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달리 北과는 협상가능 강조
비핵화보단 핵동결에 초점 맞출 듯
김정은, 최고인민회의 불참 ‘침묵’
권한대행 체제 韓, 美의중 파악 난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공개된 외신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연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북-미 정상 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 등으로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속도전에 나선 것.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 위협에 대해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언급하며 1기 때 북-미 대화를 통해 끌어낸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단) 조치를 북핵 문제 해결로 보는 인식을 드러냈다. 향후 북-미 대화의 초점이 비핵화보단 핵 동결이나 긴장 완화에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 “다시 김정은 접촉하겠냐” 질문에 “하겠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폭스뉴스 앵커 숀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북한을 예시로 꺼내 들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가 북한을 최대 위협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그(김 위원장)를 접촉하겠냐(reach out)’는 질문에 바로 “하겠다(I will)”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해너티는 “인터뷰에 가장 좋은 부분(that‘s the best part of the interview)”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간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 과시 차원을 넘어 명확한 북-미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기 때문.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광신도(religious zealot)”라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광신도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smart guy)”라고 비교하며 북한이 이란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대이란 정책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의 복원이 될 것을 예고해왔다. 이란과 달리 김 위원장과 북한은 대화 상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규정하고 본인이 평화중재자(peacemaker)가 되겠다고 발언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그는 취임 첫날인 20일 “(1기 때) 북한 문제는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도발 억제와 한반도 긴장 완화가 북-미 대화의 목표가 될 것임을 내비쳤다.
● 김정은, ‘러브콜’에 일단 침묵
트럼프 대통령이 2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김 위원장과 북한을 연일 언급하고 나서면서 북-미 정상 대화 재개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북한은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22∼23일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미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북한은 평양 일대에서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와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이 당분간은 미국의 대북 정책 향방을 지켜보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지 4개월이 지나면서 다수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추가 파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이 러시아로부터 경제 군사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추가 파병할 가능성이 크고, 한미 당국도 관련 징후를 추적 감시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이 한미 당국의 제안에 호응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선 한국이 배제된 북-미 간 물밑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다. 특히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상 외교가 어려워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의 의중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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