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한미 통상당국이 미국 행정부의 관세 조치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합의했다. 정부 대표단은 다음주 미국을 방문해 실무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다음달 중순께는 양국의 각료급 점검회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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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사진=산업부) |
균형무역·비관세 등 6개 분야 실무협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회담을 진행한 뒤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안 장관과 그리어 대표는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열린 ‘한미 2+2 통상협의’에서 선정된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된 ‘기술협의’(실무협의) 경과를 점검하고 이와 관련한 양국 입장을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안 장관은 그리어 대표에게 우리나라를 향한 상호 관세 및 품목 관세 일체 면제를 요청했다. 안 장관은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달리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로 이를 통해 교역과 투자를 심화시킨 국가인데 관세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을 그리어 대표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며 “교역 관계에서 자동차, 철강 등 품목별 관세 인하 또는 폐지가 중요하다는 점도 설명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양 수장은 다음주 미국에서 ‘제2차 기술협의’를 개최해 관세 협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다음주 기술협의에서는 △균형무역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교역에는 미국 정부와 구글이 요구하는 ‘구글맵’ 같은 사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업적 고려는 다음주 협의에서 구체적인 사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2차 기술협의 협의단은 기존 협상을 맡아온 장성길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이 수석 대표를 맡고,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가 함께 포함된 범부처적 대표단이 꾸려질 예정이다.
아울러 양국은 6개 기술협의 분야 외 산업협력 방안도 지속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그리어 대표는 이번 방한 기간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 최고경영진을 만나는 등 조선 협력을 논의했다.
이에 대해 안 장관은 “조선 분야 협력 문제는 미 무역대표부뿐만 아니라 상무부 등 모든 부처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그리어 대표가 우리 기업과 만났고, 무역대표부가 우리 기업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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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산업부) |
협의 시한 ‘50일’ 앞…“빠듯한 상황”
이번 관세 협상은 ‘속도 싸움’이 예상된다. 안덕근 장관은 “미 정부가 설정한 협의 시한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권한대행 체제하에서도 우리 정부는 범부처적 협력을 지속하고 있고, 국익을 최우선 목표로 미국과 협의해 나가는 한편, 국회와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24일 열린 통상협의에서 상호관세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 양국이 합의할 수 있는 ‘7월 패키지’를 만들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안 장관은 “7월 패키지 시한을 맞추기 빠듯한 상황”이라며 “기술협의에 들어가면 실무단에서 이슈별로 협의를 진행할 텐데, 중간점검 격으로 6월 중순 정도에 각료급에서 점검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어 “예정된 시한을 맞추려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불가피한 경우 조정이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측이 협상 시한을 연장해 줄지는 미지수다. 안 장관은 “유예 기간을 못 맞추면 25% 관세가 그대로 발효되기 때문에 그 전날까지 합의해 막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미국이 구태여 이걸(관세 조치를) 지연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안 장관은 국가 리더십 부재에 대해선 큰 공백이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부총리가 자리에 없어서 경제 정책 차원에선 공백이 있을 수 있으나 통상 협상만 보면 큰 공백이라 볼 부분은 없다”며 “해오던 대로 협상을 계속하고 있고, 대선 이후 다음 정부에 협상 내용을 신속하게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양당과 긴밀히 소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