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에서 앤디워홀까지’ 맛보기] 〈7〉 프랜시스 베이컨 ‘남자의 초상에 관한 연구’
일그러지고 비명 지르는 듯한 모습
인물 감정-불안의 파동 시각화
영국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1909∼1992)이 1967년에 그린 이 초상화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베이컨은 초상화를 그릴 때 친구나 연인, 또 자신이 자주 드나들던 런던 소호의 인물들을 자주 그렸다. 베이컨은 이들의 외형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가진 감정이나 불안의 파동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베이컨은 이 그림에서도 보이듯 신체 일부를 흔들리듯 번지게 하거나, 때로는 비명을 지르듯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그려 넣어서 긴장감을 극대화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그린 ‘인노켄티우스 10세의 초상’을 변형해서 그린 ‘비명을 지르는 교황’은 교황이 가진 권위와 내면의 절망이 교차하는 듯한 이미지를 통해 20세기의 시대적 불안과 갈등을 드러내 베이컨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다.
그림을 직접 보면 베이컨의 뛰어난 색채 감각이 그가 그리는 소재의 폭력성이 불러일으키는 거부감을 덜어주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배경의 핑크와 어울리는 회색빛이 도는 검은색, 얼굴의 파스텔톤 보라색과 셔츠 깃에 칠한 파란색이 눈에 띈다. 베이컨은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1929년부터 실내 장식과 가구 디자인으로 돈을 벌기 시작해 런던 생활을 시작했다. 상업적으로 성공할 만큼 세련된 감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이런 감각을 넘어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물의 얼굴 너머로 보이는 존재의 흔들림, 삶의 진실을 순간적으로 포착하려는 노력이 드러난다. 베이컨은 실제 인물뿐 아니라 신문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나 사진을 조합하고 자신만의 즉흥적인 붓질로 역동성을 그림에 부여했다. 자화상에도 몰두하며 노화와 고독, 상실의 감정을 진솔하게 표현했다.
베이컨을 비롯해 서양미술사 주요 명작들을 만날 수 있는 서울 세종미술관 전시 ‘모네에서 앤디 워홀까지’는 1일 전국 누적 관람객 3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전시는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시작해 부산문화회관, 제주현대미술관을 거쳐 서울로 순회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이는 작품 143점은 31일 전시가 종료되면 원래 소장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돌아갈 예정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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