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음향 탐지 기술로 안전-품질 검사 혁신하는 로아스
미세한 균열이나 불균형… 최종적으로는 소리로 표출
사람이 귀 기울여 잡던 불량… 마이크로폰으로 인식하고 추적
‘불량제로’ 노리는 대기업에 공급… “세계 모든 공장과 설비가 시장”
모든 제조업체는 불량품을 내보내지 않는 것이 사업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무상 보증 기간에 고장이 나지 않으면 애프터서비스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최고급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기업이라면 고장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미리 찾아내 예방해야 한다.
“첨단의 시대라지만 대부분의 가전제품 공장에서는 최종 공정에서 시험작동 중인 제품에 사람이 귀를 갖다 대고 이상한 소리가 나는지 살펴봐요. 수십 미터 컨베이어 벨트 위에 공기청정기가 흘러가면, 그 옆을 따라 작업자가 제품을 껴안고 걸어가면서 ‘찌직’ ‘틱, 틱’ 같은 소리에 집중하며 불량품을 골라냅니다. 어찌 보면 기괴한 장면이죠.” 8일 서울 송파구 로아스 사무실에서 만난 이재현 대표이사(39)의 말이다.
로아스는 국내 가전제품 제조 기업에 음향으로 불량을 탐지하는 ‘지능형 음향 검사 시스템(SMART)’을 공급했다. 지금은 드론과 로봇에도 그 기술을 적용해 반도체 공장이나 석유화학 공장 같은 대규모 설비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것으로도 적용 대상을 넓히고 있다.● 인공지능(AI)이 귀를 대신하다
갑자기 주변 소음의 종류가 바뀌고 음량이 커질 때도 AI 스퀘어는 작동한다. 이 대표는 “주변 환경이 바뀌더라도 정확히 이상 음향을 찾아내고, 많은 음향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해 0.8초 만에 결과를 내는 기술의 개발이 특히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의 음향 탐지 기술은 350m 정도 떨어진 곳을 날고 있는 드론 위치를 실시간으로 바로 포착할 수 있는 정도”라고 했다.
로아스는 AI 스퀘어가 탑재된 컴퓨터와 수십 개의 마이크로폰이 장착된 원형 마이크 2개와 소리가 나는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카메라 등으로 SMART를 구축한다. 카메라 영상 위에 소리 위치를 겹쳐 보여주니, 문제 발생 위치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올해 들어 여러 국내외 공장에 구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설치 작업을 직접 하기도 하는 이 대표는 “특별한 사항이 없다면 공장 소음 환경에 맞춰 생산라인을 거의 변경하지 않고도 5일 정도면 불량 검사 공정을 자동화할 수 있다”고 했다.
사람의 청력에 의존하던 음향 탐지를 자동화하면 사람이 잘 듣지 못하는 머리카락이 끊어지는 소리 같은 작은 소리는 물론, 사람의 가청 범위를 넘어서는 고주파나 저주파 소리까지 찾아낼 수 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청력 기반 검사로는 남기기 어려웠던 불량과 관련된 이상한 잡음을 저장해 둘 수 있다”며 “이는 품질 개선으로 이어져 무상 보증 기간에는 AS센터로 입고되는 일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제품만 출고하게 된다”고 했다.
● 공장 순찰 로봇과 드론으로 넓은 구역 안전도 점검
로아스는 AI 음향 탐지 기술을 자율주행 로봇에 접목해 티포이(Tfoi)를, 드론에 장착해 티포스(Tfos)를 만들었다. 사람이 접근하기 어렵거나 너무 넓어서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검사하기 힘든 지역을 감시하는 데에 쓰인다.자율주행 로봇 티포이는 배관, 팬, 모터, 베어링 등 주요 설비가 설치된 공장 내부를 스스로 이동하며, 장착된 다채널 마이크로폰과 AI 음향 분석시스템으로 설비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음을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이 대표는 “작년에 서부발전에서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세한 가스 누출을 잡아내 사고를 예방하는 성과를 냈다. 올해 한국서부발전용 로봇 시스템으로 6월에 나온다”고 했다. 로봇이 이동하며 수집한 소리 데이터를 AI가 분석, 정상과 이상음을 판별한다. 이상한 음향으로 판단하면 즉시 관제 시스템에 알린다.
드론 티포스는 주로 대형 플랜트, 풍력발전기, 반도체 공장의 옥상 설비 등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지대나 넓은 공간을 비행하며 설비의 이상음을 탐지한다. 국내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의 설비 점검을 위해 개발해 납품했다. 이 대표는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옥상의 배관이나 시설에서 발생하는 이상 소음, 화학 기체 누설 등을 탐지하는 데 쓰이고 있다”며 “대상으로부터 10m 정도 떨어진 높이로, 미리 설정된 경로를 따라 자동 비행하면서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고 했다.
● 잦은 공장 방문 경험이 창업으로… 기술 개발에만 3년
한림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독일계 계측기 회사에서 애플리케이션 엔지니어(고객의 수요에 맞춰 최적의 솔루션을 설계하는 기술자)로 경력을 쌓았다. 이 시기 그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분야 산업현장을 누비며 진동·음향 계측 시스템의 설계와 현장 설치 등의 일을 맡았다. 이때 공장 설비의 이상은 소리로 표출된다는 것을 몸으로 겪었다. 2019년부터 창업을 준비했다. 그는 “유럽 12개국을 돌며 원하는 센서를 찾았고, 한국에 돌아와선 신호처리·음향·전자·소프트웨어 각 분야 전문가를 직접 찾아다녔다. 3개월 넘게 문전박대를 견디며 결국 멘토와 동료를 모았다”고 밝혔다. 백종호 서울여대 소프트웨어융합학과 교수 등과는 이렇게 일을 같이하자며 인연을 맺은 사이다.
2020년 창업 후 3년 넘게 오로지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프로토타입이 나오기까지 1년 8개월, 실시간 환경 소음에 대응하는 예외처리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 1년, 고장 데이터를 증폭·생성하는 블랙박스 기술 개발에 7개월, 주말도 반납하고, 팀원들과 밤낮없이 연구했다. 자금난으로 신용대출까지 받아가며 버틴 시기도 있었다. 작년까지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비교 대상이 될 만한 기술을 가진 기존 회사가 없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개발하고 있던 자율주행 로봇을 완성하자며 임직원이 대출을 받았고, 그 돈으로 로봇 시제품을 완성하고 스마트테크코리아 전시회에 참여했다. 그 전시회 참여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모였고, 올해 40억 원의 투자로 이어졌다. 기다리고 있던 대기업의 발주도 올해 본격화됐다. 이 대표는 “작년과 올해 사이에 지옥과 천당을 오간 기분”이라며 “지금은 장비 설치를 위해 세계 각지 공장으로 출장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로아스는 올해 5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독특한 기술이어서 설득은 쉽지 않았지만 실증사업이 성공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며 “앞으로 제조업이 많은 국가들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며 “품질 검사와 산업 안전 설비 점검의 새로운 표준이 되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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