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C 위원장도 또 한국 압박
중동산 600만배럴 대체나서
이달 200만배럴 계약 체결후
나머지도 연중 순차로 도입
年4.3억弗 무역흑자폭 조정
미국의 거센 통상 압박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가 우선 비축유를 미국산 원유로 대체하며 수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올해 중동산 중질유 600만배럴을 미국산 경질유로 대체한다. 한국은 미국의 상호관세 타깃인 대미흑자국 중 하나로, 그동안 원유와 천연가스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를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돼왔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달 한국석유공사는 200만배럴 규모의 미국산 경질유 판매·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석유 비축 계획에 따라 중동산 중질유를 미국산 경질유 등으로 대체할 예정인데, 올해 목표 물량은 600만배럴이다. 나머지 400만배럴에 대해서도 연중 순차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2021년부터 중동산 중질유를 미국산 경질유 등으로 교체해왔다. 그동안 연간 대체 물량은 200만배럴 정도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그 규모를 3배가량 늘렸다.
산업부 관계자는 "경질유 수요가 높아지는 국내 정유사의 원유 소비 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올해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평균 71.9달러다. 올해 정부가 목표하는 600만배럴을 미국산으로 대체하면 대미 무역흑자를 4억3140만달러(약 6258억원) 축소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온다.
최근 들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겨냥한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에도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럽과 중국,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며 한국을 지목했다.
다만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로 대미 무역흑자폭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오려면 민간 기업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가스공사가 국내 수입량 중 80% 이상을 담당하는 액화천연가스(LNG)와 달리 원유는 국내 민간 정유사들을 중심으로 수입이 이뤄지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국내 정유 4사가 미국산 원유 수입을 늘리도록 독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산업부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을 대상으로 국가별 원유 도입과 수입처 다변화 가능성에 대한 현황 파악을 진행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 원유 가운데 미국산 비중은 15.7%로 역대 최대치까지 오른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출범 직전인 2016년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은 0.2%에 불과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한국이 미국산 원유 수입 비중을 20~30%까지 올릴 수 있을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다만 민간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