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수사 검찰로] 檢 “尹주장 반박할 증거 다수 확보”
여인형이 불러준 걸 받아적은 메모, 홍장원 제출한 체포자 명단과 일치
“선관위 다시 재진입할 수 없겠나 김용현이 물어” 곽종근 진술 함께
“金, 중과부적” 녹음파일도 확보… 檢, 국회 진압 의도 내포 발언 판단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수감 중) 등 군 수뇌부를 상대로 확보한 진술과 국군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특수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의 진술을 반박할 증거를 대거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보강된 증거를 토대로 ‘내란 1·2인자’인 윤 대통령, 김 전 장관의 ‘말 맞추기’ 시도를 넘겠다는 방침이다. 법원은 24일 윤 대통령의 구속기한 연장을 불허했지만, 검찰은 재신청까지 검토하는 등 최대한 대면조사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 檢, ‘체포조 운용’ 입증할 메모 확보
24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방첩사 압수수색 과정에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국회 등에 제출한 체포자 명단과 일치하는 방첩사 내부의 실물 메모를 확보했다. 해당 메모는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수감 중)이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에게 14명의 체포 명단을 불러준 것을 김 전 단장이 구모 방첩사령부 수사조정과장에게 그대로 다시 불러주면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검찰은 또 여 전 사령관이 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간부들을 상대로 체포조 운용 임무와 관련해 “(체포조는) 맹목적으로 그냥 나갔다고 해라. 목적 없이 나갔다고 해라”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여 전 사령관은 부하 직원들에게 “체포 얘기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해당 메모와 여 전 사령관의 은폐·함구 지시가 “체포조 운영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윤 대통령 측 진술을 반박할 수 있는 주요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21일 탄핵심판 변론에서 “한 전 대표 등에 대해 체포하란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 檢, 김용현 진술 반박 근거도 확보
검찰은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장관의 진술을 무력화할 근거도 다수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수감 중) 조사에서 김 전 장관이 계엄 해제 의결 직후 곽 전 사령관에게 “다시 한 번 (선관위 청사에) 재진입할 수 없겠냐”고 물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은 23일 헌재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질서 유지와 상징성 차원에서 군 투입했잖아요”라고 질문을 했고 김 전 장관은 “그렇습니다”라고 답했는데, 두 사람이 거짓말로 말 맞추기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날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라고 한 것이죠”라고 김 전 장관에게 물었고, 김 전 장관은 “맞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장관이 계엄이 해제된 직후인 지난해 12월 4일 오전 3시 23분경 비상계엄 관련 영상회의에서 “중과부적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우리의 할 바를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녹음파일도 확보했다. 당시 회의에는 방첩사 관계자들이 화상으로 참여해 지켜봤고 이를 녹음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장관은 앞서 검찰조사에선 “중과부적이란 말은 평소 쓰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김 전 장관의 해당 발언이 국회 진압 의도를 내포하는 발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과부적 발언이 “국회 진압을 하려 했지만 수가 부족해 이를 이루지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돼 계엄군이 ‘경고용’이 아닌 실제 국회를 진압하려 했다는 증거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해당 발언을 부인해 오던 김 전 장관은 23일 탄핵심판에서 “중과부적으로 원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국회 측 변호인단의 질의에 “2∼3일은 (비상계엄이) 더 가지 않을까 했다”고 답했다.
● 위증죄 적용 가능, 형량 큰 내란죄 감안 전략 지적도
법조계에선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헌재 발언들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형사사건 전문 한 변호사는 “김 전 장관은 증인선서를 했기 때문에 위증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며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의 경우 위증죄가 적용되지 않겠지만 추후 탄핵 판결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선 내란죄 형량이 워낙 큰 탓에 김 전 장관이 위증죄 처벌을 감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전 장관에게 적용된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의 형법상 법정형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으로, 이미 기소된 혐의의 최소 형량이 위증 처벌 최대치(징역 5년)를 넘기 때문에 김 전 장관 입장에선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구민기 기자 koo@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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