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25.07.14 13:16 수정2025.07.14 13:16
도이체방크 “해임 땐 달러 가치 3~4% 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중앙은행(Fed) 건물 공사의 과다 비용을 빌미로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쫓아내려 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금리를 인하하려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해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케빗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3일(현지시간) ABC뉴스 인터뷰에서 Fed 보수 공사 비용이 파월 의장 해임 사유가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로 결정하느냐의 여부는 러셀 보우트(백악관 예산관리국장)가 Fed에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들이 크게 좌우할 것”이라고 답했다.
보우트 국장은 Fed가 파월 의장 재임 기간 본부 건물 보수 공사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지출해 관련 규정 위반이 의심된다면서 이에 항의하는 서한을 지난 10일 파월 의장에게 보냈다. 백악관은 옥상 정원과 인공 폭포, VIP용 엘리베이터, 대리석 장식 등을 설치한 탓에 공사 비용이 초기 계획보다 7억달러 늘어난 25억달러나 들었다고 주장 중이다.
이에 대해 해싯 위원장은 Fed 건물 공사가 미국 역사상 연방수사국(FBI) 청사 보수 공사 다음으로 가장 비쌌다면서 “Fed가 해명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해싯 위원장은 대통령이 Fed 의장을 해임할 권한이 있냐는 질문에 “들여다보고 있는 사안이지만 사유가 있다면 대통령은 분명히 그럴 권한이 있다”고 답했다. 해싯 위원장은 차기 Fed 의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백악관과 공화당 일각에서 Fed의 공사 비용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을 두고 미국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파월 의장을 해임할 근거를 찾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파월 의장 해임이 현실화할 경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도이체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 해임 가능성이 20% 미만으로 평가되며 리스크를 지나치게 낮게 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양한 이벤트 예측 베팅 사이트인 폴리마켓은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20% 미만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실제 외환 시장에서도 달러는 비교적 안정적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하지만 사라벨로스 전략가는 “파월이 해임된다면 24시간 안에 달러 가치가 3–4% 급락하고, 미국 국채 수익률은 0.3~0.4%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Fed는 글로벌 달러 시스템의 중심이며, 해임의 여파는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로 확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