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 수사]
韓, 계엄에 반대했다고 밝혀왔지만… 선포직후 ‘적법성’ 따진 정황 조사
국무위원 소집한 尹수행실장 소환… 최상목-박성재 등 조사 이어질듯
“한덕수, 76세입니다.”(한덕수 전 국무총리)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조사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마주 앉은 조은석 특별검사팀 수사검사의 질문에 답했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다음 날 새벽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 한덕수 출국 금지 연장에 이어 첫 조사도이날 오전 10시부터 특검팀은 한 전 총리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들어갔다. 한 전 총리는 고검 청사에 도착한 직후 입구를 잠시 찾지 못했고, 이를 본 특검 관계자가 직접 팔을 붙잡아 안내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를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를 앞두고 국무회의가 열린 과정부터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등에서 “(계엄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대통령이 다시 생각하도록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해 왔다. 한 전 총리 측은 2월 헌재 변론에선 “계엄 선포 계획을 갑자기 알게 돼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했다”며 “대통령실에서 계엄 문건을 보거나 받은 기억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선 경찰 수사에서 국무회의에 대한 한 전 총리의 발언과 물증이 배치되는 정황이 확인된 만큼, 특검은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경찰 조사에서 “계엄 당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대화를 나눈 적 없다”고 진술했지만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에는 국무회의 전 한 전 총리가 김 전 장관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찍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영 특검보는 “사안별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지,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지 달라질 수 있다”며 “국무위원의 권한이나 의무, 역할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앞서 경찰이 5월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린 출국 금지 조치를 연장한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 진술 등의 검증을 위해 당시 국무회의 소집 연락을 돌렸던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을 지난달 30일 불러 조사했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오후 9시경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국무위원 6명을 추가로 부른 김 전 실장도 2일 조사했다.● 특검, 한덕수의 계엄 적법성 확인 정황도 조사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한 전 총리가 총리실로 돌아가 방기선 당시 국무조정실장에게 “계엄에 찬성하는 국무위원들이 없었는데 괜찮나”라는 취지로 묻는 등 계엄의 적법성을 확인했다는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뒤에도 방 전 실장에게 “가결만으로 해제 의결이 된 건인가” 등 절차적 문제를 물었다고 한다. 이후 오전 2시경 정진석 당시 대통령실비서실장 연락을 받은 뒤에야 국무위원 소집 지시를 내린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해제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5일 강 전 실장으로부터 전달받은 계엄 선포문에 사후 서명했다는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엄 선포문에 국무총리 서명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후에 서명을 받아 계엄의 불법성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한 전 총리는 이 문건에 서명을 했지만 뒤이어 “총리가 계엄을 추진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으니 폐기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총리는 2월 국회 청문회에선 선포문인 것을 알지 못했고 회의를 마친 뒤 자신의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은폐 행위의 가담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한 전 총리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가담한 공범인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불법 계엄선포안을 심의한 직권남용 범죄 피해자인지 가릴 방침이다. 최 전 부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에 대한 추가 조사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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