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미국 목재 가격이 연고점 대비 25% 가까이 하락했다. 경기 선행지표 중 하나로 인식되는 목재 가격 급락에 미국 경기 둔화 우려도 커졌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9월 만기 목재 선물은 1000 보드 피트당 529달러를 기록하며 지난달 1일(연고점·698.50달러) 대비 24.2% 떨어졌다. 현물 가격 역시 하락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랜덤 렝스에 따르면 8월 1일 이후 목재 지수는 약 12%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 목재 가격은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치 못한 관세 정책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1분기에는 백악관이 국가 안보 명목으로 수입 목재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캐나다산 모든 제품에 고율 관세를 위협하면서 목재 가격이 상승했다. 미국은 목재의 약 25%를 캐나다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530~540달러대였던 목재 선물 가격은 3월 말 685달러까지 치솟으며 반응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수입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보류한다고 발표한 이후 가격은 다시 내려갔다. 하지만 구매자들은 목재 수요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위협을 우려하며 재고를 비축하는 바람에 5월 이후 가격은 다시 상승했다.
반대로 미국 내에서 목재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징후는 계속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미국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7월 136만건으로 지난 3월(148만건) 이후로 하락세다. 2020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미국 전체 건설 지출은 지난해 5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 대비 7월에 3.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재 관련 시장 분석가 겸 컨설턴트인 맷 레이맨은 “목재 생산업체들은 너무 자신감에 차 있던 나머지 수요 부족 문제를 간과한 채 미국 내에 재고를 쌓아 올린 것으로 보인다”며 “수요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현재 미국 내 수개월 치 충분한 재고가 쌓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목재 과잉 현상을 완화하려면 추가 감산이 불가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미 북미 3위 목재 생산업체인 인터포는 이달 초 미국 남부와 캐나다 동부 등의 제재소에서 감산에 돌입해 생산량을 12%가량 줄인다고 밝혔다. 돔타르 역시 미국 아칸소주 제재소 가동을 중단하고 캐나다 퀘벡주 제재소 역시 무기한 유휴화한다고 알렸다.
WSJ은 “월가에서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이달 금리 결정 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며 “차입 비용이 낮아지면 건설과 주택 구매가 촉진될 수 있어 목재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