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집권후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냉각되자 캐나다인들이 미국에 사둔 집을 팔고 떠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최대 부동산 소유자인 캐나다인들이 선호한 플로리다 지역의 부동산 가격도 타격을 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이른바 ‘눈새’(Snow bird)로 불리며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한 미국 주택을 샀던 캐나다인들이 양국 관계가 냉각된데 좌절을 느끼고 미국내 집들을 팔기 시작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인들은 2023년 4월부터 2024년 3월까지 미국 부동산에 약 60억 달러(8조5,500억원)를 지출했다. 이는 전체 외국인 부동산 거래의 13%로 외국인 거래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캐나다인들은 주로 휴가 목적으로 플로리다, 애리조나, 하와이 등에 부동산을 구입했다.
캐나다인들은 트럼프가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캐나다가 미국의 주가 돼야한다거나 저스틴 트뤼도 전 총리를 주지사라고 폄하하는 발언에 분노해왔다. 그 후 많은 캐나다인들이 미국산 버번 위스키와 농산물 등 미국 제품을 보이콧하고 미국 여행도 취소하고 있다. 캐나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미국출발 캐나다 항공편은 전년 대비 13.5% 감소했다. 캐나다 거주자의 자동차 왕복 여행은 약 32% 급감했다.
최대 외국인 구매자였던 캐나다인들이 떠나기 시작하자 일부 주의 부동산은 수요 감소에 직면해 있다.
로이터가 인터뷰한 트레이시와 데일 맥멀런 부부는 5년간 보유했던 애리조나주 버카이에 있는 휴가용 주택을 팔았다. 이들은 “트럼프가 캐나다와 캐나다인들에 어떤 짓을 할 지 믿을 수 없다”며 “더 이상 환영 받지도, 안전하지도 않다고 느껴 미국집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의 부동산 중개인 로리 라빈은 이번 분기에 캐나다인들이 매물을 18개 등록했다고 전했다. 보통 2~4개 정도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부터 14세 이상의 모든 외국인이 30일 이상 체류하는 경우 등록하고 지문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전에 비자없이 최대 6개월 머물수 있던 캐나다 국민도 이번에 포함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캐나다인들이 미국에 대해 느끼는 씁쓸한 감정은 캐나다인들이 주택 보유지로 선호하던 플로리다주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탬파 베이 지역의 부동산 회사인 샌디 하트만 그룹의 경영파트너 안드레아 하트만은 “1분기는 스노우버드들이 이 지역에 콘도미니엄을 사러 방문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캐나다인들의 구매 요청이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플로리다 주택 시장은 이미 최근 몇 년간 주택 보험료 상승,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 파괴적인 허리케인등으로 흔들려왔다.
모기지 기술 및 데이터 회사인 옵티멀 블루에 따르면, 플로리다 탬파와 세인트피터즈버그,클리어워터 지역에서 별장 등 세컨드 홈에 대한 모기지 체결건은 전년 동기대비 25% 감소했다.
다른 주에서도 이탈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와 팜스프링스의 부동산 중개인들도 미국내 세컨드홈을 팔려는 캐나다 매도인 고객들과 협조중이라고 말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경제 연구 책임자인 에르멘가드 자비르는 "사우스 플로리다의 주택 시장은 수십 년간 캐나다 스노우 버드의 유입에 의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부동산을 소유하고 재산세를 내거나 겨울철 임대료를 내며 사우스 플로리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고 말했다.
엥겔앤볼커스 베벌리힐스의 부동산 자문가인 파티마 말릭은 “매각을 원하는 캐나다인들은 멕시코, 포르투갈, 프랑스 등 미국외 지역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