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1월30일 09시30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기자] 세계 최대 국부펀드가 즐비한 중동으로 글로벌 투자은행(IB)업계의 시선이 향하고 있습니다. ‘오일 드라이브(Drive)’는 중동 투자시장 소식을 전하는 시리즈입니다. 오일머니에 뛰어드는 글로벌 투자사들의 이야기와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투자에 집중하려는 중동 현지의 소식을 모두 다룹니다. 국내 기업의 중동 자본 투자유치 소식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오일머니에 이어 ‘가스머니’가 뜨고 있다. 중동의 큰 형님 사우디아라비아 옆 나라이자 인구 300만이 채 안 되는 나라 카타르가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어서다. 카타르는 석유뿐 아니라 천연가스가 풍부한 나라다. 특히 천연가스 매장량이 세계 3위에 달할 정도라 이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가스머니로 유명하다.
최근 들어 카타르는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에서 활약할 준비에 분주하다.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처럼 경제 다각화 정책을 펼치기 위해 국부펀드인 카타르투자청(QIA)을 중심으로 가스머니도 풀고 있다. 국내 IB 업계 관계자들은 카타르가 지난해부터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을 공식·비공식적으로 표출해온 만큼 올해 본격적으로 가스머니를 조달하기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카타르 수도 도하 시내 중심지를 지나가는 한 여성. (사진=로이터) |
30일 국부펀드 리서치 기관 글로벌 국부펀드(SWF)에 따르면 중동 최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카타르 QIA의 지난해 운용자산(AUM)이 5100억달러(약 730조 575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중동 국부펀드 중 UAE 아부다비투자청(ADIA), 쿠웨이드 투자공사(KIA), 사우디 국부펀드(PIF)에 이은 4번째 규모다.
QIA가 쌓은 자금은 올해 경제 다각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투자에 사용될 전망이다. 카타르는 사우디, UAE와 마찬가지로 국가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인재, 사회, 경제, 환경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시리즈 A부터 C 단계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하기 위해 벤처캐피털(VC) 펀드에 자금을 출자하는 첫 국가 VC 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출자 사업은 10억달러(약 1조 4325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핀테크, 에듀테크,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 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이 풀린다.
현지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에도 집중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카타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IB 업계에 따르면 QIA 관계자들이 지난해 상반기 자금을 풀 투자사 알아보기 위해 국내 방문했다. QIA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자는 직접 한국에 자금을 풀 것이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해당 책임자는 지난 9월 “한국, 호주,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공표하며 “호주와 한국에서 인력 채용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가 국내 시장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 진출을 염두하고 있거나, 현지에 이미 진출한 국내 스타트업과 투자자들 역시 올해 현지 방문에 열을 올린다는 계획이다. 중동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QIA나 현지 투자사와 접촉하기 위해 올해 현지에서 개최되는 글로벌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이 카타르 참석할 가장 최근 행사로 글로벌 IT 컨퍼런스인 ‘웹서밋 2025’가 꼽힌다. 웹서밋은 포르투갈 리스본, 리우데자네이루, 캐나다, 홍콩 등에서 열리는 전 세계 IT 업계 관계자, 투자자, 창업자들이 모이는 행사다. 올해 2월 23일부터 26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도 개최된다.
올해 카타르 시장에 집중할 계획이라는 IB 업계 한 관계자는 “UAE는 이미 시스템이 갖춰 있고, 사우디도 규모가 큰 나라라 어느 정도 체계를 갖고 있다”며 “그러나 카타르는 나라도 작고 글로벌 자본시장과 소통할 시스템이 아직은 덜 갖춰 있어서 UAE, 사우디보다 현지에서 더 적극적인 스킨십이 요구되지만, 미지의 시장이라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많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