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병에 '120만원'…프랑스 이긴 '전설의 미국 와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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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개된 와인 6종./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소개된 와인 6종./사진=박수림 기자

흔히 와인 하면 프랑스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 마련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을 뿐 아니라 보르도 부르고뉴 샹파뉴 등 유명 산지를 중심으로 고급 와인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76년 ‘와인은 프랑스’라는 시장의 오랜 공식을 깬 사건이 일어났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블라인드 와인 시음회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이 프랑스산을 제치고 레드 와인 부문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 사건은 이후 ‘파리의 심판’이라 불리며 미국 와인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당시 레드 와인 부문 1위를 차지한 와인을 만든 곳이 바로 미국 나파밸리의 와이너리 ‘스택스 립 와인 셀러’다.

종합주류기업 아영FBC는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클럽 코라빈에서 ‘스택스 립 와인 셀러’ 국내 론칭을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스택스 립의 수석 와인 메이커인 마커스 노타로가 처음 한국을 방문해 브랜드의 철학과 특징을 소개했다. 현장에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화이트와인 2종과 레드와인 4종 등 총 6종의 와인을 맛볼 기회도 있었다.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음한 'S.L.V. 카베르네 소비뇽'./영상=박수림 기자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음한 'S.L.V. 카베르네 소비뇽'./영상=박수림 기자

가장 먼저 ‘아베타 소비뇽블랑 2023’을 시음했다. 잔을 흔들어보니 자몽과 오렌지 향이 났고 화이트와인 특유의 미네랄리티(미네랄에서 오는 풍미)가 느껴졌다. 아베타보다 더 노란빛을 내는 ‘카리아 샤르도네 2023’는 크리미한 질감으로 목넘김이 부드러웠다.

레드와인인 ‘아르테미스 카베르네 소비뇽 2021’은 부드러운 타닌감과 산미가 균형 있게 어우러졌으며 ‘FAY 카베르네 소비뇽 2020’은 체리와 라즈베리 향이 느껴졌고 입안에 은은하게 퍼지는 오크 향이 인상적이었다.

‘S.L.V. 카베르네 쇼비뇽 2020’은 강한 타닌감이 혀 끝에 오래 맴돌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블랙커런트와 다크초콜릿 향이 어우러지며 복합적인 풍미를 선사했다. 진한 루비색을 띠는 ‘CASK 23 카베르네 소비뇽 2021’은 풍성한 과일향에 스파이시한 풍미가 강하게 느껴졌다.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음한 와인 6종./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시음한 와인 6종./사진=박수림 기자

이 와인들을 생산하는 스택스 립의 역사는 1970년 미국인 워렌 위니아스키가 오늘날 스택스 립 빈야드(Stag’s Leap VineyardㆍS.L.V.)라 불리는 땅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스택스 립이라는 이름도 사냥꾼을 피해 절벽을 뛰어넘은 전설 속 사슴에서 유래한 말로 사슴의 우아함과 도전 정신을 의미한다. 지난 2007년 창립자인 워렌이 은퇴하자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가문이 스택스 립을 인수했다. 안티노리는 유럽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와인 명가 중 하나이며 현재 26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스택스 립 와인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나파밸리라는 곳에서 생산된다. 나파밸리의 포도밭은 길이 45km, 너비 9km 정도의 크지 않은 규모이지만 화산암과 퇴적암이 섞인 토양, 가파른 지형, 큰 일교차 등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다양하고 개성 있는 와인이 생산된다. 스택스 립 관계자에 따르면 나파밸리에는 전 세계에 있는 모든 토양 유형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유형이 모여있다.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마커스 노타로 스택스 립 수석 와인 메이커가 와이너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에서 열린 '스택스 립' 론칭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마커스 노타로 스택스 립 수석 와인 메이커가 와이너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수림 기자

이날 와인 설명을 맡은 마커스는 브랜드의 혁신과 도전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전통적으로는 포도를 재배할 때 바람의 방향을 남에서 북, 동에서 서 등으로 한정해 재배하지만 우리는 보다 세밀하게 방향을 조정해 포도밭 전체가 고르게 일조량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라며 “최근에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드론을 활용해 공중에서 포도밭을 촬영하고 그를 통해 일조량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와인 판매가는 소비자 가격 기준 2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형성됐다. 회사 측은 제품 가격대가 높은 만큼 와인나라 직영점과 백화점, 국내 주요 와인바 등 위주로 판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영FBC는 이번 론칭을 시작으로 미국 프리미엄 와인 포트폴리오 강화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아영FBC 관계자는 “스택스 립 와인 셀러는 단지 하나의 와인 브랜드가 아니라 미국 와인의 기원을 보여주는 정체성 그 자체”라며 “이번 공식 론칭은 아영FBC가 미국 프리미엄 와인 포트폴리오에 지속적인 정성을 들여온 노력의 결실이며 대한민국 와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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