정책을 수행하는 데 유기적 연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산업부 41개 기관 중 23곳 신설 기후부로
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후부 신설로 산업부 산하 41개 기관 중 18개 기관은 잔류, 23개 기관은 기후부 산하로 소관 부처가 옮겨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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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과 한수원을 비롯한 한전의 발전 자회사, 한전KPS(051600)·한전KDN 등 발전소 운영·정비 자회사 모두 신설 기후부에 편입된다. 에너지 관련 정책과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공공기관 한국에너지공단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에기평) 역시 기후부 이동이 확실시된다.
반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한국무역보험공사 같은 산업·통상 관련 공공기관은 산업부에 잔류한다. 또 한국가스공사(036460)와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등 자원 공기업들도 산업부에 남을 예정이다.
정부·여당이 전날(7일) 산업통상자원부 석유·가스 등 자원 정책 기능을 뺀 에너지 정책 대부분을 환경부로 옮기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계획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당·정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같은 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정부는 법 통과와 함께 조직개편과 함께 함께 산하기관 재편도 착수한다.
원전·수소 부처·기관 제각각…유기적 연계 ‘한계’
원전·수소 등 하나의 에너지원을 두고도 주무 부처와 담당 기관이 나뉘면서 산업의 성장과 육성을 두고 정책과 지원이 엇갈리거나 연결 고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건설·운영(기후부)과 수출(산업부)로 나뉜 원전 산업이다. 원전은 지금까지 국내 운영사인 한수원과 그 모회사 한전이 주관기관으로 참여해 해외 마케팅을 진행해 왔다. 이중 수주 가능성이 큰 사업이 있으면 두산에너빌리티(034020), 현대건설(000720) 같은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팀 코리아’를 꾸려 총력전을 펼쳐 도전하는 방식이다.
산업부는 수출 전담기관을 신설해 지금처럼 ‘팀 코리아’를 구성해 수출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나 한전·한수원이 지금껏 유망 수출 대상지역에서 펼쳐온 기존 마케팅과의 단절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원전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전부터 (한전·한수원으로) 이원화한 원전 수출체계를 일원화하자는 논의는 이어져 왔지만 오히려 주무부처까지 달라진 상황에서 어떻게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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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관계자가 지난달 8일 한국형 원전을 채택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부지에서 열린 부지 세부조사 착수식에서 작업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한수원) |
전력과 수소 정책도 쪼개서 각 부처에…현장 혼란 우려
전력과 수소 부문에서도 기관 간 정책이 단절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금의 정부 부처 개편안대로라면 수소 진흥정책은 기후부 산하 진흥기관인 에너지기능평가원이 만들지만, 여기에 필요한 인프라를 맡은 유통기관(가스공사·석유관리원)은 산업부 산하로 나뉘게 된다.
가스공사는 국내 발전 연료의 28.1%(2024년 기준)를 차지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국내 도입의 대부분을 도맡으며, 전력 수급의 주요 축으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이를 사용하는 한전 및 발전 자회사와 부처를 달리하는 식이다.
국회 기후특위 소속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가스공사는 발전 분야의 전력수급 계획과 긴밀히 연계해 국내 LNG 조달 계획을 세워왔는데 이를 두 부처로 나눠서 진행하는 건 굉장히 작위적인 결정”이라며 “기후부 신설 확정에 앞서 다시 한번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후부 신설 시 수장을 맡게 될 김성환 환경부 장관은 이에 대해 “경계에 있는 지점은 산업부와 신설 기후부가 어느 부처보다도 긴밀히 협의하며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최종 법안 통과 전후로 정책 혼선을 최소화하고 시너지를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현 산업부 2차관 역시 “현재 발표된 안은 신설 기후부와 산업부와 매우 긴밀한 협업이 전제된 것”이라며 “부처 간 논의도 하겠지만 국회도 같이 고민해 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