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 등 주요 광물 공급망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도시광산업은 정작 국내에선 ‘폐기물 처리업’으로 분류돼 다양한 규제를 받고 있다. 관리 사각지대에서 해외로 헐값에 팔려나가는 폐자원도 많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재자원화 산업은 2009년 산업분류체계 9차 개정으로 ‘폐기물 수집·운반·처리 및 원료 재생업(E38)’으로 분류된다. 8차 개정 때까지는 제조업에 해당하는 재생용 금속가공원료 생산업(D37)에 포함됐지만, 9차에서 하수처리·폐기물처리업과 한데 묶여 E38 항목으로 들어갔다.
이런 분류 체계로 재자원화 업체는 산업단지에 입주하기도 쉽지 않다. 산업단지별 관리 기본계획에선 E38을 ‘입주제한업종’으로 지정하거나 소각로 설치를 제한하는 등 규제를 적용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E38을 ‘공해 유발업종’으로 분류해 산업단지 등 입주를 원천 봉쇄한다. 서종현 에스쓰리알 대표는 “상당수 지자체는 이미 산단에 입주한 제조업체를 인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산단 입주를 허용한다”고 말했다.
폐인쇄회로기판(PCB), 폐자기공명영상(MRI)장비 등 핵심 폐자원이 포함된 부품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다. 특히 수출입 관세 부과 기준인 관세통계통합품목분류표(HSK)의 핵심 폐자원 분류 체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자기장 발생에 필요한 중(重)자석이 쓰이는 MRI에선 가돌리늄,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핵심광물을 다시 뽑아낼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폐자석이 HS 코드상 잡철로 분류돼 대부분 해외로 헐값에 팔려나간다. 정부는 이런 실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금·은·동이 다량 함유돼 부가가치가 높은 폐PCB도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PCB 소성로(가마)를 보유한 LS엠앤엠 관계자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PCB 물량 중 상당 부분이 리사이클링 업체를 통해 곧바로 중국으로 팔려나간다”고 전했다.
정부도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3월 범정부 차원에서 핵심광물 재자원화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원료·소재·제품을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하지만 해외로 빠져나가는 재자원화 광물, 재료에는 제대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선 영세한 재자원화 업체가 산단에 입주할 수 있도록 산단 규정부터 개선해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처럼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분류해 지원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김리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