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늘리던 버핏, 日 상사株는 더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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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을 추가 매입하며 지분을 늘렸다. 주주 환원 확대와 함께 엔화 가치 상승을 기대하고 지분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 늘리던 버핏, 日 상사株는 더 담았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의 자회사는 전날 일본 간토재무국에 제출한 대량 지분 변경 신고서를 통해 5대 상사 지분율이 모두 1%포인트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미쓰이물산은 직전 보고 때 8.09%에서 9.82%로 증가했다. 미쓰비시상사(8.31%→9.67%) 마루베니(8.30%→9.30%) 스미토모상사(8.23%→9.29%)도 지분이 9%대로 올라섰다. 이토추상사 지분은 7.47%에서 8.53%로 높아졌다. 일본 상사들은 대부분 원자재와 농산물 등을 거래하고 유전, 가스전 등을 소유하고 있다.

버핏은 지난달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상사주 추가 매입을 시사했다. ‘10% 미만’인 상사 지분 상한을 높이기로 각사와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분 비율은 다소 늘어날 것”이라고 적었다.

벅셔해서웨이는 2019년 7월 일본 5대 상사 투자를 시작했다. 2020년 8월에는 각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것이 알려지며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각사 실적은 상승했고, 주주 환원도 확대됐다. 작년 말 기준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5대 상사 지분 시가총액은 235억달러(약 3조5200억원)에 달했다. 주가는 이토추상사가 2019년 6월 말 대비 3.4배, 미쓰이물산은 3.2배로 뛰었다. 미쓰비시상사는 2.8배로 상승했다. 이토추상사와 미쓰비시상사는 시가총액이 모두 10조엔을 넘어섰다. 벅셔해서웨이의 추가 매입이 알려지며 이날 도쿄증시에서 상사주는 일제히 올랐다.

버핏은 이번 서한에서 5대 상사에 대해 “각사 경영진과 투자자에 대한 태도를 좋아한다”고 썼다. 적절한 주주 환원과 경영진 보수 패키지가 미국 기업에 비해 훨씬 더 낫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사주 보유는 매우 장기적인 것이며 각사 경영진을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상사주 투자와 별개로 벅셔해서웨이의 주식 투자는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2024년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벅셔해서웨이의 현금 및 미국 단기채권 보유액은 2023년 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3342억달러(약 481조7141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벅셔해서웨이의 상장주 매매 동향을 보면 주식 매도액이 신규 투자액을 67억달러가량 웃돌았다. 니혼게이자이는 “버핏이 ‘매력적인 가격에 우수한 주식을 보유하는 것이 핵심 투자 원칙’이라고 밝힌 만큼 지금은 유동성을 확보해 새로운 투자 매물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버핏은 1965년 방적회사인 벅셔해서웨이를 인수한 이후 60년 동안 초과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자로 명성을 쌓아왔다. 투자 규모가 커지면서 개별 주식 투자에서 높은 초과 수익률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이에 따라 대형 사업 인수를 고려하고 있다. 대형 사업 인수는 지난해 4분기엔 실행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투자 대기 자금이 미국 단기채권을 중심으로 쌓이고 있다.

버핏은 주주 서한에서 “비정상적인 자금 축적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이는 단순한 현금 보유가 아니라 우량 기업 투자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버핏은 “어리석은 재정 운영이 만연하면 화폐 가치는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며 “미국도 재정위기에 처해 있으며, 통화 가치 폭락 시 국채처럼 고정 이자가 붙는 자산은 안전한 피난처가 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소현 기자/도쿄=김일규 특파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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