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나경 기자] 내달 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이른바 ‘매운맛 검사결과 브리핑’을 앞두고 금융사들이 일제히 내부고발제도를 강화했다. 그동안 내부통제 체계 외형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면 다시 사람의 눈으로 금융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이다. 밖에서 문제가 터지기 전 옆자리 동료끼리 견제토록 하고 조직문화를 다잡기 위해 금융사들이 ‘자체 단속’에 나섰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내부고발제도, 일제히 강화 개선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주요 은행은 제보자 포상금을 두 배로 상향하는 등 내부고발자 제도를 개선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이후 대대적 쇄신에 나선 우리은행이 대표적으로 제도 손질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조기 인지에 기여했을 경우’ ‘선제적인 신고로 사고손실을 최소화했을 경우’ 위원회 심의를 통해 내부제보자에게 최대 10억원 포상금을 지급한다.
특히 외부 익명신고 전문채널인 ‘레드휘슬 헬프라인’을 도입해 기존의 내부망 외에도 외부에서 익명 신고를 가능하도록 했다. 신고 전용 이메일·전화 외에도 외부 우편 등을 통해서 내부제보를 접수하고 있다. 제보한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 또한 강화했다. 임직원이 신고자를 알아내려고 하거나 이를 지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비밀보장 의무를 위반하면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내부제보 조사를 진행할 때는 참여인에게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부신고 제도를 조직문화개선을 위해 중요한 활동으로 보고 있다. 직원들도 직장 내 괴롭힘, 개인고충 등을 거리낌 없이 접수하고 있다”며 “내부자 신고제도에 대한 정기적 홍보 등을 통해 사각지대를 발굴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정기검사를 받은 KB국민·NH농협은행과 다른 금융사들에서도 내부고발자 제도를 다듬고 있다. 국민은행은 법무법인 율촌·김앤장을 통해서도 직원들이 내부제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KB옴부즈만 제도’로, 내부자가 법무법인에 전화·이메일·우편을 통해 신고·제보할 수 있게 해 익명성 보장을 강화한 것이다. 금고 횡령 사고로 홍역을 치른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중앙회 차원에서 안심변호사 제도를 도입했다. 직원이 직접 신고하지 않고 변호사를 통하도록 해 제보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
유명무실 포상금제, 금액 상향 잇달아
그동안 유명무실했다는 비판을 받은 포상금 또한 각 금융사가 상향 조정하는 추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0월 포상금 상한선을 5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국민·하나·우리은행의 최대 포상금액이 10억원이고 농협은행은 3억원이다. 새마을금고는 최대 1억 2000만원을 지급한다.
은행들은 조사에 협조한 직원 또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직원들이 내부고발자에게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실질적으로 제도를 운영하려는 조처다. 국민은행은 제보내용을 조사할 때 비밀유지 서약서를 받고 보호 의무를 위반한 임직원은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모두 조사 협조자를 제보자에 준해 보호토록 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내부고발을 이유로 고발자에게 인사상 일체의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고 고발자가 불이익을 받았다고 판단하면 근무지 변경 등 시정조치를 소속 부점장 또는 인사부장에 요구할 수 있다’는 신분보장 제도를 내규에 명문화했다.
내부통제위원회 설치, 이상거래감지 시스템 등 ‘체계’를 강조하던 은행이 다시 ‘직원 간 견제’를 강화하는 건 고객과 시장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다. 모양만 있는 체계보다는 ‘옆자리 동료의 두 눈’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렸다. 특히 내부통제의 일상화라는 조직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내부제보제도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옆 동료 간 견제는 ‘살아 있는 CCTV 역할’을 하기 때문에 효과적이다. 책무구조도에서도 대표이사가 임직원의 위반 행위에 대한 제보·신고·보고 체계를 구축하도록 해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법을 준수하고 윤리가치를 중요시하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데 정량적으로 보이지 않는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은행권의 순환보직, 장기휴가 제도에도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BNP파리바 등 외국 은행들은 2주간 의무휴가 제도인 ‘블록리브’를 통해 직원은 재충전하고 은행은 직업윤리를 점검할 기회를 보장한다. 금융감독원도 “건전한 조직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며 조직문화 관리·점검을 위한 감독수단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