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내주 비관세 등 6개 분야 실무협의… 관세협상 속도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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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근 장관-그리어 대표 양자면담… “내달 중순 각료급 점검회의 예상”
다자무역 강조 담은 공동선언문… APEC 통상장관회의 만장일치 채택
환율 1389.6원… 6개월만에 최저치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안 장관은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기술 협의에서 어떤 이슈가 구체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국내에서는 농산물이나 구글 지도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관세 협상에서 이걸 꼭 풀어야 한다’고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에서 두 번째)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6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양자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안 장관은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기술 협의에서 어떤 이슈가 구체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국내에서는 농산물이나 구글 지도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관세 협상에서 이걸 꼭 풀어야 한다’고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한국과 미국 정부가 다음 주부터 비관세 조치를 비롯한 6개 분야에 대해 2차 실무 협의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인 6월 중순 다시 한번 장관급 점검회의가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16일 막을 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는 미중의 입장 차이에도 다자무역 체제에 대한 강조를 담은 공동선언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 “다음 각료급 점검회의 6월 중순”

안 장관은 이날 오후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양자 면담을 마친 뒤 “다음 주에 2차 기술 협의(technical discussion)를 개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2차 기술 협의는 △균형 무역 △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에 대해 이뤄진다. 안 장관은 “디지털 교역에는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등의 사안이 포함될 수 있다”며 “이들 6개 분야는 현재 많은 국가들과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의 규격화된 합의 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미국 정부는 한국 농산물 시장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요구를 해온 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은 미국과의 협상이 관세 부과 90일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 이전까지 이뤄지긴 빠듯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음번 각료급 점검 회의는 6월 중순 정도로 예상한다”며 “그때 그동안 합의된 것을 모아서 확정 지을 건 확정 짓고 도저히 불가능한 건 일정을 조정하든지 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라고 했다.

안 장관은 지난달 열린 ‘한미 2+2 통상 협의’ 이후 나타났던 협상 속도에 대한 양국의 시각차에 대해선 “한국이 정치 상황을 빌미로 불필요하게 협상을 지연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통상절차법상 예를 들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안이 개정돼야 하는 상황이 혹시 생긴다면, 그에 대비해 경제적 영향 분석 등의 사전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는 것을 미측에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진행된 한미 양자회담에서 환율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앞서 양국 정부는 환율에 대해선 기획재정부와 미국 재무부가 협의를 하기로 방침을 정한 바 있다. 다만 한미 양국의 환율 협상에 외환시장의 관심이 쏠리면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9원 내린 1389.6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반 기준)로는 지난해 11월 8일(1386.4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다.

● 폐막 직전 만장일치 공동선언문 채택 막바지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해 난항에 빠졌던 APEC 통상장관회의 공동선언문은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공동선언문의 키워드는 ‘다자’와 ‘규범’으로, ‘다자무역 체제를 통한 연결성’과 ‘지속 가능한 공급망 구축’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특히 회원국들은 근본적인 도전 과제에 직면한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며 글로벌 무역시스템의 법적 토대를 제공해 온 세계무역기구(WTO)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양국이 함께 공동선언문에 참여하면서 갈등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미중은 공동선언문 작성 과정에서 ‘다자주의’를 두고 극명한 입장 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관세 방침 이후 중국은 거듭 다자주의를 수호하고 보호주의 무역을 반대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번 회의에서도 중국은 선언문에 이러한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APEC 통상장관회의의 의장을 맡았던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글로벌 통상 환경에 대한 첨예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며 “기념비적인 합의를 도출한 것에 대해 ‘제주의 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제주=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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