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좀 한다면 다 이거 찼다…요즘 난리난 '이 시계' 뭐길래 [이혜인의 피트니스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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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3 22:31 수정2025.07.03 22:31

사진=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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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에서 화제가 된 영상이 있다. 마라톤을 완주한 한 여성이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남자친구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다. 감격한 그녀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스포츠워치의 버튼을 눌러 달리기 기록 저장하기. 이 장면은 오늘날 운동에서 데이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운동 좀 한다’는 사람들의 손목에는 스마트워치가 올려져 있다. 운동량을 측정하고, 심박수를 기록하며, 목표 달성 여부를 관리한다. 운동을 조금 더 진지하게 시작한 이들이 찾는 브랜드가 있다. 정확하고도 심도 깊은 데이터를 선보이는 ‘가민(Garmin)’이다.

비싸고 화려한 앱도 없지만 마라톤·철인3종·트레일러닝 등 애호가들 사이에서 이 시계는 일종의 ‘배지’다. “이 사람은 대충 하지 않는다”는 선언과도 같다. 투박한 가민은 어떻게 진지한 운동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진지한 취미'의 상징

사진=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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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민의 시작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용 GPS 전문 기업으로 출발한 가민은 한때 항공과 해양 내비게이션에 집중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 운동에 GPS를 접목해 ‘스마트기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열었다. 러너를 위한 ‘포러너(Forerunner)’, 철인3종용 ‘피닉스(Fenix)’, 다이버용 ‘디센트(Descent)’ 등 특정 취미에 최적화된 제품을 선보이며 존재감을 키웠다. 최근에는 트레일러닝, 하이킹, 울트라마라톤처럼 더 전문적인 종목에서도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

많은 이들이 가민을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정확한 데이터다. 가민은 운동을 데이터로 관리하는 데 최적화돼 있다. 가민 커넥트 앱에는 한 달 운동 요약부터 VO2 Max 추이, 수면 중 호흡수 등이 세밀하게 기록된다. 가민은 운동을 더 불편하고도 진지하게 만든다. 사용자들은 그 불편함을 ‘나는 제대로 하고 있다’는 확신으로 바꾸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운동에 쏟게 된다.

가민은 대중화된 웨어러블 시장에서도 ‘운동용 시계’라는 전략으로 스스로의 영역을 좁혔다. 이에 따라 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얻을 수 있었다. 누구나 쓰는 제품이 아니라 ‘제대로 운동하는 사람들의 기계’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클리프 펨블 가민 최고경영자(CEO)는 “프리미엄 맞춤형 제품에 집중하는 전략이 꾸준한 성과를 이끌고 있다”며 “사용자의 열정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혁신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략은 한국에서도 통했다. 기록 스포츠 애호가들은 “가민은 한 번 쓰면 못 바꾼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22일 가민 커넥트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간 한국 사용자들의 주간 평균 러닝 거리는 9.17㎞로 일본(12.39㎞)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한 번에 달린 평균 최장 러닝 거리도 17.7㎞로 세계 2위에 올랐다. 10월에 열리는 ‘가민 런 코리아’ 본 참가 접수는 시작 2분 만에 모두 마감됐다.

▶유료 구독 서비스 출시는 리스크

"다른 워치로는 부족해"…운동이 취미를 넘어선 순간, '가민'이 있었다 [이혜인의 피트니스 리포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프리미엄 스포츠워치 출하량의 45%를 가민이 차지했다. 이는 애플(20%)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매출은 15억4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인 3억3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 늘었다. GAAP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1.72달러였다.

다만 가민이 꼽는 리스크도 분명하다. 최근 애플·삼성·화웨이·샤오미 등 빅테크 기업들이 웨어러블 기능을 고도화하며 프리미엄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GPS, 심박 측정, VO2 Max 등 핵심 기능이 점점 표준화되면서, 더 이상 가민만의 기술적 독점은 줄어드는 추세다. 가민이 연매출의 약 13%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도 이 같은 압박 때문이다.
최근 보인 전략적 변화도 변수다. 가민은 월 6.99달러의 구독형 서비스 ‘Connect+’를 출시했다. 하드웨어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전환은 업계 전반의 트렌드를 따른 것이다. 기기 시장이 포화되고 하드웨어 마진이 줄어들면서, 업체들은 성장 지속을 위해 소프트웨어 서비스와 구독 모델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하드웨어 혁신과 일관된 마케팅으로 쌓아온 충성도 높은 고객층의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신뢰와 일관성은 가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하지만 고객이 소외되거나 상품화된 느낌을 받는 순간 신뢰는 무너질 수 있다. 향후 가민이 기능 변화에 대한 로드맵과 비전을 정확하게 소통하고, 핵심 기능을 무료로 유지해 신뢰를 지켜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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