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추방할 수도” vs 머스크 “신당 창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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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남아공 출신 머스크 향해… “보조금 없다면 사업 접고 돌아갈 듯”
머스크 “감세법안 재정적자 눈덩이”… 트럼프에 맞설 정치세력 지원 밝혀
테슬라 주가 6거래일 연속 하락세

미국 내 감세 법안을 둘러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의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감세 법안에 대해 머스크가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가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머스크에 대해 국외 추방 검토까지 거론하며 경고 수위를 높였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일 미 플로리다주의 불법 이민자 구금 시설을 시찰하기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취재진에게 “머스크는 (감세 법안 통과로) 전기자동차 의무화 조치를 잃게 돼 화가 났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 출신의 미국 국적자인 머스크를 추방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면서도 “(추방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남아공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17세에 캐나다로 이주해 시민권을 취득한 데 이어 2002년 미국 시민권도 얻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효율부(DOGE)는 머스크를 잡아먹을 수도 있는 괴물”이라며 머스크가 수장으로 있었던 DOGE를 동원해 그를 압박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DOGE의 공공기관 예산 절감 기능을 내세워 테슬라나 우주선 발사업체 스페이스X 등 머스크 소유 사업체에 대한 정부 계약이나 보조금을 삭감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테슬라가 로보택시 등을 통해 주력하고 있는 자율주행 기능은 정부 규제와 직결돼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머스크는 역사상 그 어떤 이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아왔다. 보조금이 없다면 사업을 접고 남아공으로 돌아가야 할 수도 있다”고 썼다.

최근 머스크는 감세 법안이 미국의 재정적자를 크게 늘릴 거라며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는 전날 X에 “부채 한도를 역대 최대인 5조 달러(약 6800조 원)나 늘리는 이 법안을 보면 우리가 일당 독재 국가에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정신 나간 감세안이 통과되면 바로 다음 날 ‘아메리카당’이 창당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캠프에 약 2억7500만 달러(약 3740억 원)를 지원해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이 불거지기 전까지 ‘1호 친구(퍼스트 버디)’로 자리매김했다. 그랬던 머스크가 자신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 맞설 정치세력을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머스크가 비판한 감세 법안은 1일 미 상원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 간 갈등 속에 1일 뉴욕 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5.34% 하락한 300.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달 6일(295.14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6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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