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서
결성 47년 만에 첫 내한 공연
62세 보컬 코커, 관객과 한국어 교감
특유의 카리스마로 무대 휘어잡아
2일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공연장 전광판에 이런 문구가 떴다. 관객들의 환호성과 함께 등장한 이들은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펄프(Pulp). 오아시스, 블러, 스웨이드와 함께 브릿팝 4대 천황으로 불리는 펄프가 결성한 지 47년 만에 처음 한국 무대에 올랐다.
이날 펄프는 1995년 발표한 대표 앨범 ‘디퍼런트 클래스(Different Class)’의 수록곡 ‘소티드 포 에스&위즈(Sorted for E’s & Wizz)’로 공연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서 ‘디스코 2000(Disco 2000)’이 흐르자 관객들은 환호와 점프로 응답했다. 검은 슈트와 뿔테 안경 차림의 보컬 자비스 코커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무대를 휘어잡았다.
예순 둘의 나이가 무색한 보컬은 여전히 견고했고, 몸짓은 매혹적인 브릿팝 그 자체였다. 코커는 티를 마시는 장면이 나오는 ‘아크릴릭 애프터눈스(Acrylic Afternoons)’에서 티백을 관객석으로 던져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중간중간 “감사합니다” 등의 짧은 한국말도 섞으며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교감했다.펄프는 영국 중북부 도시 셰필드에서 1978년 결성된 밴드다. 데뷔 초기엔 주목받지 못했지만, 1994년 네 번째 앨범 ‘히즈 앤 허즈(His ‘n’ Hers)’로 이름을 알린 뒤 이듬해 낸 ‘디퍼런트 클래스’의 성공으로 브릿팝을 대표하는 그룹이 됐다. 오아시스나 블러에 비해 대중적 관심은 적었지만, 보다 실험적이고 비주류적인 감성으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다.
공연의 정점은 최고 히트곡 ‘커먼 피플(Common People)’이었다. 상류층 여성이 “가난한 사람처럼 살아 보고 싶다”고 말한 것을 풍자한 곡으로 계급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이름 없는 삶에 대한 긍정을 동시에 담았다. 관객들은 “I want to live with common people like you(너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 살고 싶어)”를 부르며 함께 원을 그리고 춤을 췄다.
이날 펄프는 올해 6월 24년 만에 발매한 여덟 번째 정규 앨범 ‘모어(More)’의 수록곡도 여럿 불렀다. 공연 초반 선보인 신곡 ‘스파이크 아일랜드(Spike Island)’는 몽환적인 사운드를 내뿜었다. “사랑이 필요하다”는 한국어 멘트와 함께 부른 ‘갓 투 해브 러브(Got to Have Love)’는 신나는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펄프가 과거 명성에만 기대지 않고 현재형 밴드로서의 존재감이 뚜렷하다는 것을 입증한 무대였다. 1∼3일 사흘간 열린 올해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는 국내외 아티스트 58팀이 참여했다. 해외에선 영국 래퍼 리틀 심즈, 일본 록밴드 아시안 쿵푸 제너레이션 등이 무대에 섰고, 국내에선 자우림, 크라잉넛, 3호선 버터플라이 등이 노래했다. 마지막 날 헤드라이너는 그래미상을 8차례 수상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벡(Beck)이 장식했다.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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