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기계는 못 해도 사람은 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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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기계는 못 해도 사람은 해냅니다

행정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나는 “예”라고 답한다. 경기 과천시를 이끌며, 나는 수없이 많은 벽을 마주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발견했다.

과천은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수식어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그러나 살기 좋다는 수식어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첨단 산업과 정보기술(IT), 제약, 바이오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기 위해 지식정보타운과 주암지구 개발 등을 추진 중이다. 2018년 초 지식정보타운 입주를 원하는 기업 관계자들을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기업들의 입주 의향서를 접수했고 당시 선정된 기업이 현재 입주한 펄어비스와 중외제약, 광동제약, KT&G, 넷마블 등이다.

그들이 이 도시에 새로운 미래를 심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더욱 간절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지식정보타운 입주 기업에 대한 취득세 50% 감면 혜택이 2023년 이후 갑작스레 종료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코로나19로 지친 기업들에는 결정적인 악재였고, 겨우 피어오른 희망이 꺼질까 두려웠다. 그래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국회를 찾아다니고, 도지사를 설득하고, 공무원들에게는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현장을 뛰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감면 혜택은 올해까지로 연장됐다. 나는 그때 확신했다. 기계는 못 해도, 사람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과천대로 축소 공사는 도시 단절을 해소하고 시민 삶의 질과 직결된 사안이었다. 단순한 도로공사가 아니라 스마트 버스 정류장, 송전탑 지중화, CCTV와 자전거도로 설치 등 시민의 일상과 미래를 위한 기반이었다. 하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2026년에야 공사가 시작된다고 하고, 주암지구도 하수처리장 문제로 본 청약이 무려 2028년으로 미뤄졌다. 시민들의 실망과 분노는 너무도 컸고, 솔직히 내 마음도 무거웠다.

그래도 물러서지 않았다. 인구 8만 명 소도시라도, 진심을 담은 수십 번의 협상과 설득이 결국 마음을 움직였다. 지난해 7월부터 과천대로 축소공사가 시작됐고 주암지구 청약도 서울시와 협의해 올해로 앞당겼다. 나중에 들었는데 LH 관계자가 “이젠 민원인보다 과천시 공무원을 만나기가 더 부담된다”고 할 정도였다.

싱가포르도 처음에는 거센 반대 속에 주롱산업지구 개발을 시작했지만, 끈질긴 협의와 조율 끝에 오늘날 아시아 최고 수준의 첨단 산업 도시로 성장했다고 한다. 과천시도 그렇게 하고 있다. 정해진 매뉴얼만 따르는 기계였다면 불가능했을 일들이다. 그러나 사람은 마음으로 움직인다.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모으면 어떤 일도 풀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확신한다. ‘기계는 못 해도, 사람은 할 수 있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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