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동차 공급망 재편 속도
혼다, 美생산 하이브리드차에
도요타의 미국산 배터리 장착
마쓰다는 도요타 美공장 활용
부품업계도 멕시코 공장 보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응해 일본 자동차 업계가 다각도로 대응 방안 마련에 나섰다.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가운데 일본 업체 간 제휴를 통해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시도하는 것이다.
18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혼다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하이브리드차량(HEV)에 장착하는 배터리를 도요타에서 조달한다고 보도했다. 현재 혼다는 일본이나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미국산 하이브리드차량에 장착하고 있다.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되면 이들 부품에도 관세가 붙으면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생산하는 도요타 배터리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혼다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으로 오하이오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지만, 일러야 올해 말부터 양산에 들어간다. 독자적으로 짓는 캐나다 배터리 공장은 2028년 가동이 목표다.
반면 도요타는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주에 북미 최초의 배터리 공장이 다음달 가동을 시작한다. 투자금액만 2조엔(약 20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공장에서는 하이브리드차량용과 전기차용 배터리가 함께 생산된다.
여기에 도요타는 미시간주 랜싱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얼티엄셀즈 배터리 3공장에서도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배터리 공급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혼다 측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보급 정책 중단 계획을 밝히면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차량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S&P글로벌모빌리티에 따르면 2030년 미국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는 지난해 대비 2.5배 늘어난 412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신차 판매의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혼다의 지난해 미국 내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는 30만8000대로 집계됐다. 미국 전체 판매량(142만대)의 22%다. 올해는 40만대 판매를 예상하는데, 도요타에서 전량인 40만대분의 배터리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혼다는 2030년 전 세계 하이브리드차량 판매를 지난해보다 50% 늘어난 13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라인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42만대의 차량을 판매한 마쓰다도 도요타에 기대는 분위기다. 마쓰다의 미국 생산능력은 판매 대수의 30%가량인 연간 15만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대부분 일본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한다. 이에 따라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되면 마쓰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마쓰다가 자사 지분 21%를 보유한 도요타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도요타와 마쓰다는 부품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어 도요타의 생산 여력이 있는 미국 공장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부품 업계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와이어링 하네스(전기 배선 뭉치)'를 생산하는 스미토모전기공업은 멕시코 남부 타바스코주에 건설 중인 공장의 가동을 최근 보류했다. 세계적인 다이캐스팅 업체인 료비는 지난해 멕시코 공장의 확장을 결정했지만 올해 이를 철회했다.
현재 일본 자동차 업계는 트럼프 정부의 추가 관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한 자동차 관세를 현행 2.5%에서 10배인 25%로 올릴 가능성이 있다. 추가 관세가 적용되면 일본 자동차 기업 6곳에 미치는 영향은 3조엔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일본에서 생산한 뒤 미국에 수출해 판매하는 차량이 연간 130만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