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레이더' 첫 공개
비행기 방향·거리·고도 정보
한라산 1138m 높이서 탐지
中·日로부터 관제권 회수해
항공주권 찾고 사고위험 낮춰
"제주 남단 공역을 이용하는 하루 1000여 편의 세계 각국 항공기가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돕는 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제주도 한라산 해발 1138m 고지대에 위치한 한라레이더에서 만난 고철승 한국공항공사 제주항공무선표지소장(57)은 이 같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라레이더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라레이더는 제주 남단 하늘길을 오가는 모든 항공기의 위치·고도·항적 정보를 식별한 뒤 관제소에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제주 남단 공역은 중국, 일본, 호주, 홍콩, 대만, 필리핀, 베트남, 중동 등으로 향하는 남북 방향 3개 항공로와 중국~일본을 오가는 동서 방향 2개 항공로가 교차하며 붐비는 곳이다. 매일 1분30초당 1대꼴로 비행기가 통과할 정도다.
한라레이더는 우리나라 항공 주권 행사의 상징이기도 하다. 1983년 설정된 동서축 중·일 간 아카라 항공회랑은 전체 515㎞ 중 257㎞가 우리 비행정보구역(FIR)에 포함됐다. 하지만 당시 미수교 국가였던 중국의 저항이 거셌다. 결국 국제민간항공기구는 동경 125도를 중심으로 서쪽은 중국이, 동쪽은 일본이 관제하는 것으로 중재했다. 이 때문에 우리 공역에서조차 중국과 일본에 관제를 나눠 맡겨야 했고, 항공사들의 항행 서비스 이용료(관제 서비스 비용)도 중국 측에 넘어가는 폐해를 낳았다.
우리나라는 2021년 상반기에야 해당 공역 관제권을 찾아왔다. 그사이 동서축 항공로는 이용 빈도가 크게 늘었다. 1983년 아카라 항공회랑 설정 당시 하루 평균 10대에 불과했던 교통량은 현재 430여 대로 늘었고, 남북축 항로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항공기 1000여 대가 우리 FIR 안에서 안내를 받아 안전하게 운항하고 있다.
고철승 소장은 "한국이 제주 남단 공역에 대한 관제권을 회수한 이후 공중 충돌 회피 기동 안내 장치(TCAS) 경보가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항공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지홍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