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무실은 ‘황금빛 쇼룸’… 공무원들은 “사무실 헝거게임”

13 hours ago 5

마러라고서 공수… 리모컨도 금박
초상화는 바이든때 6개서 20개로
나사 건물엔 벌레, 이민국 책상 부족
원격근무서 돌아온 공무원들 경악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집무실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뒤편에 있는 벽난로 선반에 황금빛 트로피와 장식품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지난달 2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의 집무실 모습.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뒤편에 있는 벽난로 선반에 황금빛 트로피와 장식품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백악관 집무실이 ‘왕실’을 방불케 하는 황금 소품과 초상화로 화려하게 꾸며지고 있다. 미 CNN 방송은 대통령 집무실에 걸린 초상화 수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6개에서 현재 20개로 3배 이상으로 늘면서 “집무실이 갤러리 쇼룸처럼 변했다”고 16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하는 대통령으로 꼽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책상 바로 뒤에 걸렸고, 그 자리에 있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초상은 새로 그려 벽난로 위로 자리를 옮겼다.

선반이나 벽난로 위도 플로리다주의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가져온 황금색 인물상들과 천사상들 등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에 맞는 화려한 장식으로 채워졌다. TV 리모컨마저도 금박으로 싸였다고 CNN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 삼아 “샹들리에를 달자”는 아이디어도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 장소로 애용되는 로즈가든과 경내 남쪽의 잔디정원 등 실외공간에도 안락의자를 배치하거나 무도회장을 조성하는 등 마러라고 스타일로 바꾸는 공사가 곧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의 ‘사무실 전면 복귀’ 명령이 내려진 뒤 연방정부 공무원들의 업무 환경은 극도로 열악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전했다. 많은 정부 기관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업무 공간을 줄이고 원격근무를 실시했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미 정부효율부(DOGE)가 대대적인 정부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이들이 짧은 시간에 낡고 비좁은 공간으로 다시 몰려들게 된 것이다.

워싱턴의 항공우주국(NASA) 본부 건물에서는 지난달 바닥에서 바퀴벌레, 수도꼭지에서 벌레가 나왔고, 이민국 시카고 지부의 일부 직원들은 임시 사무실로 사용되는 창고에 책상이 부족해 상자 위에서 일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법무부의 보조금 집행 담당 부서 사무소에서는 주차 공간이 직원 수의 절반도 되지 않아 새벽마다 주차 전쟁이 벌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직원들은 “책상을 차지하기 위한 ‘헝거게임’(생존 전쟁을 그린 공상과학소설 및 영화 시리즈)이 벌어지고 있다”며 “사무실은 거의 동물원”이라고 토로했다.

각 기관은 행정부 지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농무부는 “전 직원을 위한 공간이 충분하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의 트리샤 매클로플린 대변인은 “세금으로 급여를 받는 직원들이 사무실로 출근해야 한다는 것은 복잡하지도 않고 논란의 여지도 없는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 연방공무원연합의 스티브 렝카트 전무이사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복귀 명령은 공무원들이 (지치게 만들어) 퇴사하도록 유도하려는 계략”이라고 반박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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