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리포트] 최대 실적 낸 버거 업체들
음료 포함 세트메뉴 1만 원 미만… “싸고 간편” 직장인 점심 각광
한국맥도날드, 매출 11.8% 증가… 1조25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KFC는 영업이익 4배 이상 뛰어… 단백질 섭취 가능한 메뉴로 주목
셰프 협업 신메뉴 등 인기 요인… 꾸준히 오르는 가격은 걸림돌
정크 푸드로 불리며 기피되던 햄버거가 고물가 시대에 인기를 끌고 있다. 음료까지 포함된 세트 메뉴 가격은 7000원대로,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이들이 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빵, 고기, 야채로 이뤄진 재료들의 영양 조화도 ‘버거의 반전’을 이끌었다.
10년 차 직장인 이모 씨(34)는 최근 1주일에 2, 3번씩 햄버거로 점심을 해결한다. 1만 원 아래로 사 먹을 수 있어 다른 외식 메뉴보다 가격 부담이 덜하고, 햄버거 매장의 회전이 빨라 붐비는 점심시간에 많이 기다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씨는 “다른 음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덜 올랐고, 혼자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서 요즘 자주 먹고 있다”고 했다.》
● 외식 침체 속 나 홀로 웃는 햄버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분기(1∼3월) 햄버거 업체가 포함된 ‘피자, 햄버거, 샌드위치 및 유사음식점업’의 외식산업경기동향지수는 87.63으로 평균 외식산업지수인 70.76을 10포인트 이상 웃돌았다. 업종 전체로 넓혀도 95.40을 기록한 기관 구내식당업에 이어 두 번째로 지수가 높았다.
지난해 주요 버거 업체들은 대부분 좋은 실적을 냈다. 국내 1위인 한국맥도날드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1.8% 증가한 1조2502억 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117억 원으로 8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GRS의 매출은 99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 늘었다. 국내에서 버거킹을 운영하는 BKR도 매출 7927억 원으로 6.4% 성장했으며 맘스터치와 KFC도 지난해 매출이 각각 4179억 원, 292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7%, 17.7% 늘었다. KFC는 영업이익이 1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469% 급증했다. BKR, 맘스터치, KFC도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햄버거 인기가 더해지며 업체들도 적극적인 출점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맘스터치는 2020년 1313개이던 전국 매장 수를 2023년 1416개까지 늘리며 출점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기간 버거킹도 400개가량의 매장 수를 500개 수준으로 늘렸다. 신세계푸드가 론칭한 노브랜드 버거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맹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2030년까지 버거 업계 3위 안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불황 속 ‘저렴한 한 끼’로 주목받아
햄버거 업체 약진의 원인으로는 고물가 시대에 ‘저렴한 한 끼’를 찾는 움직임이 꼽힌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외식 메뉴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1만 원 이하 가격에 음료까지 포함한 세트 메뉴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aT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 다른 업종 대비 저렴한 가격이 햄버거 업체의 실적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국내 버거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들은 16일 현재 대부분 1만 원 이하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빅맥 단품과 세트 메뉴 가격은 각각 5500원, 7200원이며 롯데리아의 대표 제품인 리아불고기 버거 단품과 세트 가격은 각각 5000원, 7300원이다. 맘스터치의 대표 제품인 싸이버거 단품은 4900원이며 탄산음료와 감자튀김이 포함된 세트는 7300원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버거의 경우 상대적으로 제조가 용이한 데다 비슷한 재료를 대량으로 사용할 수 있어 단가를 낮출 수 있다”고 했다.
햄버거의 영양소적 측면이 부각된 점도 최근 햄버거 인기를 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크푸드로 불리며 불량 식품의 대명사로 꼽혔지만 탄수화물(빵), 단백질(패티), 비타민(야채) 등이 고루 조합된 햄버거의 구성이 주목 받으며 단백질과 영양 섭취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의외로 영양이 잘 잡힌 식품’으로 인식됐다.
체육인 이미지를 가진 가수 김종국 씨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이어트나 건강에 햄버거가 안 좋다는 인식이 있지만 오해”라며 “운동하고 돌아가는 길에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햄버거를 꼬박꼬박 사 먹는다”고 했다.버거 업계 관계자는 “‘감자튀김만 안 먹으면 건강에 괜찮다’는 인식이 퍼지며 햄버거와 제로 탄산음료를 조합한 메뉴가 나름의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젊은층뿐 아니라 노년층 사이에서도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값싸게 고기를 섭취할 수 있는 햄버거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셰프 등과 버거 업체들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한 신메뉴 개발도 버거 인기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1월 ‘나폴리맛피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권성준 셰프와의 협업 메뉴를 발매한 롯데리아는 메뉴의 인기에 힘입어 이달 12일 해당 메뉴를 정규 메뉴로 채택했다. 에드워드 리 셰프와 협업한 메뉴를 선보인 맘스터치도 신제품 인기에 힘입어 2∼4월 가맹점 매출이 30.2% 증가했다. 맘스터치는 ‘블루 아카이브’, ‘붕괴: 스타레일’ 등 인기 게임과도 적극적인 협업을 이어가며 한정판 메뉴를 발매하고 있다. 버거킹도 최근 치킨버거인 ‘크리스퍼’를 선보였다.
●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격은 부담
매장과 배달 주문 가격이 다른 이중가격제도 소비자 입장에선 달갑지 않다. 지난해 9월 이중가격제를 도입한 롯데리아는 리아불고기 세트를 매장에서는 7300원, 앱 주문으로는 1300원 비싼 8600원에 판매하고 있다. 매장에서 9200원인 버거킹 와퍼 세트도 배달앱 주문 시엔 1만600원으로 1400원 더 비싸다.
다른 메뉴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지속적으로 오르는 가격은 향후 전망에 부정적 요소로 꼽힌다. 이 명예교수는 “현재는 값싼 가격을 유지하고 있지만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 경쟁력이 사라져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가격 인상으로 실적을 개선하는 대신 제품 경쟁력 제고 등의 방안을 병행해야 인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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