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페라 테너 임형주 특별기고]프란치스코 교황님, 이제 편히 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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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몽골 주교관에서 몽골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을 알현하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바티칸 뉴스 제공

2023년 9월 몽골 주교관에서 몽골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을 알현하는 팝페라 테너 임형주. 바티칸 뉴스 제공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5월, 세례를 받았다. 내 세례명은 ‘대건 안드레아’였다. 그해가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1821∼1846)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맺은 인연은 가톨릭평화방송(cpbc) FM 라디오 ‘임형주의 너에게 주는 노래’의 DJ로, 또 살레시오수녀회를 통해 몽골 노밍요스 중등학교 건립 기금 마련 자선 음악회 등을 함께하며 해당 학교의 명예 교장 위촉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던 중 2023년 9월 프란치스코 교황의 몽골 방문 때 교황께서 직접 집전한 미사에서 단독 축하 공연자로 무대에 오르는 매우 뜻깊고 특별한 순간을 가졌다. 한국 천주교의 도움을 많이 받은 몽골 천주교 측의 초청으로 무대에 서게 된 것이다.

다음 날 오전 몽골 주교관인 ‘비숍의 집(Bishop’s House)’에서 몽골 정부 장관, 각국 대사 등과 함께 교황님을 특별 알현했다. 이탈리아어로 인사를 드린 뒤, 성가곡이 수록된 앨범 ‘마지막 고해(The Last Confession)’를 드렸다. 환한 미소로 앨범을 보시며 내 소개를 듣던 교황님은 갑자기 “칸타레(cantare·노래하다란 뜻의 이탈리아어), 칸타레”라고 하시며 노래를 요청했다.

사실 당시 시간이 오전 8시 반이 조금 지난 때였고, 목이 잠길 대로 잠긴 상태라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도 싶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카치니의 ‘아베마리아’를 무반주로 1절과 후렴까지 불렀다. 수많은 무대가 있었지만, 그날만큼 특별하고 떨린 자리가 또 있었을까 싶다.

노래를 다 들으신 교황께서는 먼저 악수를 청하시며 ‘브라보 콤플리멘티(Bravo Complimenti·찬사를 보낸다)!’라는 과분한 칭찬을 해주셨다. 그날 여러 사람을 알현하는 동안 내내 인자한 눈빛과 소년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로 사람들을 대해 주신 교황님의 모습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깊이를 가늠조차 하기 어려운 그분의 모습은 흔히 세속에서 말하는 지도자의 카리스마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평생 약자와 가난한 자들을 보듬은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자 마지막 순간까지도 평화의 메시지를 남기신 박애주의자였다. 그분의 소박하지만 비범했던 삶과 사랑의 목소리가 이제 우리 마음속에 남아 살아 숨 쉴 것이라 믿는다. 교황님, 이제 편히 쉬소서.

팝페라 테너 임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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