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K팝 공연장을 건설하고, 코첼라를 이길 페스티벌을 기획하겠습니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발탁된 박진영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내건 두 가지 약속이다. 'K-컬처'를 깊이 있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공연장, 그리고 다양한 국가의 관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글로벌 페스티벌로 소프트 파워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먼저 대형 공연장 부족 문제를 '문화 인프라 구축'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장 건설 계획을 밝히며 주위에 다양한 편의시설과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관객들은 공연장 주변 인프라에 대한 지적을 자주 한다. 공연장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나 즐길 거리가 충분하지 않아 일부 카페에 인파가 몰리고, 야외의 맨바닥에서 몇 시간을 기다리기도 한다. 서울 내 대형 공연장 부재로 최근에는 고양·인천 등에서 대규모 콘서트가 일제히 진행되고 있는데, 관객들이 인근 백화점에서 시간을 때우고 공연이 끝난 뒤에는 교통 대란은 물론이고 식당을 찾아 헤매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지난달 말 인천 문학동에서 영국 밴드 뮤즈의 콘서트를 관람한 40대 A씨는 "공연이 끝나고 밥 먹을 곳을 찾느라 한참을 돌아다녔다. 몇 군데 없는 인근 가게에는 사람들이 다 차 있어서 주거지역을 쭉 뚫고 들어가서 겨우 고깃집을 찾았다. 거기도 얼마 안 되어서 사람들로 꽉 찼다"고 전했다.
이어 "사장님이 수요 예측을 하지 못해서 안 되는 메뉴도 많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오래 기다렸다"면서 "공연을 보러 가면 거의 하루 반나절 이상을 인근에서 보내야 하는데, 편의시설을 이용하려면 꽤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교통도 혼잡해서 힘들었던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박진영은 전 세계 7개 도시를 시작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도 마련하겠다고 했다. 'K-컬처'를 눈과 몸으로 체험하는 '경험의 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연장 건설과 함께 이 역시 해외 관광객 및 국내 관람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며 지역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러한 계획의 연장선에서 글로벌 페스티벌 역시 국내로는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고, 국외로는 'K-컬처'의 영향력을 더 견고하게 전파하는 역할을 하게 될지 이목이 쏠린다.
박진영이 언급한 '코첼라 밸리 뮤직 앤 아트 페스티벌'은 미국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로, 2주간 개최되며 매년 2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다. '코첼라' 외에도 '롤라팔루자', 영국의 '글래스톤 베리', 일본의 '후지 록 페스티벌',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등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공연 IP로 막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도 다양한 장르의 페스티벌이 있고, 전국 각지에서 활발하게 개최돼 올해 상반기 공급과 수요가 증가했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공원이나 체육시설 등을 공연장 형태로 개조해 개최되어 '0석(좌석미상)'으로 분류된 페스티벌 등의 공연은 지난해 상반기 258건에서 올해 377건으로 증가했다. 티켓판매액도 290억원에서 323억원으로 늘었다.
박진영은 K팝 비즈니스의 핵심이자 심장과도 같은 팬덤과의 연대를 강화해 페스티벌 영향력을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팬(Fan)과 현상(Phenomenon)을 결합한 '페노미논(Fanomenon)'이라는 단어를 제시하며 "팬들이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뜻이다. '페노미논'이라는 이름의 메가 이벤트를 한국과 전 세계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밝혔다.
2년간의 준비를 거쳐 2027년 12월부터 매년 12월 한국에서 '페노미논 페스티벌'과 시상식을 열고, 2028년 5월부터는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는 시상식과 페스티벌이 포화 수준에 달한 상태다. 해외에서도 수십 년 전통을 자랑하는 굵직한 페스티벌과 경쟁해야 한다. 단연 특화된 지점은 K팝, 그리고 팬덤 파워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로컬 음악 팬들까지 흡수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이 가미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JYP엔터테인먼트는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JYP의 수장이자 현직 가수이기도 한 박진영이 'K팝 대표'로서 어떤 새로운 콘셉트와 노하우를 접목한 한국 발 페스티벌을 만들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