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고, 잘 알고, 자신 있는 기업만 담아… 투자의 정석 보여줬다”[글로벌 포커스]

11 hours ago 5

은퇴 선언 세계 최고의 투자자 워런 버핏의 투자 역정
국내 가치투자자들이 바라본 워런 버핏의 투자법… 세계 투자자의 롤모델로 자리잡아
주주들 대하는 태도 등 본받을만… 매년 주주 서한으로 지혜 나누기도

“우리는 모두 워런 버핏의 제자들입니다. 투자자라면 가장 되고 싶은 존재고, 존경하는 인물입니다.”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이자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고 불리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은 버핏을 단순한 가치투자자로 여기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이 의장은 “과거의 가치투자가 주가수익비율(PER)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만 봤다면, 버핏은 프랜차이즈 밸류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면서 투자의 지평을 열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밸류’는 독점적이거나 독점에 준하는 시장 지배력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가치를 뜻한다. 코카콜라나 애플 등이 버핏이 투자한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밸류 기업으로 손꼽힌다.

이 의장은 “버핏 투자의 핵심은 가장 싸고, 가장 잘 알고, 가장 자신 있는 기업에만 집중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버핏이 빌 게이츠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주식을 한 번도 산 적이 없는 이유가 해당 사업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인 허남권 전 신영자산운용 사장도 “버핏은 투자의 정석을 몸소 실천해서 보여준 인물”이라고 평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2세대 가치투자자로 분류되는 김민국 최준철 VIP자산운용 공동대표도 버핏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VIP자산운용 사무실에 버핏과 그의 단짝인 고 찰리 멍거의 초상화가 걸려 있을 정도다.

최 대표는 “버핏에게서 배운 두 가지는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을 보는 기준’과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하는 지혜’”라며 “금융위기 때 대규모 투자를 하거나, 1960년대 ‘니프티피프티 버블’ 때는 시장에서 한발 나와 있었던 것 등 몸소 보여준 행동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VIP자산운용의 대표 투자 사례들도 버핏의 투자 방식을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VIP자산운용은 동서식품의 모회사 동서를 PER 4배에 매입해 2001년부터 2015년까지 16년 동안 장기 보유해 15배의 이익을 얻었다. 또 메리츠금융지주에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투자 중이다. 메리츠금융은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통해 주가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최 대표가 버핏에게서 영향을 받은 것은 투자 방법만이 아니다. 최 대표는 “몇 시간에 걸쳐 주주총회에서 답변하는 버핏의 모습에서 주주,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를 대하는 태도도 배웠다”고 전했다.

‘워런 버핏 주주서한’ ‘워런 버핏 라이브’ ‘워런 버핏 바이블’ 등 버핏과 관련된 책을 다수 번역한 이건 투자전문 번역가는 “버핏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의 가치투자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투자를 잘하는 법과 인생을 현명하게 살 수 있는 법을 모두 가르쳐줬다”고 말했다. 이 번역가는 “버핏은 매년 주주서한과 주주총회를 통해 투자, 경영, 산업뿐 아니라 학습과 삶을 대하는 태도까지 유머를 곁들여 친절한 태도로 전달해 왔다”며 “버핏이 은퇴한 뒤 그가 해온 역할을 완전히 대신할 수 있는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포커스 >

구독

이런 구독물도 추천합니다!

  •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 e글e글

  • 화정 인사이트

    화정 인사이트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